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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주 52시간 획일적 규제 바로잡아야
 
2025-02-24 11:46:23
◆ 김원식 조지아주립대 객원교수 겸 국대 명예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조화사회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국회에서 모든 학생의 학습시간을 규제하는 정규수업 포함 학습시간 주 52시간제법안을 통과시켰다고 하자. 이제 모든 학생은 어떤 상황에서도 주당 52시간을 넘어서 학습하면 부모나 교사가 처벌받는다. 학생의 건강을 해치기 때문이고 즐겁고 행복한 젊은 시절을 누릴 기회가 있어야 한다고 법안은 밝히고 있다. 학생들은 당연히 반길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는 미래의 기회를 박탈하는 함정이라는 것을 곧 알게 될 것이다. 공부시간을 정해놓고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간섭하면 공부가 제대로 될 턱이 없다.

 

근로시간 주 52시간제가 바로 이와 유사한 제도다. 자발적 학습의 성과가 시간과 비례 관계이듯, 근로소득도 개인의 선택에 따른 근로시간과 비례적 관계다. 52시간제는 근로자의 일·가정 양립, 장시간 근로에 따른 생산성 하락 예방, 기존 근로자의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새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며 도입한 제도다.

 

그러나 근로시간을 제한함으로써 생계에 필요한 소득 증가의 기회를 박탈하고 빈곤 탈출을 위한 노력을 억제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당장 가정을 꾸릴 내집을 마련해야 하고 자녀들의 사교육비를 충당하기 위해 불철주야 일을 해도 시원치 않은데 법은 이들의 욕구를 원천봉쇄했다. 근로시간을 억지로 줄인다고 기업들이 신규 고용을 더 할 거라는 것은 환상이다.

 

반도체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자 하는 반도체법 제정을 둘러싸고 주 52시간 근로를 면제하는 특레조항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국내 반도체산업 위기가 심화하면서 주 52시간제를 통한 근로체계로는 도저히 생산성을 높이기 어려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게 산업계의 호소다. 소수의 인원이 집중적으로 장시간 해야 하는 일이 있고, 신규 채용을 해서 다수의 인원이 일을 나눠 하는 게 효율적인 업무도 있다. 모두 기업 경영자가 선택할 문제다.

 

문제는 국내 기업이 글로벌 기업들과 무한경쟁에 처한 상황이다. 정치권의 포퓰리즘은 집권만을 위한 우물 안 개구리가 돼 버려 이런 상황이 잘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국회가 특별법과 예산으로 적극 지원해도 산업 및 기업 내부의 특성을 무시한 정책은 성공할 수 없다. 기업의 자율성을 인정하고, 특별법이든 혹은 예산이든 지원이 따라야 하는 것이 성장의 기본이다. 순서가 거꾸로 되면 생산성은 오르지 않는다. 오히려 업계가 국제적 경쟁력을 높인다는 빌미로 이것저것 더 많은 지원만 요구하면서 정부 탓만 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반도체뿐 아니라 모든 분야 기업이 마음껏 활동할 여건을 만들어 주는 첫 단추가 주 52시간 근로제 철폐다.

 

이런 문제에도 52시간제가 법제화된 것은 공기업·대기업 정규직 근로자 중심의 강성 노조와 야당의 연대성 때문이다. 이들은 임금 협상력이 강해 근로시간 단축에도 임금 손실을 보상받을 수 있고 근로시간 제한으로 여유시간도 챙길 수 있다. 이들은 임금이 높고 장기 재직도 보장될 뿐 아니라 인건비 상승을 하도급으로 전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범주에서 조금만 벗어난 중소기업 비정규 근로자에게는 기회 없는 노동시장이 된다. 경직된 노동시장은 사회에 첫발을 딛는 청년들에게는 더 치명적이다.

 

노동시장은 모든 사업장과 근로자를 하나의 잣대로 재단하는 사회법의 범주에서 벗어나, 취약 근로자들을 보호하는 역할과 근로자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자유계약 시장으로 진화해야 한다. 반도체특별법 논의는 주 52시간제 철폐와 함께 근로기준법의 유연성을 대폭 확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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