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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정수연 교수의 부동산 정책 오해와 진실⑦
 
2022-09-29 16:00:33
◆ 정수연 제주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부동산정책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 ‘삼각파도’가 해일로 변모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2022년 겨울, 경기침체의 해일이 둑을 넘을 것이다.

대통령 음성분석에 여야가 공방하는 사이, 국가의 허리인 중산층이 소리 없이 꺾이고 있다. 지난 정부 부동산 대책에 놀란 사람들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해 마련한 아파트의 대출은 4% 이자율에서 이제 올 연말 8%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견된다. 이자 130만원에 원금을 더해 190만원을 상환하던 가구는 이제 이자 230만원에 원금까지 270만원을 지출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지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시장을 무시한 과도한 개입과 ‘집 가진 죄인, 세금으로 벌하리라’는 징벌적 세금 정책으로 시장을 진정시키기는커녕 오히려 시장을 폭등시켰다.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 정책은 무주택자의 불안 심리를 자극해 미래의 주택구매를 앞당기게 했다.

지난 정부의 21번째 대책이었던 2020년 6·17대책은 15억원 초과 주택담보 대출 금지, 무주택자의 갭투자 투기행위로 간주, 실거주 요건을 추가하고 새집 구매 시 전세대출을 회수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했다.

그리고 지난 정부의 공급정책은 주로 공공주도 분양주택 또는 임대주택 위주였기 때문에 사람들은 민간건설사의 고품질 신축아파트 공급이 앞으로 어렵겠다고 예측하게 했다. 이 예측에 덧붙여 6·17대책은 전세를 끼고 집을 구매하는 것도, 집 장만을 위한 대출도 어렵게 만들 것이라는 불안감을 조장했고, 사람들은 ‘오늘이 아니면 영원히 내가 원하는 집을 가질 수 없겠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했다. 그 결과는 영끌해 집을 사는 ‘패닉바잉(최대한의 물량을 확보하려는 시장 심리의 불안으로 인해 가격과 관계없이 발생하는 매점·매석 현상)’이었고 10년 뒤 주택구매계획이 모두 앞당겨 실현됐다.

지난 정부 부동산정책 실패 후유증이 ‘헬 게이트’ 열어


부동산시장 안정화를 위해 실시됐던 규제 일변도 정책들이 오히려 시장 폭등을 가져오는 것을 보면서 우리 사회는 ‘선한 의도의 정책이 어떻게 지옥으로 가는 길을 안내하는지’를 목도했다. 지난 정부 정책 실패는 뼈아팠지만, 그 실패 경험이 앞으로 현 정부 정책에 교훈을 남겨 귀중한 ‘오답 노트’의 역할을 할 것이라 우리는 스스로를 다독였다.

우리는 2020년 부동산시장 폭등을 ‘지옥’이라 생각했으나, 진정한 ‘지옥’은 2022년 지금이다. 지난 정부 부동산정책 실패의 후유증이 ‘헬 게이트’를 열고 있어서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 했다. 경기변동의 높은 산은 규제 일변도였던 지난 정부 부동산 정책이 만들었고 이제 그 추락의 깊은 골은 현 정부가 겪게 됐다.

2~3주 전부터 경고음은 강도를 높여가며 울리고 있다. 대통령의 음성분석에 여야가 몰두할 때가 아니다. 9월 21일 미국발 자이언트 스텝은 한국은행이 호언장담했던 베이비 스텝을 거둬들이게 했다. 미국의 자이언트 스텝은 두 차례 더 이뤄질 것이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미국보다 금리가 낮아져 자본유출이 가속화되고 경제 전체가 흔들린다. 그러니 금리 상승은 반드시 이뤄질 것이고, 하반기 국민이 직면하는 대출이자율은 8%에 달하게 될 것이다.

130만원의 이자를 내던 가정이 230만원의 이자를 지불하게 될 것이라는 신문기사는 하반기 국민의 가처분소득이 줄어들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됨을 알려준다. 특단의 대책 없이는 2022년 수많은 중산층이 부도에 직면하거나 고통을 겪게 될 것이다. 그러나 “영끌로 부동산을 구매한 사람들을 우리가 왜 걱정해야 하느냐”는 갈라치기 발언들이 정치인의 정책 변화를 망설이게 하고 있다.

그 머뭇거림을 보면서 우리는 지난 정부의 오답 노트를 현 정부와 정치인, 국민이 제대로 숙지하기는 한 건지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부동산으로 부자가 되는 것을 금지한다는 지난 정부의 강령이 현 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다. 현 정부는 그러한 족쇄는 빨리 벗어버려야 한다.

이대로라면 대출이 없어도, 자기 집이 없어도 올겨울 함께 고통을 겪게 될 것이다. ‘영끌해 집을 사더니 그것 참 고소하다’고 생각했던 무주택자인 어느 음식점 사장님은 왜 자기 가게의 매출이 그토록 떨어지는지 모를 것이다. 높은 이자를 감당해야 하는 고객들이 외식을 줄일 것이기 때문인데 말이다. ‘부동산으로 부자가 되는 건 불로소득이니 단죄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어떤 젊은이는 왜 주가와 비트코인 가격이 폭락한 건지 알 수 없을 것이다. 이자율이 상승하니 주식과 비트코인도 부동산과 마찬가지로 투자 상품으로서의 매력이 예·적금보다 못하기 때문인데 말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노동하지 않는 소득(불로소득)인 건 부동산이나 비트코인, 주식이 마찬가지인데 왜 그리도 부동산을 미워하는 걸까. 부동산은 죄가 없다. 자기가 받은 월급의 화폐가치가 나날이 떨어지는 게 싫어 누군가는 주식에, 누군가는 비트코인에, 누군가는 부동산에 그 가치를 저장했을 뿐이다.

중산층 무너지고, 저소득층 고통 겪을 위기



국민 자산의 70%가 부동산인데 부동산만 미워한다는 건 내 가게 고객의 70%를 미워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내 고객의 70%가 2022년 9월 현재 급등한 이자율로 돈을 쓰는 것을 멈췄다. 물건은 팔리지 않고 음식점에는 손님이 줄어들며, 사기업에 근무하는 근로자의 보너스는 기업매출 부진으로 어느 날 삭감될 것이다. 어쩌면 2022년 겨울 다 함께 기업파산 뉴스와 더불어 해고통지를 받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모두 연결돼 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본디 그렇다. 우리는 소비자이지만, 동시에 노동자이며 기업은 생산자이지만, 동시에 노동을 고용해주는 존재다. 기업이 망하면 일자리는 사라지고, 내가 근무하는 기업의 고객이 파산하면 내 일터도 사라진다. 그런데도 아직 정치인들의 갈라치기에 호응해 나보다 잘사는 누군가를 부자라 정의하며 그들의 구제책에 반대한다.

누군가의 몰락은 나의 침몰 대기표 순번을 앞당기는 것인데도 말이다. 14억원의 주택을 보유하면 그는 부자이니 구제돼서는 안 되는 대상인 것처럼 다들 갈라치기하고 있지만, 사실상 그들이 추락하면 나도 추락하며, 내가 추락하는 그 시점이 돼서야 그들과 내가 단단한 끈으로 연결돼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다가오는 겨울이 그것을 가장 참혹하게 느낄 수 있는 시점이 될 것이다. 2022년 겨울 대출금리가 8%에 도달하면 중산층이 휘청거릴 것이다. 중산층은 국가의 허리이며, 중산층이 두터워야 국가경제도 흔들림이 없다.

대출규제를 완화하지 않으면, 중산층 몰락과 더불어 경제 전체가 파국을 맞을 수도 있다. 대출규제가 완화되지 않으니, 중산층은 더 싼 금리를 제공하는 은행으로 옮겨갈 수 없다. 변동금리에서 더 낮은 고정금리로 이동하는 안심전환 대출은 연봉 7000만원 이하의 가구에만 허용되기 때문이다. 부채를 감당 못 해 중산층이 주택을 포기하면, 은행은 부실채권을 회수하기 위해 경매로 그 집을 넘겨야 한다. 그러나 낙찰자가 거의 없을 것이다. 경매에서 낙찰받아 잔금을 치를 경락자금조차도 대출규제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부실채권을 회수하지 못해 은행은 부실화될 것이다.

대출이 안 되니 아파트 가격이 하락해도 누구도 집을 살 수 없고, 건설사의 미분양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건설사의 ‘프로젝트 파이낸싱’이 막힌 지 이제 한 달이 넘어간다. 건설사의 줄도산도 예정된 수순이라고 볼 수 있다. 2금융권의 프로젝트 파이낸싱 규모가 크다는 신문기사가 심심치 않게 눈에 띄니 IMF 외환위기 때와 달리 어쩌면 금융기관 부도는 1금융권이 아니라 2금융권에서 시작될지도 모른다. 은행 부실화는 금융시장 혼란을, 건설사의 부도는 노동시장 혼란을 야기할 것이다. 건설사 종사자는 그 수도 많지만, 저임금 근로자가 주를 이룬다. 그러니 집 가진 부자를 미워하는 갈라치기 정책은 결국 저소득층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2022년 겨울 경기침체의 해일이 둑을 넘으면, 가장 큰 고통을 겪는 쪽은 저소득층이다. 중산층 허리가 꺾이고, 고소득층은 지갑을 닫아 우리 사회의 모든 계층이 함께 고통을 겪게 될 것이다.

정치권 청력경쟁 말고, 경제 붕괴 파열음에 귀 기울여야

정치인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묻지 않을 수 없는 순간이다. 정부와 여야는 이제라도 이 경기침체 해일의 위험을 인지하고 방파제를 높이는 정책에 몰두해야 한다. 대통령 비속어에 청력 경쟁을 할 때가 아니다. 귀를 열어 경제 붕괴의 파열음을 들어야 한다.

주택담보대출 원금상환을 유예하고, 다만 1년이라도 이자만 지불하게 해 중산층의 가처분소득을 늘려줘야 한다. 계층을 구분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은 돈이 돌게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저소득층의 건설 일자리와 자영업자들의 생계가 위협을 받게 된다. 은행 부실화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경락자금 대출을 허용해야 한다.

‘투기꾼’ 논란에 현혹돼 이 두 가지를 허용하지 않으면, 지난 정부와 마찬가지로 현금 부자의 부동산 ‘줍줍(줍고 또 줍는다는 의미)’을 조장하는 꼴이 된다. 주택가격은 하락하는데 주택을 살 수 있는 사람은 현재의 대출규제 하에서는 ‘현금 부자’ 말고는 없다. 지난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현금 부자들에게만 기회를 열어줬는데, 현 정부도 마찬가지의 결과에 직면할 수 있다.

부채는 자산이다. 대출규제는 한번 일으킨 대출을 갚으면 다시는 그만큼의 대출을 할 수 없다는 불안감을 조장한다. 그래서 대출을 갚지 않고, 가계부채는 감소하지 않는 것이다. 자본주의 경제 하에서 대출 없이 집을 사라는 것은 ‘현금 부자만 집을 사라’는 시그널이다. 동시에 그것은 자산을 축적하지 말라는 호통이기도 하다. 현 정부는 지난 정부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그리고 이 경제위기를 슬기롭게 넘기지 못하면 2년 뒤를 장담하기 힘들 것이다.


※ 필자 소개: 제주대 경제학과 교수이자 한국감정평가학회장. 중앙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2019년 감정평가학술대상 최우수상, 2020년 서울부동산포럼 제1회 학술대상을 받은 바 있다. 부동산경제학·부동산대량감정평가·부동산계량경제학 분야에서 활발한 연구 활동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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