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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부동산 정책 오해와 진실(12) 빚내서 집 사는 게 어때서?
 
2024-02-08 13:04:31
◆정수연 제주대학교 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부동산정책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출생 문제 해결과 청년주거문제 해결의 일환으로 ‘신생아 특례 구입대출’이 1월 29일부터 시행됐다. 최저 연 1.6% 금리로 최대 5억 원까지 빌릴 수 있다. 가계부채가 위험 수준만 아니라면 이런 대출완화정책은 젊은 부부뿐만 아니라 청년 전체에도 시행될 수 있었을 것이다.

내 집 마련의 꿈을 꾸는 청년들에게 주거 사다리 한 칸 보태주는 이런 정책은 역사가 길다. 생애 최초 주택자금 대출은 2001년에 처음 시작됐다. 그 이후 보금자리론을 비롯해 다양한 정책금융이 지원됐다. 그리고 이런 정책은 죄가 아니다. 오히려 권장되고 강화돼야 한다.

그러나 부동산이 정치와 결합해 화학작용을 일으키며 ‘발열’되는 나라에서는 종종 그 반대의 반응이 나오기 마련이다. 아니나 다를까 정책을 발표하자마자 바로 ‘빚내서 집 사라’는 죄악이라며 사방에서 화살이 날아온다.

그러면 ‘빚내서 집 사라’가 아닌 ‘현찰로 집 사라’는 것일까? 금수저가 아닌 다음에야 현찰로 집을 사는 이는 대한민국에 없다. 부모가 턱턱 내어주는 현찰 없이 자력으로 생활을 꾸려가는 능력 있는 흙수저에게 그 말은 어떻게 들릴까? “빚내서 집 사는 게 죄악이니 현찰 없는 게 죄악이구나!”라고 느낄 것이다. 그야말로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시대라 할 것이다.

“빚내서 집 사라가 죄악이면 현찰 없는 게 죄악이고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시대를 여는 사람들이다.”

“집값 하락기 지원 우선순위는 청년”

미국 정부는 말한다. “청년들이여! 빚내서 집 사라!” 미국 주택도시개발부(HUD)는 금융회사와 협약을 통해 저금리 대출을 제공한다. 집값의 20%는 다운페이먼트라고 해 청년이 마련하지만, 나머지 80%에 대해서는 저금리 대출이 가능하도록 길을 열어놓는다. 청년들을 자기 지역에 계속해서 거주하게 만들고 싶은 미국의 지방 정부들은 종종 그 20%의 다운페이먼트에 대해서도 절반을 지원해주거나 다양한 방법의 간접지원책을 마련한다.

“빚내서 집 사라가 뭐가 어때서?” 우리의 작금의 상황을 듣는다면 미국인들은 되물을 것이다. 가계부채가 천정부지 높다고 해서 미래 세대들에게 현찰로 집을 사라고 하는 것이 될 말인가? 집값 하락기인 이 시점에 누군가 집을 살 수 있게 지원해줘야 한다면 우선순위는 청년들이다. 그들에게 길을 열어주는 것은 폭풍우 치는 밤에 마지막 남은 한장의 우비를 입히는 심정으로 기성세대들이 할 일이다. 처마 끝에 애처롭게 서 있는 그들에게 처마의 가장 안쪽에 앉아 있으면서 “어디 감히 능력도 없는 것이 우비를 입으려 드느냐”고 윽박지르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신종 가스라이팅을 멈춰야 한다. 빚내서 집 사는 건 죄악이라는 세뇌는 우리 청년들을 영원히 월세 소작농으로 묶어놓기 위한 가스라이팅이다. 청년들에게는 빚내서 집을 사되 소득의 30% 이상을 이자상환에 쓰지 않도록 경제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다. 너는 신용불량자가 될 수도 있고 파산을 할 수도 있으니 아무것도 하지 말고 숨만 쉬라는 게 기성세대들이 할 말인가? 그들이야말로 청년들의 자립을 방해해 종속시키고자 하는 욕심 많은 사람들이라 할 것이다.

자기 능력에 기대 신용평가를 받고 그 능력껏 집을 사고 싶은 청년들을 지원하는데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부동산 대책이 아닌 청년 정책의 일환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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