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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투데이] 총선은 절박함과 새로움의 싸움이다
 
2023-09-06 14:31:05
◆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치개혁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내년 총선을 7개월여 앞두고 여야가 깊은 딜레마에 빠져 있다. 국민의힘이 직면한 딜레마는 첫째, 윤석열 대통령 성과로 총선을 치르겠다고 구상을 밝혔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국정 운영 지지도는 30%대 초·중반에서 고착화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2022년 5월 둘째 주 한국갤럽 조사에서 윤 대통령 직무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52%, 부정 평가는 37%였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2달 정도 지난 2022년 7월 1주 조사에서, 윤 대통령 지지도는 부정 49%, 긍정 37%로 처음 데드크로스가 발생했다. 그 이후 지지도는 30%대에서 고착화되면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다시 긍정이 부정을 앞서는 골든크로스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최근 선거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담당하는 2030 세대에서 윤 대통령 지지도는 20%대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도 큰 악재다. 한국 갤럽 8월 다섯째 주(29~31일) 조사에서, 20대와 30대에서 긍정 평가는 각각 22%와 21%였고, 부정 평가는 66%와 68%였다. 한국 정치에선 ‘25%-65% 법칙’이 있다. 통상 대통령 국정 운영 긍정 평가가 25% 아래로 떨어지고, 부정이 65% 이상이 되면 민심 이반이 극대화되면서 선거에서 승리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 2030 세대에서 이런 법칙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은 국민의힘에겐 최대 위기다.

한편, 윤석열 정부 출범 1년 3개월 시점에 핵심 정책 분야에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보다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갤럽 8월 2주 정책 분야별 평가 조사(8~10일) 결과, 대북 정책만 긍·부정이 40%대에서 엇비슷했고, 다른 분야에선 긍정률이 상당히 저조했다. 경제 27%, 복지 37%, 교육 23%, 외교 36%, 인사 19%였다. 부동산 정책(갤럽 7월 4주 조사)에서는 긍정 31%, 부정 44%였다. 이렇게 윤석열 정부 핵심 정책 분야에서 부정이 긍정을 크게 앞서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의 성과로 총선을 치르겠다는 주장은 공감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둘째, 국민의 힘 지지도는 민주당을 앞서고 있지만 ‘정권견제론’이 ‘정부지원론’보다 시종일관 높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갤럽의 5월 1주부터 8월 1주까지 총 13차례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도는 단 한 차례(5월 3주 차)를 제외하고 민주당보다 우세였다. 그런데 내년 총선과 관련해 ‘현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정부지원론’보다 ‘현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정부견제론’이 월등하게 높게 나왔다. 가령, 7월 4주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35%)은 민주당(29%)보다 6%p 높게 나왔다. 하지만 8월 1주 조사에서 정부견제론(48%)이 정부지원론(36%)보다 12%p 더 많았다. 집권당인 국민의힘이 정부를 지원할 만한 역량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많다는 것을 함축한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사가 공동 시행한 ‘전국지표조사(NBS)’ 8월 5주 차 조사(28~30일)에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직무수행 평가에서, ‘잘하고 있다’ 28%, ‘잘못하고 있다’ 52%로 부정적 의견이 과반을 차지한 것도 이런 생각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셋째, 국민의힘은 보수 가치 강화와 중도 외연 확장 사이에서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해 보수 이념 가치를 강조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광복절 축사에서 “공산전체주의를 맹종하며 조작선동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를 교란하는 반국가 세력들이 여전히 활개 치고 있다”고 했다. 지난달 28일 국민의힘 연찬회에서는 “제일 중요한 게 이념이다. 뒤로 가겠다는 세력과는 싸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최근 국립외교원 60주년 기념식 축사에서 “지금 우리의 자유는 끊임없이 위협받고 있다”며 “아직도 공산전체주의 세력과 그 기회주의적 추종 세력 그리고 반국가 세력은 반일 감정을 선동하고, 캠프 데이비드에서 도출된 한·미·일 협력체계가 대한민국과 국민을 위험에 빠뜨릴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잇따르는 자유민주주의 수호 및 ‘공산전체주의 세력’ 비판 메시지는 보수 지지층을 결집하는 데는 어느 정도 기여하고 있지만 ‘중도 외연 확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가령, 한국갤럽 8월 다섯째 주(29~31일) 조사 결과, 중도층에서 윤 대통령 지지도와 국민의힘 지지도는 각각 24%와 26%로 전국 평균보다 각각 9%p와 8%p 낮았다는 것이 이를 입증해 주고 있다.

민주당도 3대 딜레마에 빠져있다. 첫째,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 세게 잼버리 대회 파행 등을 규탄하는 파상적인 대여 투쟁을 벌였지만 정작 민주당 지지도는 정체?추락하고 있다. 가령, 한국갤럽 8월 5주 조사 결과, 응답자의 75%는 ‘오염수 방류로 우리 해양과 수산물이 오염될까 걱정된다’고 했고, 60%는 ‘수산물 먹기가 꺼려진다’고 했다. 민주당은 일본 정부가 지난달 24일 후쿠시마 오염 처리수 방류를 시작하자 대대적인 장외 투쟁을 전개했다. 그런데 한국갤럽 8월 5주 차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27%로 이재명 대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민주당 지지도는 전주 대비 서울지역에서 11%p, 30대에서 16%p, 40대 9%p, 호남에서 8%p 추락했다. 대여 투쟁을 이끌고 있는 이재명 대표 리더십의 한계를 잘 보여주는 것이다.

둘째, 이재명 대표 사법 리스크를 둘러싼 딜레마다. 작년 8월 이재명 대표 체제가 출범한 후 1년 동안 민주당은 김대중?노무현 정신을 계승하는 민주당이 아니라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바뀌면서 ‘민주당다움’을 잃어버렸다. 지난 1년 동안 민주당에는 ‘민생, 혁신, 통합, 도덕, 내 탓’은 실종되고 ‘방탄, 투쟁, 분열, 비리, 네 탓’만 난무했다. 결과적으로 민주당의 정부견제론 능력이 의심받고 있다. 한국갤럽 8월 1주 조사 결과, ‘정부견제론’(48%)이 ‘정부지원론’(36%)보다 12%p 앞섰다. 그런데, 민주당 지지도는 겨우 31%에 불과했다.

셋째, 이재명 대표의 단식 투쟁을 둘러싼 딜레마다. 이 대표는 지난달 31일 당 대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 모두 발언에서 ”사즉생 각오로 민주주의 파괴를 막아내겠다“며 ”마지막 수단으로 오늘부터 무기한 단식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무능 폭력 정권을 향해 ‘국민항쟁’을 시작하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지난 1일 국회 본청 앞 단식투쟁 천막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정권의 퇴행과 폭주 그리고 민생 포기, 국정 포기 상태를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데 이 일방적 폭력적 행태를 도저히 그대로 묵과할 수는 없지만 막을 다른 방법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이 대표의 단식 투쟁이 형식과 내용에서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비난이 많다.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와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을 회피하려는 ‘방탄 단식’이라고 보고 있다. 또한 낮에만 나타나고 밤에는 보이지 않는 ‘출퇴근 단식’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정치인의 단식은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명분이 강하고 국민 공감을 얻으면 국면을 전환하는 데 효과적이다. 

1983년 김영삼 대통령의 23일간 단식, 김대중 대통령의 지방자치 전면 실시를 위한 13일간 단식이 대표적이다. 반면, 명분이 약하고 국민의 공감과 여론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 오히려 역풍이 분다. 2016년 야당이 김재수 농림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통과시키자 정세균 국회의장의 사퇴를 요구하면서 집권당인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한 7일간의 단식 농성은 ‘최순실 국정농단 무마용’이라는 지적받으면서 실패했다.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2019년 11월 KBS에 출연해 당시 야당이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주간에는 청와대 앞에서 단식을 하다 야간에는 국회 본청 앞에 마련된 천막에서 잠을 잔 것을 두고 ‘출퇴근 단식 투쟁’이라고 조롱한 바 있다. 또한 그는 “단식은 어떻게 보면 마지막 수단인데 지금 정기국회 중인데 야당 대표가 단식을 한다는 건 좀 안 맞는 콘셉트 같다”며 “단식할 때는 국민적 공감대, 동감, 이런 게 있어야 하는데 엉뚱하게 지금 하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 대표와 황 전 대표의 실패한 단식과 무엇이 다른가? 이재명 대표의 단식에는 비장함도 없고, 명분도 약해 대체적인 여론의 흐름이 냉담하다. 유승민 전 의원은 “구속을 피하기 위한 방탄 단식이냐?”고 되물으며 “아무런 감동도, 울림도, 안타까움도 없는 단식이다”라고 혹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야 모두 치명적인 딜레마에 빠져 있다는 것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몇 가지 중요한 정치적 함의를 담고 있다. 첫째,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국민의 신뢰를 잃고 있다. 여야 모두 유권자들의 비호감도가 60%에 달하며 호감도보다 두 배가량 높은 상황이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한국 갤럽 8월 1주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에는 30%가 ‘호감이 간다’(이하 ‘호감도’), 61%가 ‘호감 가지 않는다’(이하 ‘비호감도’)고 답했다. 더불어민주당에 대해서도 그 비율이 30%:61%로 같았다. 비호감도가 호감도보다 2배 이상 많다는 것은 기성 정당에 대한 불신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현재 제3지대 신당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많지 않지만 양당에 대한 불신이 워낙 크기 때문에 선거가 가까울수록 신당이 주목받을 수도 있다.

둘째, 현시점에서 어느 정당이 내년 총선에서 유리하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 양당에 대한 불신과 무당층이 30%가 넘는 정국 유동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에서 전례 없는 ‘쌍방 심판론’이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간 평가 총선에서 대부분 집권당이 고전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 지지도가 30% 초·중반에서 고착화되어 있는 상황에서 어느 한 쪽의 일방적인 우세를 점치기 어렵다. ‘전국지표조사(NBS)’ 8월 5주 차 조사(28~30일)에서, 윤석열 대통령 국정 운영 긍정 평가 33%, 부정 평가 59%였다. 반면, 취임 1년을 맞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직무수행 긍정 평가 33%, 부정 평가 55%로 윤?이 두 사람 간에 큰 차이가 없다.

셋째, 당이 처한 딜레마를 해결하지 못하는 취약한 지도체제로 총선을 치를 경우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하기가 어려울 전망이다. 이를 인식해서 총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비대위 체제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은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처럼 총선을 2·3개월 앞두고 집권당인 국민의힘 간판을 내리고 새 정당으로 총선에 임할지도 모른다. 여야 모두 총선 승리를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총력전에 나설 태세다. 하지만 선거는 절박함과 새로움의 싸움이다. 어느 정당이 더 절박함을 갖고 더 혁신하고 새로움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될 것이다. 과연 윤 대통령과 이 대표 중 누가 더 절박할까? 역동성과 다원성이 결여된 국민의힘과 ‘기승전 방탄’에 매몰된 민주당 중 누가 현재 처한 딜레마를 극복하면서 국민에게 감동울 주는 새로움을 추구할까? 이 두 질문에 대한 대답이 내년 총선의 최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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