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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가업 상속 외면한 野 개편안은 눈속임
 
2025-02-19 14:59:29
◆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경제질서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로마 시대에는 가족 간 재산 상속에는 세금이 없었다. 상속재산의 5%를 납부하게 한 예외 규정이 있긴 했는데, 유언에 따라 가족 이외의 사람이 재산을 물려받을 경우였다. 가족 재산은 가족의 해체를 막는다. 로마가 2206년이라는 장구한 세월 동안 유지된 것은 상속권이 이처럼 철저히 보장됐던 것이 주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국가든 기업이든 지속적 발전에는 원활한 권력 및 유산(legacy)의 승계가 매우 중요하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가족의 재산 및 기업의 승계가 중대한 어려움에 봉착했다. 이는 국가의 쇠락으로 이어질 것이다. 상속·증여세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주 갑작스럽게 상속세 완화 추진 방침을 밝혀 모두가 그 진정성 여부를 궁금해한다. 그는 현행 ‘일괄 공제 5억 원, 배우자 공제 5억 원을 각 8억 원, 10억 원으로의 증액’할 것을 제안했다. 무언가 고민한 흔적을 보인 것은 긍정적이나, 아쉬움이 남는다. ‘일괄 공제’와 ‘배우자 공제’만 거론한 것이 그렇다. 자녀가 없으면 일괄 공제는 소용이 없고, 배우자가 없으면 배우자 공제도 무소용이다. 지금 상속·증여세를 가장 두려워하는 계층은 연로한 기업가들이다. 가업 승계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도무지 해법이 없다. 그런데도 이 대표는 기업 상속세 문제에 대해서는 외면한다. 왜일까? 사람은 표(票)가 있지만 기업은 표가 없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우리나라의 상속세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현재 상속세 세율은 과세표준이 1억 원 이하면 10%, 5억 원 이하면 20%, 30억 원 초과 때는 50%다. 30억 원이 넘으면 절반을 국가가 떼어 간다. 최대주주의 주식 상속에는 할증이 붙어 최대 60% 세율이 적용된다. 최대주주 할증제도는 한국 외엔 어느 나라에도 없다. 상속은 개인과 기업의 경제적 부를 대대로 이어가며 지속적으로 확장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그런데도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세율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세대를 건널 때마다 가족과 기업의 재산이 국가에 약탈당하는 지경이다. 고액의 자산가는 해외 탈출을 고민하거나 이미 탈출하고 있다. 그래서 필자는 2023년 여러 전문가와 함께 ‘국가의 약탈 상속세’ 책을 썼다.

기업 상속은 주식 승계를 의미하는데, 주식을 상속받았다고 해서 현금을 손에 쥐는 것이 아니다. 주식 상속 그 자체는 ‘미실현 이익’이라는 말이다. 이 미실현 이익에 60%의 세금을 매겨 그에 상당하는 현금을 내라는 것은 기업을 처분해서 세금을 납부하라는 말과 같다. 기업의 연속성은 단절된다. 상속세제에 연동돼 있는 증여세도 마찬가지이다. 젊은 세대에 증여를 할 수 없게 만들어 뒀으니 국가의 부(富)가 노년층에 편중됐다. 젊은 층의 창업과 도전 의지가 소멸돼 국가의 활력이 떨어졌다.

주식의 경우 부모가 재산을 물려줄 때는 과세하지 않고 이후 후대가 자산을 팔아 실제 이익이 발생했을 경우 세금을 물리는 방식인 ‘자본이득세제’ 도입이 시급하다. 이런 획기적 조치 없는 상속세 개편은 미봉책일 뿐이다. 한 번 개편하면 수십 년이 또 속절없이 지나간다. 이런 나라의 젊은이, 기업인과 기업들에 무슨 의욕과 희망이 있을 것인가. 이 대표는 기업을 구하고 나아가 나라를 구할 절호의 기회를 일부러 놓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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