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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법률] 노동법 개혁의 과제와 전망
 
2023-02-06 16:57:34
◆ 이승길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고용노동정책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노동법률] 이승길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1. 정부의 노동개혁 기본방향


기후변화, 세계화, 신기술, 디지털화, 코로나19 펜데믹의 영향 등으로 경제정책 등을 포함해 사회 전반에 걸친 커다란 혁신이 필요한 시기다. 이러한 시대 환경 변화는 다방면으로 미치는 여파가 크다. 역사적 안목과 급격한 정치·경제·사회에서 근본적인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난달 19일 윤석열 대통령은 스위스 세계경제포럼(WEF)에서 "행동하는 연대를 위하여"를 주제로 한 특별연설에서 경제이슈 중심의 글로벌 문제를 민간의 기술혁신을 통해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지원과 협력을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정부는 '노동개혁'을 선두적으로 주창하며 혁신 허브로서 제도의 글로벌 스탠다드를 제시하고 제도를 정합시켜야 함을 강조했다. 나아가 체인지 싱킹(생각 바꾸기)의 관점에서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등 노동개혁을 통해 비약적인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것이 핵심 과제라고 밝혔다. 정부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 주면 도전정신을 가진 기업가들이 맹활약을 할 것이다. 노동개혁 성과 위에 혁신 기업이 출현하면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을 통한 선진국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러나 노동개혁을 위해 의욕적으로 내놓은 국정과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의 일관성 없이 교체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노동개혁의 동력은 장기간의 일관된 정책 추진, 포용과 협치의 정치적 세력과 다수 국민 여론의 지지다. 성공한 노동정책은 선의를 가지고 노동 현실을 오차 없이 진단하고 접근했을 때 실현된다. 노동개혁만으로는 경제구조를 바꾸고 경제성장을 이룰 수 없다.

이에 정부는 국가의 정상화를 위해서 미래 노동시장의 변화에 대처하고, 유연성과 다양성을 증진하는 방향으로 노동개혁을 실천, 확산하면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결국 정부는 노동개혁을 위한 노동법의 사명과 역할을 제시하고 추진해야 한다. 

2. 노동법 개혁의 과제

경제 환경의 변화에 따라 변화된 고용구조를 전통적인 노동법의 패러다임으로 대응할 수 있을까. 향후 노동법의 향방은 어떻게 될 것인가. 사회 및 기업의 존재 의미도, 근로자의 일하는 방법도 대변혁 중에 있다. 이러한 변화는 노동법 이론을 평가하고 법정책적 과제를 수립하는데 고려해야 할 전제조건이다. 

근로자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권력과 법제도에 의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통적인 노동법의 발상이었다. 법에 의지하지 않고 근로자의 자율성을 실현하기 어렵다는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노동의 유연화는 폭넓게 노사 이익을 일치시킨다. 근로시간의 유연화는 근로자에게 자유시간의 이용가능성을 확대한다. 다만 근로자의 자기결정과 선택권, 다양성 존중, 유연성 확대를 위해 대표적으로 개선돼야 할 '근로시간 규제'나 '해고 규제'의 경우 기업과 국민이 새로운 산업사회에 적응하는 데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취업·고용형태의 다양화에 따른 원활한 산업 및 노동전환 지원 문제, 노동법 사각지대 해소, 변화에 적응하는 적합자와 부적합자의 '격차 완화 문제'(임금격차, 임금불평등, 소득 및 자산 등 수치화된 격차, 남녀 불평등, 숙련 격차 등)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국경을 초월한 크라우드 소싱에 따른 노동의 대체나, 크라우드 워커 문제에 대한 노동법적 대응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현재 노동법의 기반은 계속해서 흔들리고 있다. 경직된 노동법을 개정해 새로운 근로자상과 근로자를 둘러싼 제반 상황 변화에 부합하는 규제 완화를 실현해야 한다. 노동보호법과 아울러 노사관계의 경쟁력과 질서 제고, 협력적 노사관계 구축을 위한 공정하고 대등한 집단적 노동법의 재검토가 필요하다. 근로자대표제를 개편하고, 노동조합의 바람직한 모습을 구축하는 것도 과제다.

3. 노동법의 재생

향후 노동법의 방향은 고용의 유연화를 통해 고용을 늘리는 것이다. 따라서 실업근로자를 보호하는 방향으로도 전환할 필요가 있다. 노동법의 유연화는 나라별로 속도와 내용의 차이가 있겠지만 진행 중인 것은 사실이다. 다만 유연화는 노동법의 존재 근거 자체를 부정하게 될 수 있다. 노동법의 유연화가 필요하다고 해도 현재 노동법의 기본 구조를 변경할 정도인지는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노동법의 유연화가 노사 모두에게 이익이라는 결론은 무리한 논리 전개일 수도 있다.

이러한 인식을 기초로 근로자 개인의 자율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가 있다. 유연한 근로시간제(1일 상한 근로시간 폐지, 연간근로시간제도의 도입), 선택적·탄력적 근로시간제의 확대, 근로시간 저축계좌제의 도입, 재량근로제의 대상업무 확대,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도입 등이다. 근로자의 시간 주권 내지 자기결정권을 강화할 수 있는 제도다. 근로시간의 자율성은 기업의 인재상이나 역량평가 기준, 기업 운영과도 밀접한 관계에 있다. 다만, 과로사나 근로자의 건강 위협 등도 고려해야 한다.

나아가 (ⅰ)직업안정법상 민영직업소개의 확대, (ⅱ)파견법상 근로자파견 대상업무 확대, (ⅲ)기간제법상 계약기간 상한 규정 완화, (ⅳ)여성근로자 시간외·야간 근로 규제에 관한 아웃소싱(Contract-out) 등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ⅴ)재택근무, 프리랜서, 프로젝트별 근로, 아웃소싱(하청)근로, 비대면 근무의 증가 등 새로운 고용형태의 확산 가속화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 (ⅵ)노동시장 개혁의 본질인 '해고'는 단순한 '규제완화론'과 동일시할 수 있는 측면도 있다.

그렇다면 노동법의 미래는 무엇인가? 정치·경제·사회 상황이 변화하면서 중장기적으로 노동법이 나아갈 기본 방향을 모색할 시기다. 지금 기업은 기술 혁신과 국제적 경쟁으로 숙련자를 사용하기보다는 노동력을 외부 노동시장에서 조달한다. 이것은 많은 국민에게 부담스러운 일이다. 디지털 시대에 지식과 정보를 가진 소위 '핵심근로자'는 더 이상 약자가 아니라는 점에서 계약 자유의 확대가 필요하다. 대신 그로 인해 더욱 소외될 수밖에 없는 '주변근로자'와 '실업자'를 위한 사회법으로서의 노동법의 역할과 기능이 요청된다.

이에 산업정책이나 노동정책 있어서 제4차 산업혁명에 대응할 인재 육성이 중요한 정책 과제가 됐다. 충실한 직업 인생을 위한 국민의 권리(경력권)는 우선과제다. 종전의 엘리트와 비(非)엘리트의 역전을 회피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는 '교육'과 '직업훈련'이다. 누구나 교육과 취업 기회를 보장받는 기회의 평등이 필요하다. 공정한 도약을 위한 기회의 보장을 제시해야 한다. 정부의 역할은 사회안전망을 제도로 개인의 자조(自助) 노력을 환기하게 하는 것이다.

4. 노동법의 한계

변화무쌍한 글로벌 시장에서 코페르니쿠스적인 새로운 질서로 전환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사회가 자본을 공유하며, 기업을 통해 사회에 봉사하는 기여 체계로 승화된 단계이다. 기업인은 기업을 통해 사회에 기여한다. 따라서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동정책의 체인지 싱킹을 통한 변화가 필요하다. 이에 새로운 고용형태의 변화, 일하는 방식과 현안 문제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탈(脫) 노동시대'에 인간은 근로를 통해 소득(고용 임금, 자영 사업수입)을 벌 수 없게 될 것이다. 노동법은 근로소득을 확대해 근로자의 생활을 유지하게 하는 취지다(최저임금, 가산임금, 제2의 노동법인 정규직제도에 따른 연공형 임금 등). 노동법이 자영 취업을 확대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점에는 변함은 없다. 결국 미래의 노동법은 근로자의 생활보장을 위해 근로소득을 기초로 한 '사회보험료'나 '소득세'를 구축해야 한다.

탈 노동시대에는 기계에 의한 생산으로 발생한 부를 사회보장 급여로 분배하는 '소득재분배 정책'을 전개해야 한다. 물론 사회보장제도의 지나친 확대는 새로운 성장 전략과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사회보장제도는 근로소득을 기준으로 하기 보다는 세금(자본소득, 누진세, 부유세)을 재원으로 한 사회보호 등 복지 급여가 될 것이다. 탈노동시대에 근로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든다면 국민이 경제적으로 소외되지 않도록 최저 보장액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이 주목받고 필요해 질 것이다. 

이제는 전통적인 노동법의 사명에 한계가 드러났다. 디지털화로 인해 인간의 근로보다는 기계 생산의 효율이 높아졌다. 아날로그적인 일은 인간에게 아직 중요하지만 노동법의 대상으로는 부적절하다.  

5. 노동법 개혁의 전망

미래 노동법은 시장경제 체제에서 국민이 지성을 통해 충실한 직업 인생을 꾸려서 행복을 추구할 수 있도록 재편해야 한다. 정부가 국민을 위해 기업의 매개 없이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 사회 변화에 따른 노동법 개편을 위한 전략을 모색해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새로운 노동법의 모델을 마련해야 한다. 

이에 노동법은 종래의 종속노동론에서 탈피해 근로자의 교섭력 균형을 확보하면서도 기업 단위의 자치 능력을 확보하고, 개별적 근로관계에서 계약자유를 확보해야 한다. 자율적인 주체로서 대등한 당사자의 계약을 규율하는 민법(고전적 계약론)에 근접해 재구성해야 한다. 고용계약형태, 일하는 방식의 변화에 따른 다양한 고용형태를 인정하게 되면서 다양하고 개별화된 당사자가 대등한 합의를 포용하는 (가칭)근로계약(기본)법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근로계약관계(성립·내용·형성·종료)는 기업의 경영 실태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당사자 간 책임과 의무를 규정할 수 있어야 한다. 당사자의 권리보다는 의무를 기본으로 하는 근로계약에 대한 노동법 규제는 점차 축소해야 한다. 결국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등의 기업윤리까지 포함하고 있다. 정부가 임의규정 효력을 부여하는 것을 전제로 '취업규칙 모델'을 명확한 형태로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정부는 국민의 생활상 욕구에 따른 사회안전망을 담아낼 수 있는 사회보장법에도 근접해야 한다. 

그리고 인재 육성과 기능 습득은 '교육정책'과 밀접한 관계인 동시에 미래 산업의 양성 측면에서 '산업정책'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디지털 기술발전 및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 과정에서는 신산업·신기술의 일자리 창출과 구조조정의 변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에 맞는 전직과 재기술 훈련, 직무전환 훈련, 재취업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국가직무능력표준(NCS)에 의한 인적자원개발과 아울러 민간기업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양성화해야 한다.

이제는 미래 노동법에 향후 지속가능한 노동 패러다임의 전환, 노동체제 재구성을 위한 시발점이자 노동개혁의 국가적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정부는 노동개혁을 추진하면서 비약적인 경제성장의 길을 진지하게 모색해야 한다. 노동법 분야별로 장기적·거시적 관점의 대응전략을 수립하고, 향후 노동법 개혁의 논의 활성화를 위한 담론의 장을 형성해야 한다. 서둘러 정부는 적기에 통찰력을 발휘해 노동개혁의 여정을 재조정해 혁신 허브로의 진로를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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