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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스트] AI와 노동개혁
 
2025-03-25 10:06:42
◆ 조준모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전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책위원)의 칼럼입니다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주인공 존 코너는 "운명은 바뀔 수 없다. 다만 심판의 날이 늦춰졌을 뿐"이라는 대사를 한다. 인공지능(AI)이 인류 심판의 날의 전주곡을 알리듯이 생태계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미국은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 칩을 활용한 챗GPT를 개발했다. 중국도 딥시크를 개발했다. AI는 거대언어모델(LLM) 개발을 넘어 추론형(Neuro-Symbolic) AI로 발전해가고 있다. 팰런티어와 같은 AI 소프트웨어 기업은 빅데이터를 분석하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미사일 표적 정보 제공, 코로나19 감염 경로 추적 등의 국방·보건 업무를 넘어 민간기업 컨설팅 사업으로 진출해 가짜노동 줄이기 등 AI가 노동을 대체하는 첨병 역할을 해가고 있다.

이 거대한 파고 속에 우리는 어떤 대비를 하고 있는가? 우리는 정치적 이슈에 갇혀 노동개혁의 적기를 놓치고 있다. AI 생태계의 핵심은 창의적 기업 활동과 기술 혁신인데, 현재 AI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은 노동 규제다. 반도체 칩 개발 과정 중 연구개발(R&D) 단계에서 수천 번의 검증이 필요하지만, 주52시간 근로 규제로 인해 작업이 중단되는 게 현실이다. 노란봉투법은 강성노조의 기득권을 강화하고, 근로조건 결정의 집단성을 확대해 노동시장의 개별화를 저해한다.

AI 시대에 적합한 노동법은 전통적인 고용 개념에서 벗어나 복수의 사업장에서 다양한 근로조건하에 일하는 노동자까지 폭넓게 보호하는 체계다. 1950년대 만들어진 경직적인 공장 노동법은 AI-유연안전성의 방향으로 개혁해 근로조건 결정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보장하는 노동계약 법제로 재건축돼야 한다. 통상임금 분쟁에 나타나듯이, 노동법은 영세사업장 근로자는 보호하지 못한 채 대기업 노동시장의 표준기준이 돼 프로메테우스 침대가 돼버렸다. 이는 노동법이 약자 근로자 보호라는 목적에 충실하지 못하고 노동시장 강자를 위한 도우미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AI 선진국들은 이미 다양한 하이브리드 근로 모형을 도입하고 있다. 미국의 업워크, 중국의 알리바바 등 대기업들은 마이크로 일자리를 확대하며, 내부 직원 중 일부를 프로젝트 기반 계약직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정보기술(IT) 고급 인력은 여러 기업에서 동시에 근무할 수 있도록 허용되며, 스타트업과 대기업 간 인력 공유도 활성화되고 있다.

우리는 왜 여전히 구식 공장법이 요구하는 획일적인 근로조건에 묶여 있는가? 건강권은 국가가 보호하되 노동총량은 노사 자치로, 근로시간의 선택은 개인이 할 수 있도록 노동 규제를 개편해야 한다. 1일 근로시간 상한을 폐지하고 1일 최소 연속휴식시간을 보장하고, 획일적인 '저녁이 있는 삶'이 아니라 다양한 '내가 설계하는 삶'으로 노동 규제를 개혁해 근로시간의 결정권을 노동법이 아니라 근로시간의 주권자인 개인에게 보장해 줘야 한다. 주40시간에 집중된 소정근로시간도 20시간, 30시간으로 다양한 근로조건을 계약해 정규직 파트타임이 늘어나고 연차휴가도 지금처럼 근속연수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20일 이상 범주에서 근로자와 기업의 필요에 따라 자율계약으로 체결하게 해야 한다.

한편 AI-유연안전성의 안전성을 위해 사회안전망을 디지털로 통합해야 한다. 소득과 고용 정보를 실시간으로 통합 관리할 수 있도록 '데이터 고속도로'를 마련하면, 넷플릭스 방식의 개인 맞춤형 직업훈련과 고용서비스를 제공하고 사회안전망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다. AI 시대에 대한민국의 청년들을 위해 양질의 일자리들이 왕성하게 창출될 수 있도록 노동개혁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실천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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