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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민간의 자율성 늘리는 정책이 많이 나와야
 
2022-10-11 11:09:39

◆ 한선재단 기술혁신연구회부회장으로 활동중인 곽노성 연세대학교 객원교수의 칼럼입니다.


경제성장을 정부가 주도한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 민간이 주도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돼 있다. 이전 정부에서 여러 정책 중 하나로 추진된 민간주도성장 정책이 현 정부에서는 최상위 정책목표가 됐다.

이런 취지에 맞춰 정부는 산업분야 재정지원사업을 대폭 축소하는 내년도 예산안을 발표했다. 산업부는 올해 본예산 대비 3.7% 감소했고 중소벤처기업부는 28.4% 감소했다. 그간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큰 변화다. 급격한 경기침체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적절하지 못하다는 비판이 있기는 하지만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었다.

정부의 모태펀드는 민간 투자생태계를 왜곡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위험을 감수하면서 수익을 좇는 게 벤처투자다. 열을 실패해도 하나 크게 성공하면 된다. 국민 세금인 정부사업은 이렇게 하기 어렵다. 열에 아홉이 성공해도 하나에 부정이 있으면 안 된다. 그러다 보니 모험자본이어야 할 모태펀드가 모험을 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았다. 마중물로 써야 할 정부투자가 벤처투자의 본류가 되다 보니 발생한 현상이다.

아쉽게도 정부의 정책변화는 여기까지다. 혁신 생태계의 3대 축인 규제개혁, 교육, 연구·개발에서 민간의 자율성을 늘리는 모습은 아직 찾아보기 어렵다. 민간주도성장을 앞에 내세우지만 여전히 모든 것을 정부의 통제 아래 두려고 한다.

규제개혁은 개별 기업의 애로개선에 초점을 맞춰 진행된다. 각 기업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것인 만큼 필요하기는 하지만 산업분야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작다. 개선사항 또한 기존 정부 역할을 그대로 둔 상태에서 현실과 안 맞는 부분을 수정하는 것이라 민간의 자율성 확대라 보기도 어렵다.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규제는 이해집단의 반발에 막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국민제안 투표 1위로 선정된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는 부정적 여론에 막혀 사실상 논의가 중단됐다. 코로나로 시작된 비대면 의료는 의료계의 반대로 계속할지 불확실하다. 주52시간 등 근로시간 및 임금체계 개편안은 민간 전문가 기구의 논의를 기다리고 있다. 선진국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강한 중대재해처벌이나 화학물질 안전규제도 개혁논의 없이 애로해소에 그치고 있다.

교육분야는 대학의 자율성을 높이는 정책이 발표되지 않고 있다. 지난 7월 발표한 반도체 인력양성 방안은 시의적절했음에도 기대만큼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생태계 경쟁력 강화라는 큰 그림보다 수도권 소재 반도체 계약학과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반도체산업에는 반도체학과만 아니라 화공, 전기전자, 기계 등 다양한 분야의 인력이 필요하다. 메모리반도체는 수도권에 집중됐지만 차량용 반도체는 울산 등 전국에 관련 기업이 있다.

연구·개발분야도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알키미스트 프로젝트처럼 정부가 해결해야 할 문제를 제시하고 연구자가 자유롭게 풀도록 하는 사업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사업은 여전히 정부가 구체적인 연구내용과 연차별 목표를 정하고 연구자가 이를 실행하는 정부 주도 관행을 벗어나지 못한다. 민간 CTO(최고기술책임자)로 연구·개발 협의체를 구성한다고 민간 주도가 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과제를 하는 연구자가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어야 민간 주도다.

정부주도에서 민간주도로의 전환은 패러다임 변화다. 정부주도로 한강의 기적이란 성공을 경험한 우리에겐 매우 어려운 일이다. 비단 공무원만 정부주도에 익숙한 게 아니다. 민간도 문제가 생기면 스스로 해결하기보다 정부는 뭐하느냐고 비판한다. 이제 과거의 성공방정식을 버려야 한다. 그래야 다시 도약할 수 있다. 다행히 정부가 큰 폭의 예산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를 시발점으로 큰 틀에서 민간 자율을 늘리는 정책이 더 많이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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