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공급 속도는 이윤을 좇는 민간이 빠르다. 이윤 동기가 없는 공공은 속도전에 더딜 수밖에 없다.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전쟁처럼 효율을 추구하는 기업을 이길 공공은 없다. 이 거칠기 그지없는, 에너지 넘치는 야생마를 길들여 고삐를 적절히 죄면서 바람직한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이 바로 ‘현명한 정책가’다. 이윤을 좇는 야성의 시장, 그 에너지를 활용하되 야생마의 질주 방향을 사회적 이익과 조화시키는 것이 정책의 목표가 돼야 한다.
일각에서는 “이윤만 좇는 민간에 주택 공급을 맡겨서는 안 된다”, “시장 실패가 온다”고, 또 다른 쪽에서는 “지나친 규제가 정부 실패를 야기했으니 완전한 민간 주도로 가야 한다”고 말한다. 둘 중 어느 것이 맞는 말일까?
답부터 말하자면, 둘 다 틀린 말이다. 정책가에게 규제와 규제 완화는 시장을 운용하는 두 자루의 칼이기 때문이다. 필요한 곳에 규제와 규제 완화를 적절히 혼용해야 하며, 중요한 것은 규제가 필요한 곳과 규제가 필요치 않은 곳, 즉 그 시기와 대상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학계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는 이것이다. 학계는 시장의 움직임을 학술적으로 파악해 제공해야 하며 시장의 진실을 왜곡해 권력자에게 제공하는 ‘곡학아세(曲學阿世)’의 길을 걷지 말아야 한다.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으려면 학계·공공·정부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시장의 급등 조짐을 인지하고,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가 ‘고요함’을 유지하려는 것 또한 적절한 ‘정책’이다. 규제할 것인가, 규제를 완화할 것인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하기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장이 잦아들기를 기다리는 것 또한 ‘시장을 다루는 방법’ 중에 하나다.
거친 말이 높이 발 구르기를 할 때 고삐를 잡고 가만히 기다리는 것이 노련한 조련사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시장을 잡겠다며 채찍을 휘두르는 그 순간 야생마는 반대 방향으로 뛰어갈 것이고 정책가는 그 고삐를 놓치게 될 것이다. 시장 수요는 결국 개인 수요의 합이다. 그래서 시장을 이기는 정부가 없는 것이다. 시장은 곧 각 개인의 합이니, 시장 그 자체가 국민인 것이다.
국민을 이기는 정부는 없다. 시장을 이해한다는 것은 국민을 이해하는 것이며, 그들의 자가 보유와 주거 상향의 욕구를 이해해야 비로소 시장에서 작동하는 정책을 수립할 수 있다. 물이 배를 뒤집는 이유는 물길을 이해하지 못한 뱃사공 때문이다. 이미 두 번이나 배가 뒤집혔다. 새 정부의 정책가들은 이를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자율은 올 연말까지 상승세가 점쳐지고, 중산층의 부동산 투자는 쉽지 않은 실정이다. 현재 시장 급등은 현찰 부자들의 영향이 강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그런데도 부동산 가격 안정을 이자율에만 기댈 수 없는 이유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상승한 건축원가 때문이다. 코로나19 시기에 풀린 수많은 돈은 소비재 생산만 자극했고, 생산재 생산은 위축돼 오늘의 건축원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집값은 투기심리가 아니더라도 이미 상승 요인이 건축 원가에 있었던 것이다.
새 정부는 수요 억제 정책은 이자율에 맡기고, 건축 원가를 낮출 방법을 찾아야 한다. 건축 원가를 낮추는 것은 집값에만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니라 민간 건설사들의 공급 의지도 강화해준다. 이제는 공급이다. 공급을 원활하게 할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야 할 시점이다.
※필자 소개: 제주대 경제학과 교수이자 한국감정평가학회장. 중앙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2019년 감정평가학술대상 최우수상, 2020년 서울부동산포럼 제1회 학술대상을 받은 바 있다. 부동산경제학·부동산대량감정평가·부동산계량경제학 분야에서 활발한 연구 활동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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