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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이재명을 파트너로 삼은 중국의 통일전선외교
 
2023-06-27 15:16:04
◆ 이지용 계명대 교수가 기고한 칼럼입니다.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대사관 회동’ 후폭풍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대사의 발언 내용과 그 발언을 경청하는 야당 대표의 모양새가 한국 사회의 수용 범위를 넘어섰다. 싱하이밍의 발언은 명백히 한국 내정에 대한 거친 간섭이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야당 대표의 태도였다. 이재명 대표는 명실공히 대한민국 영수회담의 한 주체다. 한 사람의 자연인이 아니다. 따라서 외국 대사의 내정 간섭 발언이 있을 경우 바로 대응해야 할 책임이 있다. 문제는 이 때문에 시작됐다.

그런데 사안의 본질은 단순히 중국대사의 도발적 언행이나 야당 대표의 대응 방식에 있지 않다. 감정적 반응은 사안의 본질을 놓치게 만든다. 차분하고 냉정하게 배경과 본질을 간파해야 한다. 그래야 재발을 억지하고 건강한 한중 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다.

시진핑 주석 집권 이후 중국 외교를 특징짓는 개념이 있다. 이른바 ‘전랑외교(戰狼外交·늑대전사 외교)’다. 중국을 모욕하거나 중국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한 국가는 반드시 응징한다는 의미다. 이는 중화민족주의에 경도된 중국인의 용어다. 자국이 표적으로 삼은 국가나 단체에 대해 힘을 사용해 협박하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행태를 말한다. 물론 ‘외교’에 늑대라는 뜻의 ‘전랑(戰狼)’이란 말이 붙은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힘으로 상대방을 굴복시키는 외교는 반대로 해당국에 대한 반발과 경계, 고립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시진핑 1인에 충성 경쟁하는 중국 외교관들

하지만 이러한 자명한 논리는 시진핑 1인 절대지배체제가 공고화된 중국에선 통하지 않는다. 시진핑의 위상과 지시는 절대적이다.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한다. 절대 충성만을 강조하면서 당정 전체가 경직된 의사결정 구조로 재편됐다. 시진핑이 제시한 ‘중국몽’과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이라는 슬로건에 당·정·군·민·학이 동·서·남·북·중으로 총단결·총집결해야 하는 체제가 형성됐다. 현재 중국의 외교라인 역시 시진핑의 교시를 충실히 이행하는 ‘전랑’들로 채워져 있다. 이러한 구조에서 대사를 포함한 외교부 직원들은 이견을 제시할 수 없는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경쟁적으로 충성 경쟁에 돌입해 자리와 승진을 도모해야 한다.

사실 전랑보다 더 중요한 중국 외교의 특성은 통일전선(통전)이다. 중국의 통전외교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초한전(超限戰)’을 알아야 한다. ‘초한전’은 우리에게 익숙한 초한지(楚漢誌)가 아니다. 초한지는 항우의 초(楚)와 유방의 한(漢) 간 패권 쟁탈전을 모티브로 쓰인 역사소설이다. 필자가 말하는 ‘초한전’은 문자 그대로 ‘한계를 초월하는 무제한 전쟁’을 의미한다. 전쟁과 관련한 모든 한계를 초월하는 전쟁이라는 얘기다. 전쟁의 기존 개념, 수단과 방법, 군대와 민간, 전시와 평시, 대상과 범위, 전쟁윤리, 규범, 도덕, 규칙, 법 등 모든 것을 초월해 전혀 다른 차원의 전쟁을 감행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중국공산당이 중화민국 체제를 전복하고 대륙을 공산화하는 데 성공한 마오쩌둥의 군사전략전술이기도 하다. 초한전은 중국의 군사전략사상가들이 중국공산당의 마오쩌둥식 전쟁 전략과 전술을 현대의 세계화와 정보통신혁명 시대의 조건에 맞춰 재개념화한 용어다. 쉽게 말해 상대 국가를 굴복시킨다는 전쟁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상상할 수 있는, 아니 상대가 상상도 못하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무차별적으로 동원하라는 것이다. 우리와는 전쟁에 대한 인식, 개념, 수행 방식 등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초한전의 대표적 전법으로는 정치공작전, 통일전선 공작, 회색지대전, 여론전, 미디어전, 인지전, 문화이념전, 심리전, 법률전, 경제보복전, 사이버전, 외교전을 들 수 있다. 이 중 정치공작전은 상대국의 정치를 장악하기 위해 전개하는 공작이고 통일전선 공작은 상대국의 사회 세력과 연대전선을 구축하는 공작이다. 보통 정치공작전과 통일전선 공작은 동시에 중첩돼 전개된다. 특히 통일전선 공작은 가공할 수준의 파괴력이 있다. 마오쩌둥은 통일전선 공작을 공산당의 법보 중 법보(최고의 보배)라고 했다. 시진핑도 이 말을 반복해 강조하면서 통일전선 공작을 대폭 강화해 오고 있다.

 
정쟁은 국경을 넘지 말아야 한다

중국은 외교 역시 초한전의 한 주요 수단으로 동원하고 있다. 이를 외교전(外交戰)이라고 부른다. 이 외교전에 통일전선 공작을 조합한 것을 통전외교라 한다. 통전외교란 상대국의 정치 세력 중 중국과 이해를 같이하는 세력과 연대를 구축해 상대국 정치외교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싱하이밍 대사와 이재명 대표 간 회동은 중국이 민주당을 통전외교의 파트너로 삼은 셈이다. 상대국의 정치지형을 면밀히 파악한 다음 친중 세력을 구분해 내고 이들과의 연대를 형성하는 것이다. 전형적인 ‘디바이드 앤드 룰(divide and rule·분할지배)’ 또는 이간책이다. 이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고전적 전법이기도 하다.

중국은 이미 이 전법을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에 걸쳐 전개하고 있다. 미국과 동맹국 이간책, 미국 내 정쟁 이용, 대만, 캐나다, 호주 등 사례는 무수하다. 중국이 한국에 사드 보복을 감행할 때도 방한한 중국 대표단은 정부가 아닌 당시 야당으로 직행한 바 있다. 중국의 통전외교는 성공적이었다. 당시 한국의 야당, 시민단체, 전문가 등을 대대적인 사드 반대 운동에 결집시키고 한국 정부를 강하게 압박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의 통전외교가 작동하기 위한 기본 조건이 있다. 바로 중국에 호응하는 세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상기해야 할 철칙 하나. ‘정쟁은 절대로 국경을 넘지 말아야 한다.’ 권력투쟁을 위해 외세와 결탁하면 국가 자체가 패망한다는 철칙을 역사는 무수한 사례를 통해 증명해 주고 있다. 단, 외세 결탁과 동맹을 혼돈해선 안 된다. 동맹은 ‘공동의 적’에 대항해 세력 균형을 유지하고 평화를 지키는 국제정치의 기초문법이다. 동맹을 맺기 위해서는 우리와 삶의 가치를 공유해야 한다. 우리는 ‘자유’와 주권평등의 가치에 기반하고 있다. 그래서 같은 가치를 지향하는 미국과 동맹을 맺고 북한과 같은 전체주의의 위협을 차단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제기해야만 하는 질문이 있다. 중국은 우리와 자유의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가? 중국이 원하는 한국은 무엇인가? 친중 종속국가다. 중국은 북한과 같이 공산당 전체주의 가치에 기반하고 있다. 이와 함께 위계적 중화질서를 지향하고 있다. 이러한 중국이 통전외교를 통해 한국 내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하는 행태에 대해서는 여야를 불문하고 단호한 입장을 견지해야 하는 것이다.

끝으로 현재 야당을 위한 조언 한마디. 야당은 국민 정서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중국이 의도하는 통전외교를 확실히 경계해야 한다. 중국-친중 야당 대(對) 정부-여당 전선 형성은 절대로 피해야 할 자충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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