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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누가 대통령 되든 노동개혁은 멈추면 안 된다
 
2025-04-30 10:01:02
◆ 정재욱 변호사는 한반도선진화재단 The 새로운 생각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미룰 수 없던 노동개혁이 이룰 수 없는 과제가 되어가고 있다. 무너진 정권의 개혁 추진과제를 살펴보는 것만큼 미련한 일은 없겠지만, 노동개혁을 역사의 뒤안길로 그냥 흘려보내기에는 너무나도 아쉬움이 크다. 윤석열 정권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근로시간 제도 개편,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 개편,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노동규범 현대화, 노동약자 보호 등 굵직한 노동개혁 과제는 주 69시간제 논란과 여소야대 국면에서 결실을 못보고 좌초했다. 그나마 노동 현장의 불합리한 관행을 바로 잡았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노사 법치주의의 확립 성과를 제외하면 제대로 추진되거나 완수된 노동개혁 과제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윤석열 정권’에 대한 비난과 반감, 개혁 실패에도 ‘대한민국 정부’의 노동개혁은 이대로 멈출 수 없고 결코 포기해서도 안 된다. 노동개혁의 궁극적 목표가 노사 갈등 야기나 기업만의 이익의 보호가 아닌 약자 보호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러 논란과 비판에도 노동개혁은 미래세대를 위해 절실하다는 당위성을 누구도 부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해결은 양극화와 사회경제적 격차 해소는 물론이고, 노동시장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도 절실하다. 한국의 노동시장은 고용형태(정규직·비정규직)와 기업규모(대기업·중소기업)에 따른 격차가 크다. 처우가 좋은 대기업-정규직은 소수인데, 상대적으로 처우가 열악한 대기업-비정규직, 중소기업-정규직, 중소기업-비정규직은 다수를 차지한다. 정규직에 대한 엄격한 고용 보호와 비정규직에 대한 낮은 보호로 인해 이런 이중구조가 고착했는데, 이로 인한 소득불평등이 심화하고 일자리 창출이나 노동생산성 및 국가경쟁력 향상에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24 한국경제 보고서’에서 한국이 노동 정책 등에 대한 광범위한 개혁과 규범·관행 변화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면서 핵심 권고사항으로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위해 정규직 보호를 완화하고 (비정규직에 대한) 사회보험 가입을 확대할 것을 제안했다.

인공지능(AI)·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현행 노동법이 산업화 시대의 ‘공장법’에 머물러 있다 보니 산업 발전은 물론 노사 갈등 해소나 노동자 보호에 있어서도 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 디지털 대변혁이 일어나 이제 일하는 시간·방법·장소 등에 급격한 변화가 생겼다. 하지만 임금 체계는 연공급으로, 근로시간은 공장제를 기초로 여전히 굳어져 있다.

업무 성과나 결과에 따라 임금을 달리 하기도 어렵고, 경직된 주 52시간제 때문에 경기 상황이나 산업 특성을 고려한 사업 운영이 어렵다. 이런 문제는 한국 반도체산업의 경쟁력 악화 요인으로 지목돼 한시적으로 주 52시간제를 풀어주는 ‘반도체 특별법’이 발의되기도 했다. 또한 이제는 보편화된 재택근무·원격근무에 대한 법 제도화도 요원한 상황이어서 이로 인한 갈등은 온전히 노사가 짊어져야 할 몫이다.

물론 인기 없이 무너진 정부의 정책을 계승하거나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좋은 정책이 환자의 생명을 살린다 하더라도 환자에겐 매우 고통스러운 항암 치료 같다면, 이를 선뜻 다시 추진하기도 쉽지 않을 수 있다. 적게 일하고 돈은 많이 벌게 해주겠다는 약속이 실상은 일자리는 줄이고 실업자를 양산하는데도 유권자의 표를 노리고 끊임없이 되풀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비정규직보호법이 비정규직을 양산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주4일제 도입은 일자리 감소를 촉발할 우려가 있다. 국가에 꼭 필요한 개혁이라면 인기가 떨어지고 표를 잃더라도 용기 있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

중도좌파 사회민주당을 이끈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는 과감한 노동 개혁으로 낙선의 아픔을 겪었다. 하지만 그의 노동개혁이 독일경제 회복의 좋은 밑거름이 된 것처럼, 조기 대선에서 보수·진보 어느 정권이 들어서든지 차기 정부는 대한민국의 미래와 국민경제 발전을 위해 더는 미룰 수 없는 노동개혁을 제대로 완수해 주기를 근로자의 날(5월 1일)을 앞두고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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