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안은 천혜의 조선소
한국의 조선산업은 1970년대 이후 국가적 중화학공업 육성 정책과 함께 태동했습니다. 경남 거제를 중심으로 대우조선, 삼성중공업 등 대형 조선소가 이 시기 집중적으로 세워지며 중심지로 부상했습니다.
경남의 거제, 통영 등 남해안 일대는 넓은 해안선과 대형 선박 건조와 해양플랜트 제작이 가능한 평탄한 부지, 연간 일조량(거제 2518시간, 남해 2532시간)과 적정한 평균습도(68%) 등 모든 측면에서 글로벌 조선산업의 최적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경남 거제와 통영 일대는 대형 조선소 외에도 핵심 후방산업으로 대형 철 구조물 블록업체와 용접, 엔진 부품, 밸브, 보냉재, 배관, 조타장치, 전기·통신 등 기자재 산업이 밀집 발달해 있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대기 및 해양오염과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전 세계 조선업의 아젠다는 '친환경'이 됐습니다. 액화천연가스(LNG) 연료 추진 기술, 전기 및 하이브리드 추진 기술, 수소 및 암모니아 연료 등 친환경 동력 기술이 미래 핵심기술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장기 불황을 겪으며 설계, 엔지니어링 관련 기술 인력은 물론 숙련된 현장 근로자들이 많이 빠져나가 전문직 인력의 부족은 심각합니다. 현재 외국인력 위주의 충원은 자칫하면 업무 효율의 하락은 물론 부실과 안전사고 위험을 높이고 있습니다. 중앙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기업들의 구조적 대비책이 시급합니다.
미국 해군의 선택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쇠퇴한 미국 조선업이 패권 경쟁의 결정적 결함임을 인식하고 한국에 'SOS'를 치고 있습니다. 미·중 패권전쟁이 격화해 서방 국가의 전함과 유조선이나 상선 시장에 중국의 진입이 제한되는 현실은 우리에게는 기회입니다.
미국은 해군 군비 증강을 위해 함정 유지·보수·정비(MROl) 사업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대형 조선소는 미국 해군보급체계사령부와 미 함정 유지, 보수, 정비를 위한 미국 정부와 조선 업체 간에 함정정비협약(MSRA)이 체결됐습니다.
우리 조선소는 향후 5년간 미국 해상수송사령부 소속의 지원함과 전투함 MRO 등 다양한 함정 정비사업에 참여할 자격을 얻게 됐습니다. 우리의 대형 조선소들이 한미 조선·해양 동맹을 구축하며 미국 및 필리핀 등지의 조선소를 인수하는 등 글로벌 시장 진출에 역량을 투입하는 것은 시의적절해 보입니다.
미국 대학교의 조선 전문 교수들과 미 해군 관계자들이 경남 일대의 조선소와 기자재 기업을 시찰한 후 이구동성으로 한국의 기술과 경쟁력에 놀라워했다는 소식도 고무적입니다. 한국이 부족한 부문은 우방국과의 협력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고 조선산업 생태계를 국가전략으로 재구축할 필요가 대두되고 있습니다.
글로벌 함정 MRO 시장 규모는 80조원, 미국만 해도 20조원에 달합니다. 미국은 동맹인 한국에 MRO나 수리 외주를 맡기면 수리 시간, 보안,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습니다.
조선산업은 30억달러짜리 함정을 수주하면 퇴역할 때까지 건조비에 상응하는 MRO 물량이 나오는 구조입니다. MRO만으로는 조선산업의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으나 지속적인 유지보수를 통해 장기적으로 협력관계가 구축되기 때문에 놓칠 수 없는 전략적 포석이며 수익원입니다.
“중국 조선업 경쟁자이지만 협력도 강화해야”
중국은 조선업 종합 경쟁력 평가에서 이미 우리를 앞질러 글로벌 1위가 되었습니다. 이는 중국 정부가 '해양 굴기’ 전략으로 법인세를 감면하는 등 다양한 정책으로 조선 산업을 밀어주어 기술력과 생산능력이 빠르게 향상된 결과입니다.
중국의 가공할 강점은 조선업이 불황일 때 국가가 해운과 조선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국영선사를 독려해 폐선(廢船) 보조금과 직접 자금을 지원하며 선(先)발주하게 하거나 국수국조(國輸國造) 정책으로 중국의 수출입 화물은 반드시 중국 선박으로 수송하게 한다는 점입니다.
중국은 친환경 및 대체 연료 선박인 LNG선, 메탄올 연료 선박, 크루즈선, 대형 컨테이너선, 심해 및 원양 풍력 발전 설치 선박 등 다양한 선박 유형을 성공적으로 건조하며 고부가 가치 분야에서도 기술의 축적과 경험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중국은 생산성을 높이고 비용 절감을 위한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기술을 활용해 선박 건조 및 운영 과정을 디지털화하는 스마트 조선소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중국이 신기술에 기반한 친환경 등 미래 조선 분야에서 강력한 경쟁력 갖추고 우리를 따돌리는 것은 시간문제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중국은 조선업 글로벌 공급망에서 최상위 포식자이자 우리의 강력한 경쟁자이지만, 우리는 조선 기자재의 중국산 의존율이 낮지 않아 서로 협력할 공간이 적지 않습니다. 우리가 공급망의 내재화를 추진하면서 우리가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확실히 받는 전략적 구조라면, 반중(反中) 정서에 매몰되어 협력의 기회를 놓치는 것은 지혜롭지 못합니다.
중국이 글로벌 조선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여 우리를 앞지르기 시작했다는 것을 우리는 위기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최근 경상남도는 미래형 첨단 조선산업을 위해 AI·빅데이터, 친환경·자율운항 선박, 스마트 야드 등 첨단 분야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조선업의 미래는 기술개발과 특허 등 지식재산권의 확보에 달려 있습니다. 중앙정부는 중국에 버금가는 예산지원과 조선산업에 대한 세제 혜택 등 특단적 조치가 이루어져야 중국과의 경쟁에서 공급망 안정화, 품질경쟁력, 기술혁신으로 시장 점유율 확대로 밀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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