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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서둘러 청산해야 할 '감사인 지정제'
 
2023-06-26 11:00:48
◆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경제질서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이달 11일 ‘회계제도 보완 방안’을 발표했다. 말 그대로 ‘보완’에 그쳐서일까. 2018년 11월 신외부감사법에서 도입한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는 ‘유지’하기로 했고, 향후 개선 여부를 재검토하기로 했다고 한다. 지난 4년간 기업인들이 줄기차게 폐지를 호소한 감사인 지정제는 변동이 없으니 기업들은 맥이 빠진다.

기업데이터 연구소 CEO스코어가 6월 21일 공개한 분석자료를 보면, 한국 500대 기업의 감사보수액은 2018년 1418억원에서 지난해 2949억원으로 2배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감사보수액은 44억원에서 84억2400만원으로 91.5% 늘었다. 삼성생명은 22억9800만원으로 210.4%, SK하이닉스는 22억5000만원(236.8%), 우리은행은 22억1400만원(128.2%), 한국전력공사는 20억5400만원(150.5%)으로 늘었다. 애경케미칼은 7000만원에서 5억1700만원으로 증가율이 638.6%였고, 500% 이상 증가한 기업은 크래프톤, 한화손해보험, 신영증권, GS리테일 등이다. 같은 기간 감사 시간은 179만7471시간에서 272만1213시간으로 92만3742시간, 51.4%나 늘었다.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의 효과다.

회계감사가 중요하기는 하지만 기업 고유의 핵심 업무도 아닌데 이렇게 돈을 들여야 할까. 감사 품질이라도 높아진다면 참을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국내외 연구, 이를테면 2017년에 발표된 정도진 등의 연구 논문과 프랜시스(Francis) 등의 실증적 연구에 따르면 감사인 ‘단순 교체’만으로도 감사 품질이 하락한다고 한다. 새 감사인이 기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감사 오류가 발생하며, 중요한 왜곡 표시를 발견하지 못할 수 있는 치명적인 위험도 있다. 재무제표가 적정한지에 대한 확신이 없어 더욱 보수적인 회계 처리를 요구하는 부작용도 생긴다. 새 감사인에게 기업을 이해시키기 위해 기업이 추가로 투입해야 하는 인력과 시간이 크게 늘어나는 것은 덤이다. 삼성전자 새 감사인이 삼성을 공부하는 데만 1년 이상 걸린다고 하는데,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일반 감사인과의 6년 계약 이후, 딱 3년간 국가 지정 감사인을 의무적으로 고용하라고 한다. 그러나 카셀로(Carcello)와 보스트롬(Bostrom)의 각기 다른 연구에서는 감사인 변경 후 3년 동안 감사 실패 및 사기적 재무 보고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런 아이러니가 없다.

2021년 영국 일각에서 감사인 국가지정제도 도입을 주장했으나, 그 누구도 아닌 금융감독당국인 ‘재무보고위원회(FRC)’가 딱 잘라 거부했다. 감사인 국가 지정은 ‘계약법 원리’에 어긋난다는 것과 어느 감사인으로부터 감사받는 것이 가장 적합한지는 해당 기업 이사회가 가장 잘 안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정부가 사기업의 감사인 선임에 개입하지 않는 것은 그들이 바보라서가 아니다. 그 부작용이 장점을 초월할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애초 국가가 감사인을 지정해 사기업 회계를 감사하게 한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됐다. 국가가 지나치게 간섭하면 언제나 그렇듯이, 감사인 지정이 합리적으로 이뤄지기 어렵다. 지난 정권의 국가주의·전체주의 통치의 망령이 지금도 배회한다. 금융위는 신속히 일몰 시한을 정해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를 청산해야 한다. 그것이 윤석열 정부의 ‘자유의지’와 ‘기업 살리기’ 기조와 일치하는 방향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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