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항공산업 개편을 추진한 지 3년이 넘었다. 지난 달 1일 영국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최종 승인해 총 11개국이 승인했다. 이제 미국·유럽연합(EU)·일본 등 3개국의 승인만 남겨뒀다. EU는 7월 5일까지 2차 심사를 마칠 예정이고, 미국은 ‘시간을 두고 검토하겠다’는 반응이며, 일본은 사전 협의가 진행 중이다.
2010년 이후 세계 항공사들의 재무구조가 악화하면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주요 대형 항공사 간 합병이 활발하게 진행됐다. 미국이나 EU 등은 4대 메가캐리어(초대형 항공사) 체제로 이미 재편됐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은 미뤄서는 안 될 시급한 국가적 과제다.
기업결합이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합병에 대해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해외 몇몇 경쟁 당국들이 통합을 승인하면서 해외공항 슬롯(특정 항공사의 항공기가 특정 시간대에 공항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 반납을 요구하고 있어 국부가 유출되고 합병 시너지 효과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현재 런던 히드로공항에는 대한항공이 10회, 아시아나항공이 7회의 슬롯을 보유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양사 합병 후에는 이 중 7회를 버진아틀란틱항공에 제공할 것을 합병 조건으로 내세웠다.
이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뉴욕과 파리 등 일부 노선의 슬롯과 운수권(정부가 항공사에 배분한 운항 권리)을 타사에 이전하는 조건을 달고, 운임 인상도 제한하는 등 과도한 시정조치를 요구한 결과라는 주장도 있다. 공정위의 시정조치를 기준 삼아 해외 경쟁 당국도 슬롯 회수 등 강력한 조치를 시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해외 경쟁 당국의 슬롯 반납 요청에 대해 지나친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 신규 항공사에 슬롯을 제공하는 것은 국내외 경쟁 당국이 기존 경쟁환경을 복원하고 신규 진입 항공사가 경쟁할 기반을 보장해 주기 위해 요구하는 일반적인 시정조치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