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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대북 퍼주기에 핵·미사일 도발로 화답한 북… 통일부 정책 대전환 절실
 
2023-07-14 17:15:15
◆ 이용준 세종연구소 이사장이 기고한 칼럼입니다.



최근 “통일부는 대북지원부가 아니다”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일침과 통일부 장·차관 동시 교체를 계기로, 통일부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총체적 재점검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통일부가 그간 북한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정책적 임무를 방기한 채 대북 퍼주기에만 몰입해온 행태가 여론의 비판대에 올랐다. 퍼주기 대가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었다. 이제 북한의 개혁·개방에 총력을 기울이는 정책적 대전환을 시작해야 한다.

◇ 대북지원과 남북관계

한국 정부가 남북교류협력 추진 출사표를 처음 던진 건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과 ‘남북협력기금법’이 제정된 1990년 노태우 정부 시절이었다. 당시 정부가 대북 교류협력에 큰 관심을 가졌던 이유는 소련과 공산권이 붕괴하고 북한이 경제적으로 몰락해 가던 시기에 북한을 변화시켜 한국 주도의 통일을 이룩할 수 있으리라는 꿈 때문이었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 들어 ‘햇볕정책’이라는 이름으로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사업 등 대형 경협 프로젝트가 추진되면서 북한을 변화시킨다는 초심은 사라지고, 대북 원조 확대에 대한 집착이 점차 심화됐다. 남북 경협 명목으로 북한에 제공된 현금과 현물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간 무려 68억2000만 달러에 이르렀으나 북한의 개혁·개방을 유도하지도 못했고, 북핵 문제 진전이나 북한 주민의 인권 향상에도 아무 도움을 주지 못했다.

대북 지원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김대중·노무현 진보정권 시기에 역설적으로 한반도 정세는 가장 집중적으로 악화했다. 주머니가 두둑해진 북한은 한국을 겨냥한 스커드 미사일 600기와 노동미사일 200기를 제조해 실전 배치했고, 10억 달러 이상이 소요됐을 최초 핵실험과 제1, 2차 장거리미사일 시험발사도 그 시기에 이루어졌다. 북한의 선제공격으로 시작된 두 차례 연평해전도 그때 발생했다. 이것이 한국의 조건 없는 대규모 경제원조에 대한 북한의 화답이었다.

◇ 통일부·북한 동질화

그간의 대북 경제지원에도 북한이 개혁·개방을 통한 경제 발전을 추진할 의사가 없음이 명백해졌고, 핵무장 진전으로 내재적 변화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졌다. 더욱이 2017년 이래 유엔 제재로 대북 원조와 금융지원은 원천적으로 봉쇄된 상황이다. 따라서 이젠 돈으로 북한의 환심을 사려는 퍼주기식 대북정책을 그만 접고, 개혁·개방에 총력을 기울이는 정책적 대전환을 시작해야 할 시점이다. 북한이 변화하지 않는 한 북한의 비핵화도, 한반도 평화도, 인권 개선도, 평화통일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 변화에 앞장서야 할 통일부는 아직도 유엔의 대북제재가 해제될 날만 학수고대하며 틈만 나면 대북 원조 기회만 엿보는 정책적 일관성을 보여준다. 대북 지원에 대한 집착이 통일부만의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통일부가 진보·좌파 정부 아래에서 대북 경제사업이라는 신세계를 만나 예산·조직·인원이 급팽창하고 거대한 남북협력기금 곳간 열쇠와 민간 대북사업 규제의 칼자루까지 쥐게 된 데 따른 영향이 결코 적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온갖 대북 지원을 어떻게든 성사시키려 대북 저자세로 임하다 보면, 통일부의 이해와 북한의 이해가 동질화하고 일체화하는 현상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원조받는 북한이 오히려 큰소리치고 정작 원조를 주는 한국은 눈치를 봐야 하는 기이한 남북 간 역학관계가 일상화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북한에 원조를 줘봐야 생색도 안 나고 북한의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불가능해진 상황이다.

◇ 개혁의 방향

이러한 기형적 남북관계를 바로잡기 위해 통일부 대북 업무 시스템의 몇 가지 근본적 개혁이 요구된다. 첫째, 정책 및 집행 기능의 완전한 분리. 통일부가 전반적 대북 정책과 대북 지원 계획을 총괄적으로 수립하고 조정하되, 대북 지원의 실질적 집행은 여러 실무부처로 이관함으로써 정책 결정과 집행 기능 사이의 이해관계 사슬을 끊어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예컨대 개성공단 운영은 산업통상자원부로, 인프라 건설은 국토교통부로, 의료지원은 보건복지부로 이첩이 가능할 것이다. 통일부는 정책부서이지 사업기관이 아니기 때문이다.

둘째, 통제받지 않는 눈먼 돈이 될 수 있는 남북협력기금을 폐지하고, 대북지원 예산을 일반예산으로 전환해 건별로 예산 당국과 국회의 승인을 받도록 함이 바람직하다. 이를 통해 남북협력기금을 주머니 속 쌈짓돈 정도로 생각하는 북한의 오랜 인식을 타파할 수 있고, 2018년의 석연치 않은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리모델링 비용 100억 원 지출과 같은 남용 사례도 예방할 수 있다. 대북 지원 예산에 대한 국회와 여론의 통제는 북한의 호전적 대남 자세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셋째, 차제에 통일부의 명칭도 통일지상주의 인상을 풍기는 현 명칭보다는 남북관계부 같은 중립적 표현으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 통일은 남북관계의 궁극적 종착점일 뿐이며 국민의 선택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설익은 통일 추진이 통일부 정책의 상시적 목표가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 독일의 교훈

이러한 제도적 개혁을 토대로, 북한의 개혁·개방을 최우선 목표로 하는 새로운 대북정책을 장기간 확고히 추진하는 게 필요하다. 분단시대 서독은 1970년대 초부터 통일 때까지 19년간 ‘동방정책’의 일환으로 약 20억 달러의 대동독 원조를 제공했으나, 그 방식은 한국과 매우 대조적이었다.

서독 정부는 대동독 경협 제공에 있어 ‘조건 없는 지원은 없다’는 확고한 원칙을 세우고, 지원 건별로 예외 없이 반대급부를 요구했다. 동독인의 서독 방송 청취 자유화, 동독인의 서독 방문 확대, 인권제도 개선, 정치범 망명 허용, 언론 자유와 노조 활동 보장, 이산가족과 고령자의 서독 이주 허용 등 구체적 요구사항을 제시하고 그 이행과 경협을 철저히 연계했다. 이에 따른 동독의 개혁·개방은 훗날 독일 평화통일의 불가결한 토대가 되었다.

우리의 대북 경제 지원을 진정한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개선으로 연결시키려면 북한의 대외개방, 상호 방송 청취, 인권 개선, 이산가족 상시 상봉, 국군포로·납북자 송환, 탈북자 처벌 중단, 완전한 비핵화 등 남북 간의 무수한 현안들과 연계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북한의 대남 태도를 감안할 때 그것은 길고 험난한 여정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간 우리가 제공한 거액의 조건 없는 대북 경제지원이 초래한 정치·군사·경제적 후유증을 감안한다면, 이젠 어렵더라도 대북정책의 근본적 선회를 결심해야 할 시점이다.



■ 용어설명

‘햇볕정책’은 화해·포용을 기본으로 하는 김대중 정부의 대북정책. 따뜻한 햇볕이 겨울 나그네의 외투를 벗게 한다는 이솝우화를 인용한 것. 그러나 ‘햇볕만 있고 정책은 없었다’는 비판도 있음.

‘남북협력기금’은 남북 교류·협력에 필요한 재원 마련을 위해 통일부에 설치한 기금. 2023년 기준 편성 기금이 1조8000억 원에 달함. 하지만 대북 퍼주기 등 용도 외 활용 문제가 꾸준히 제기됨.


■ 세줄 요약

대북지원과 남북관계 : 진보정권 시절 대북 퍼주기에 북한은 핵·미사일 도발로 화답. 통일부가 그간 북한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정책적 임무를 방기한 채 퍼주기에만 몰입해온 행태가 여론의 비판대에 올라.

통일부·북한 동질화 : 북한에 대한 무조건 지원에 열을 올렸던 통일부는 북한과 동질화·일체화하며 깊은 이해관계를 형성. 원조를 주는 한국은 눈치 보고 원조 받는 북한은 큰소리치는 기이한 역학관계가 일상화함.

개혁의 방향 : 정책과 집행 기능의 완전한 분리, 남북협력기금 폐지, 대북지원 예산의 국회 통제 등 통일부의 정책적 대전환이 절실함. 특히 개혁·개방과 원조를 연계해 독일 통일을 이룬 서독의 경험에서 배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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