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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번지수 틀린 횡재세
 
2023-02-15 10:14:05

◆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경제질서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금융·정유업계 이익 늘었지만
국민 희생으로 얻은 결실 아냐
급등 난방비 명분 세금 신설땐
정책 실패 기업에 전가하는 격
‘횡재세’는 영어로 ‘windfall tax’다. 바람이 내게 가져다 준 재물, 즉 우연히 생긴 재물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네이버에 따르면 횡재세는 ‘일정 기준 이상의 이익을 얻은 법인이나 자연인에 대해 그 초과분에 보통소득세 외에 추가로 징수하는 소득세’다. 얼마 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차제에 횡재세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고 소속 의원들이 주도해 벌써 몇 건의 법안을 발의했다. 횡재세 도입을 검토하는 직접적 동기는 급등한 난방비며 부과 대상 업종은 금융 업계와 정유 업계다.

은행들의 실적이 개선된 것은 코로나19 사태 대응 과정에서 미국·한국 등 대다수 정부가 엄청난 돈을 풀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한국은행 등 금융정책 당국이 물가 폭등을 막기 위해 풀린 돈을 환수하는 과정에서 기준금리를 높였기 때문이다. 금융권이 코로나19 사태를 활용해 서민들을 약탈하거나 투기로 돈을 번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은행들은 신규 대출 확대, 대출 기한 연장, 연체이자 면제, 긴급 자금 지원 등으로 서민들을 도왔고 카드사들은 지속적으로 가맹점 수수료를 인하하고 사회 공헌 활동을 강화해왔다. 정유 업계의 이익이 늘어난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국제 유가가 오른 상황에서 과거 싼값에 수입해 비축해둔 원유를 정제해 내다 판 수출 가격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전쟁 전인 2020~2021년에는 적자였고 지난해 4분기에도 영업손실이 났다. 손실을 봤을 때 정부는 나 몰라라 했다.

세금은 정당성이 있어야 한다. 영국에서는 1980년대 공공 기간산업이 민영화되는 과정에서 투기성 외국 자본이 공적 자금 투입과 대규모 구조 조정을 거친 기업을 인수합병해 거액의 시세 차익을 거뒀다. 이익의 원천이 국민적 부담이었다는 판단에 따라 시세 차익에 특별 세금을 부과하는 횡재세가 1997년 도입됐다. 일본에서도 2004년 2월 미국계 펀드인 리플우드가 370억 달러의 공적 자금이 투입된 신세이은행 주식을 매각해 막대한 시세 차액을 얻고도 세금 한 푼 내지 않자 ‘미일 조세협약’에 이른바 ‘신세이 조항’을 신설해 세금을 부과했다. 이처럼 국민적 부담이 있는 사안에 특별세를 부과한다면 정당성이 있다.

기업은 우연한 사건으로 이익이 더 날 경우 그에 비례해 법인세를 더 낸다. 그런데도 횡재세라는 수상한 명목으로 세금을 다시 매긴다면 이는 분명 이중과세다. 더군다나 금융업 및 정유업과는 아무 관련도 없는 난방용 가스비 급등 때문에 횡재세를 거둔다니, 어떤 정당성도 찾기 어렵다. 금융 업계와 정유 업계가 난방비를 올린 것도 아니지 않나.

난방비가 급등하지 않도록 충분히 대응하는 것은 정치와 정부가 할 일이다. 잘못은 정치와 정부가 했는데 벌은 정상적 영업을 하는 기업에 주면서 표를 얻어 선거에서 승리하겠다는 것이 다름 아닌 포퓰리즘이다. 한국은 조세의 종류인 세목이 25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인 세금 공화국이다. 그나마 세금이 제대로 쓰이기나 하는지도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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