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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투데이] 건강한 정부를 만드는 제도적 장치
 
2025-07-24 17:21:23
◆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치개혁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정부 1기 내각 인사에 대한 청문회가 모두 끝났다. 이재명 대통령은 ‘제자 논문 표절 의혹과 ’자녀 불법 조기 유학‘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은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했다.

역대 정부에서도 지명 철회는 수 차례 있었다. 이명박 정부 때(2007년) 남주홍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부동산 투기 의혹, 박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자와 이춘호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부동산 투기와 위장전입 의혹 등으로 지명이 철회됐다. 박근혜 정부 때(2014년)는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논문 표절과 자질 논란으로, 노무현 정부 때(2004년)는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헌법재판소장 임명 절차상 하자가 문제가 되어 지명이 철회됐다.

이 모든 것이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가 가져 온 긍정적 효과다. 국회의 인사청문회는 2000년 6월 23일 ’인사청문회법‘이 제정되면서 도입되었다.

일각에서 국회 인사 청문회 제도에 대한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무지의 소치다. 제도가 아니라 운영이 잘못된 것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에서 인사청문회는 여러 순기능이 있다.

첫째, 행정부 견제 및 권력 남용 방지다. 대통령은 행정부 고위 공직자를 임명할 권한이 있지만, 이들은 국가의 주요 정책을 집행하고 국민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자리다. 따라서 의회는 인사청문회를 통해 대통령이 자질이 부족하거나 부적절한 인물을 일방적으로 임명하는 것을 견제한다. 이는 대통령에게 집중될 수 있는 권력을 대의기관인 의회가 감시하고 견제하는 핵심적인 장치다.

둘째, 공직 후보자의 자질 및 도덕성 검증이다. 인사청문회는 후보자의 전문성, 정책적 역량, 도덕성, 과거 행적 등을 심층적으로 검증하는 과정이다. 국민의 대표 기관인 의회가 공직에 임명될 인물이 과연 그 직책을 수행할 자격이 있는지 공정하고 투명하게 심사함으로써, 국민에 대한 책임성을 제고한다.

셋째, 국민의 알 권리 충족 및 공론의 장 역할 강화다. 청문회는 공개적으로 진행되어 국민들이 후보자에 대한 정보를 얻고, 정책 방향이나 사회적 쟁점에 대해 이해를 높일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는 단순한 인준 절차를 넘어, 중요한 공직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형성하고 여론을 수렴하는 공론의 장 역할을 한다.

넷째, 정치적 책임성 제고다. 인사청문회 과정을 통해 후보자는 자신의 능력과 비전을 제시하고, 의원들은 국민을 대신하여 날카로운 질문을 던짐으로써 정치적 책임감을 보여준다. 만약 부적격한 인물이 임명되거나, 의회가 제대로 검증하지 못했다면 그에 대한 정치적 비판과 책임이 따르게 된다.

이런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인사청문회는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인사청문 과정에서 공직 후보자가 허위 진술을 하거나, 재산 등 관련 자료를 거부 또는 고의적으로 누락하거나 거짓 자료를 제출하더라도 이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어 인사청문회의 객관성과 실효성이 저해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야당 시절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들의 자료 미제출을 국회 검증권의 침해이자 국민의 알 권리를 훼손하는 행위로 규정하며 강력하게 공격했다. 민주당은 후보자가 핵심 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으면 충분한 검증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며, 이는 ’맹탕 청문회‘나 ’깜깜이 청문회‘로 전락할 수 있다고 비판해 왔다. 그런데 자신들이 여당이 되어 후보자를 내세울 때는 개인 정보 보호 등을 이유로 자료 미제출을 묵인, 방조하고 있다. 이로 인해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통령의 독단적 임명 강행도 문제다. 국무위원의 경우 인사청문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아도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는 삼권분립의 정신을 훼손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명박 때 17명, 박근혜 때 10명, 문재인 때 32명, 윤석열 정부때 20명이 보고서 없이 임명되었다. 이런 제도적 결핍은 ‘인사 청문회의 무력화’를 가져왔다.

인사청문회가 후보자의 자질이나 도덕성 검증보다는 여야 간의 정치적 공방의 장으로 변질되는 것도 큰 문제다. 여당은 후보자를 옹호하며 방탄청문회를 만들고, 야당은 여당 공격에 치중하면서 본질적인 검증이 소홀해지고, 결국 ‘국민의 알 권리’나 ‘자질 검증’이라는 본래 취지가 퇴색되는 경우가 많았다.

인사청문 기간이 짧아 심층적인 자료 분석이나 증인 채택 등이 어려운 것도 치명적인 약점이다. 이재명 정부 1기 내각 후보자 19명의 청문회에 증인·참고인으로 채택된 것은 다 합쳐 7명뿐이었다. 한국에서 각종 의혹과 논란에 휩싸인 후보자들이 “인사청문회에서 소상히 밝히겠다”는 말을 종종한다. “청문회 하루만 버티면 끝난다”는 얄팍한 계산 때문으로 보인다. 이는 청문회에 대한 모독이다.

미국 의회 청문회의 경우 치명적인 의혹이 있는 후보자는 아예 청문회장에 참여할 수 없다. 그래서 미국 의회에서는 일단 청문회가 개최되면 정책 청문회가 되고, 청문회장에 후보자 가족들도 참석할 수 있는 것이다. 윌리엄 바 미국 법무장관 지명자는 지난 2019년 1월 미 의회 상원 인사청문회장에 여덟 살짜리 손자를 데리고 나왔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신상 검증을 통과해 청문회 참여 자격이 부여되고 정책 질의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 인사 청문회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선 인사청문회 처벌 규정 강화, 사전 검증 및 검증 정보 공유 시스템 구축,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의 실질적 구속력 확보, 정책 능력 및 전문성 검증 강화, 청문 기간의 합리적 조정 등을 제도화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보좌진 갑질 의혹과 거짓 해명으로 논란에 휩싸인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 강행 의사를 밝혔다. 이 대통령은 22일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 재송부를 국회에 요청했다. 재송부 기한은 24일까지로 정했다. 그때까지 국회가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으면 이 대통령은 강 후보자를 장관으로 임명할 수 있다.

역대 정부마다 인사에 대한 민심 악화를 외면하다가 국정 부담을 자초하는 일이 많았다. 따라서 이재명 정부는 집권 초기 높은 지지도에 도취 되지 말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인사를 해야 할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그동안 “국민의 목소리가 국정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해 오지 않았는가. 사회적 약자를 돌봐야 할 여성가족부 장관이 ‘보좌관 갑질’이라는 치명적 결격 사유가 있는 데 임명을 강행한다는 것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오만과 독선으로 비쳐 질 수 있다. 이는 민심 이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당장, 에너지경제신문?리얼미터 7월 3주차 조사(14-18일)에서 이재명 대통령 지지도가 62.2%를 기록하면서 취임 이후 처음으로 하락했다. 지난 주 대비 2.4%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서울 지역(58.0%)의 경우 무려 7.4%포인트 하락했다. 주요 장관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 논란 심화가 주된 이유로 보인다.

진보 성향 단체인 민주노총과 참여연대는 강 후보자 지명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민주노총은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누구도 차별받지 않는 나라, 성별·장애·출신·성적 지향·고용 형태에 따른 차별을 철폐하겠다’는 기조를 밝혔다”며 “그러나 강 후보자 지명은 이런 약속과 배치된다”고 했다. 참여연대도 “강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보좌진에 대한 ‘갑질’ 해명 과정에서 거짓 해명으로 공직자와 정부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며 “공적 권한의 사적 남용인 ‘갑질’과 청문회장의 거짓말은 치명적 부적격 사유”라고 했다.

노무현 정부때인 2006년 7월21일 취임한 김병준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은 13일, 문재인 정부 때인 2019년 9월 9일에 취임한 조국 법무부 장관은 34일 만에 사퇴했다. 두 장관 모두 여론의 압박을 이겨내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강 후보자가 장관으로 임명되면 향후 ‘국회 업무 보이콧’ 등을 통해 장관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강선우 후보자가 임명되더라도 ‘갑질 이미지’가 덧씌워져서 확대?개편될 성평등 가족부 초대 수장으로는 부적절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초기 내각 인사 실패가 이재명 정부의 국정 운영 동력의 약화로 이어지지 않기 위해 강 후보자는 “국민께 사죄”한다며 사퇴를 표명했다. 사필귀정(事必歸正)이다.

이제 여당도 바뀌어야 한다. 인사청문회를 정상화시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강구해야 한다. 대통령제에서 인사청문회 제도는 여야가 함께 행정부를 견제해서 건강한 정부를 만들 수 있는 최상의 수단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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