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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관세폭풍 대비 않는 국회·노동계
 
2025-07-29 09:08:05
◆ 조준모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전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책위원)의 칼럼입니다

대통령은 "경제를 살리는 데 이념도 진영도 없고, 기업이 살아야 일자리가 생긴다"고 했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대통령의 엄중한 인식을 잘 나타낸다. 한편 트럼프 정부는 각국에 관세 부과를 압박하고 있다. 며칠 전 타결된 미·일 관세협상에서, 일본 측은 자동차 관세 인하의 현찰을 얻었으며, 미국 측은 760조원 투자와 시장 개방이라는 어음을 얻었다. 일본 수준인 15% 관세는 우리나라의 최저 협상선이 돼 미국 측 협상 압박은 커졌다. 10% 이상의 관세는 중소기업들의 생존을 위협한다. 벌써부터 울산, 김해, 양산, 창원 등 동남권 수출 산업벨트 지역의 중소기업들은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세계가 관세전쟁 중임에도, 우리는 노란봉투법 논의가 한창이다. 노란봉투법은 문재인 정부의 대선 공약으로 설정됐지만 집권 후 5년 내내 추진되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도 법률안 의결-거부권 행사의 연속이어서 법 쟁점들에 대한 논쟁들만 많았다. 새 정부 들어 노란봉투법 입법이 코앞에 온 분위기이다. 이제는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의 현장 상황을 심각하게 살펴야 한다. 법률이 발효되면, 하청 노조들은 교섭을 요구할 것이다. 원청은 교섭거부를 할 수 있고, 이에 대응해 하청 노조는 가처분 신청을 할 수 있다. 원청은 교섭창구 단일화를 요구할 수 있지만, 하청 노조는 노조법 대상이 아니어서 교섭창구 단일화 의무가 없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원청 노조는 교섭대표 지위를 상실할 수도 있어서, 노사갈등은 노노갈등으로 번지게 되고 불법파업을 해도 사용자의 손해배상 청구는 제한된다. 교섭단위가 분리된다면, 원청 대기업은 1년 내내 다수의 노조들을 상대로 교섭해야 한다. 노조법과 노란봉투법 간 충돌 영역은 소송으로 이어져서 대법원에서 정리될 때까지 상당 기간이 경과될 것이다. 기업들은 사법 리스크를 줄이고자 로봇화, 모듈화를 촉진하고 해외생산을 늘릴 것이다. 그 결과는 일자리 감소다.

새 정부는 잠재성장률 3% 진입을 목표로 세웠다. 이를 위해 인공지능(AI) 등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경제·산업정책들이 보완될 것이다. 하지만 현장 불안감이 큰 노란봉투법 입법은 새 정부의 경제 살리기 노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로 주가는 코스피 4000을 향해 달려가는 중 노란봉투법에 의해 제동될 수 있다. 경제는 보수, 노동은 진보의 엇박자는 액셀과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는 것과 같다. 국민들은 노란봉투법에 대해 왜 침묵할까? 법 내용에 익숙하지 않거나 약자보호라는 취지로 인한 착시효과 때문이라 생각된다. 소수의 중위 하청 근로자들의 임금은 상승하겠지만, 그 재원은 원청 이윤, 원청 노조 인건비 재원 외에 다수의 하위 하청 근로자들의 낮은 임금으로 짜내기 충당돼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겹겹이 다중구조화될 수 있다. 소수 일자리의 질은 개선되지만 다수 일자리의 질은 저하되고 노동약자는 더 약자가 될 수 있다.

일부 정치권과 노동계는 이렇게 말한다. "일단 시행하고, 문제는 나중에 보완하자." 그러나 법은 한번 도입하면 되돌리기 어렵고, 하위법령이나 매뉴얼로 보완될 문제도 아니다. '실질적 구체적 지배력' 같은 모호한 조항은 1년의 유예기간을 둔다 해도, 단체교섭 주기인 2년 내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전문가들도 현장 작동 가능성, 법적 정합성에 문제점들을 지적하는바, 사회적 대화체를 통해 노사정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재숙의했으면 한다. 현장이 공감하는 입법을 통해 경제 불확실성을 해소하자는 것이다. 세계는 관세전쟁 중인 상황에서, 노란봉투법이 정부의 경제살리기에 역행하지 않도록 세심하고 정교한 입법이 이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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