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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바이오 클러스터 성공조건, 신속한 규제 확인부터
 
2023-06-15 14:14:48
◆곽노성 연세대학교 객원교수는  한선재단 기술혁신연구회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한국 경제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바이오헬스산업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백신 생산기술이 얼마나 중요한지 확인했다. 선진국의 인구 고령화로 바이오헬스산업 수요가 많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전자 편집기술은 AI 이후 또다른 산업혁명을 가져올 정도로 파괴적이다.

이러한 취지에서 정부가 한국형 보스턴 클러스터 조성정책을 발표했다. 기업과 대학은 물론 법률·회계 등 서비스기업까지 모이도록 입주업종에 제한을 둔 규제를 완화할 계획이다. 바이오의약품 관련 핵심기술을 국가전략기술로 선정해 최대 35%의 시설투자세액을 공제하고 첨단 디지털기술과 융합을 위해 7대 디지털바이오 선도프로젝트도 추진한다. 지역 엔젤투자 재간접펀드를 조성하고 기존 기업이 액셀러레이터 사업을 할 수 있도록 규제도 완화한다.

성공한 클러스터의 가장 큰 특징은 각 주체의 유기적 협력과 소통이다. 누가 지휘하지 않아도 물 흐르듯 활동한다. 이번 정부 정책은 클러스터의 이런 특성을 중시했다는 점에서 기존 정부 정책과 큰 차이가 있다. 이전에는 아파트를 지으면 사람들이 들어와 살 것이라고 막연하게 기대했다면 이제는 사람들이 살려면 교통시설은 물론 동네 편의점까지 다양한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럼에도 이번 정부 정책이 큰 효과를 거둘지는 의문이다. 지금 바이오 스타트업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자금부족과 규제다.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자금부족 현상이 발생했다. 이번 발표에 관련 대책이 포함돼 있다. 문제는 규제다. 식별성 낮은 가명정보 확대 등 규제개혁 과제도 포함했지만 신의료기술평가와 같은 갈라파고스 규제가 빠지는 등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가장 큰 걱정은 스타트업과 정부의 인식 차이다. 무엇보다 정부 규제개혁에 대한 신뢰가 바닥이다. 심지어 민간은 더는 규제개혁을 원하지 않는다는 말까지 나온다. 그간 규제개혁을 한다며 더 많은 규제를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간 정부는 금지한 것을 빼면 모두 할 수 있다는 네거티브 규제를 추진했다. 많은 언론과 전문가도 여기에 동조한다. 현장의 인식은 다르다. 네거티브 규제를 믿으면 망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금지하지 않는다고 모두 할 수 있지 않다. 지난 4일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타다처럼 정부나 국회가 마음만 먹으면 합법도 불법이 된다.

바이오헬스는 상황이 더 어렵다. 기술적 내용이 많고 전문성을 요구하다 보니 법률보다 공무원의 재량권이 큰 고시로 규제한다. 미국 법원은 행정부의 유권해석을 거의 인정하지 않고 위헌 결정을 할 정도로 독립적이다. 반면 우리 법원은 유권해석을 대부분 인정하고 법조문 해석에 충실해 행정부 견제를 기대하기 어렵다.

규제의 불확실성을 개선한다는 취지로 도입한 규제샌드박스도 현장수요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신산업 창출을 목적으로 기존 규제를 유예하되 해보면서 성과를 증명하는 실증특례에 집중한다. 스타트업의 생각은 다르다. 실증에 2년이란 시간이 걸리고 무엇보다 사업할 정도로 규제가 개선된다는 보장이 없다. 그래서 실증특례보다 규제 여부를 신속히 확인해주는 신속확인제도에 관심이 높다. 정작 이 제도는 통계조차 나오지 않을 정도로 유명무실하다. 공무원이 규제해석에 대한 책임을 지기 싫어하기 때문이다.

생태계는 유기적으로 작동한다. 정부는 환경을 조성할 뿐 성과는 스타트업이 만든다. 지금 현장에서는 규제가 가장 큰 장벽이라고 하소연한다. 특히 적용되는 규제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한다. 그렇다면 정부가 할 일은 명확하다. 규제개혁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아무리 넓은 도로라도 사고가 나면 병목현상이 발생하듯 이 문제를 풀지 않으면 다른 좋은 정책을 많이 해도 결국 생태계 활성화라는 목표에 도달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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