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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尹, ‘전문가·시장 중시’ 거버넌스… 文의 ‘운동권·국가 주도’ 폐기
 
2022-06-02 13:41:16
◆ 칼럼을 기고한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현재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치개혁연구회장으로 활동 중입니다.

■ 김형준의 Deep Read - 윤석열정부 ‘뉴 거버넌스’

尹정부, 기업 주도 성장 최우선하는 국가 지원 체제로 ‘거버넌스 시프트’…청와대 주축 국정운영 탈피
文, 도덕성 독점하며 갈등 조장하다‘선거탄핵‘ 당해…尹, 포용성 갖고 野와 협치해야 國政 성공


윤석열 대통령과 전임 문재인 대통령 모두 정권교체에 성공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의 국정 운영 철학과 신념체계, 스타일엔 큰 차이가 있다. 그 차이는 자연스럽게 국정 운영 거버넌스의 차이를 만든다.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 사이에서 국정 운영의 내용과 구성체계를 놓고 격렬한 ‘거버넌스 시프트’가 일어나는 중이다. 문 정부의 국정 거버넌스는 ‘운동권과 청와대가 중심이 된 국가 주도’였지만, 윤 정부의 그것은 ‘전문가와 시장을 중시하는 국가 지원’ 체제를 추구한다. 윤 대통령은 문 전 대통령의 ‘도덕성 독점’이 거버넌스의 실패를 불렀다는 점을 반면교사로 삼아, 여야 협치를 통한 국정 운영의 뉴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할 과제를 부여받고 있다.

◇선거연합과 통치동맹

통상 국정 운영 거버넌스는 크게 세 측면에서 고찰할 수 있다.

첫째, 통치동맹의 구성이다. 문재인 대선 승리에 기여한 3대 핵심 세력은 ‘친북 성향의 진보, 86 운동권, 민주노총’이다. 문 전 대통령은 이런 ‘선거연합’을 취임 후에 완화하기는커녕 오히려 강화하면서 집단지도체제와 같은 ‘통치동맹’으로 구축했다. 여기에 과거 노무현 참여정부에서 활동했던 인사들을 요직에 중용했다. 문 정부는 취임 초부터 국정농단 세력 척결을 명분으로 보수 정권 인사들에 대한 정치보복 적폐 청산에 나섰다. 선거를 치르듯 통치를 함으로써 진보와 보수 간 극단적 양극화와 민주주의의 위기를 초래했다.

반면 정치적 경험이 사실상 없고, 대권 선언 9개월 만에 정권교체에 성공한 윤 대통령의 연합 세력은 상대적으로 단순하다. 시장친화 철학을 가진 관료·전문가 그룹, 보수 정치권, 과거 검찰 수사에서 호흡을 맞췄던 검사들을 중심으로 한 법조인이 중심이다. 대선 후 대통령실과 초기 내각 구성에서는 선거운동을 도왔던 국민의힘 쪽 사람들보다는 인연은 없지만 전문성을 갖춘 전문가, 이명박(MB) 정부 시절 청와대 인사와 관료들을 중용했다.

문재인 정부의 선거연합은 그대로 통치동맹으로 연결됐지만, 윤석열 정부의 통치동맹은 선거연합과는 다소 분리되는 특성을 보인다. 그런 점에서 윤 정부의 집단 정체성과 응집력은 문 정부의 그것보다 상대적으로 약해 보인다. 하지만 개인 능력성과 유연성은 더 강할 수 있다.

◇국가 주도냐 민간 주도냐

둘째, 통치 방식이다. 문재인 정부는 국가주의, 포퓰리즘, 민족주의를 결합한 일방주의에 빠졌다. 특히 국가가 모든 것을 주도하면서 각종 정책은 실용보다 이념이 우선했다. 문 전 대통령은 “국가가 국민의 삶을 책임지겠다고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강력한 국가주의를 수단 삼아 임기 내내 최저임금 인상을 필두로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추진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윤석열 정부는 시장·민간 주도, 의회주의, 실용주의에 기반을 두고 있다. 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를 재건하겠다”고 했다. 국회 첫 시정연설에서는 “진정한 자유민주주의는 바로 의회주의”라고 했다. 윤 정부는 기업이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마련해 성장 잠재력을 키우겠다고 밝혔다. 국가 주도에서 국가 지원으로, 소득주도성장에서 ‘기업중심성장’으로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셋째, 대통령실의 기능과 역할이다. 문재인 정부는 ‘청와대 정부’라고 불릴 만큼 청와대가 국정 운영의 중심축이었다. 청와대가 모든 정책과 인사를 독점하고 집권당을 이용해 국회를 지배하려 했다. 집권당은 ‘청와대 여의도 출장소’로 전락했다.

반면 윤석열 정부는 제왕적 중앙집권에서 자치분권으로 방향을 틀었다. 의회주의를 강조했고 대통령실 권한을 축소했으며 정책실을 없애는 한편 민관합동위원회라는 뉴 거버넌스를 준비 중이다. 요컨대 문 정부의 국정 거버넌스는 ‘운동권과 청와대가 중심이 된 국가 주도와 법에 의한 지배’, 윤 정부의 그것은 ‘전문가와 민간이 중심이 된 국가 지원과 법의 지배’다.

◇거버넌스 시프트

그렇다면 ‘거버넌스 시프트’는 왜 발생할까. 두 리더의 서로 다른 신념체계와 리더십 스타일이 결정적 요인이다.

신념에는 인간 본성의 선악, 정치와 정치 갈등의 본질, 역사에서 개인과 정부의 역할 등에 관한 인식이 포함된다. 문 전 대통령은 ‘진보=개혁=선, 보수=수구=악’이라는 이데올로기적 신념 속에서 정치를 갈등 조정이 아닌, 생사를 건 투쟁으로 이해한다. 국가가 개인보다 우선한다는 국가주의 틀 속에서 문 정부가 추구하려던 핵심 목표는 체제 변혁과 주류(기득권)세력 교체였다.

알렉산더 조지는 정책결정자의 리더십 스타일을 규정하는 세 가지 요소로 ‘인지 스타일, 효능감, 정치 갈등에 대한 정향’을 꼽았다. 인지 스타일은 개인이 정보를 처리하고 새로운 정보를 확보하는 방식이다. 효능감은 전문 지식과 문제 해결 능력 등을 보유한 지도자의 자신감, 자신이 선택한 결정을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정치 갈등에 대한 정향은 정책결정자가 정책을 둘러싼 갈등을 대하는 태도를 가리킨다.

내향적인 리더는 토론을 통해 정보를 확보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 인지 스타일, 자신감이 결여된 낮은 효능감, 핵심 세력 간 이견이 불거지는 상황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특징을 갖는다. 이런 인식 구조를 갖는 상황에선 조직이 ‘획일화된 충성 집단 모델’에 빠지기 쉽다. 문 전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이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지난 대선에서 ‘10년 주기 정권교체 법칙’이 깨진 건 문재인 정부의 거버넌스에 대한 국민의 응징과 심판으로 해석된다. 달리 표현하면 문 정부의 질 낮은 거버넌스가 5년 만에 ‘선거탄핵’에 따른 정권교체의 길을 열어젖혔다.

◇문재인 반면교사

윤 정부는 문 정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윤 대통령이 양질의 국정 운영 거버넌스를 구축하려면 자신의 ‘인지 구조 대전환’이 필요하다.

윤 대통령은 모든 영역의 고정관념과 편견에서 벗어나 유연하게 사고해야 한다. 합리적 진보를 껴안는 포용적 보수의 신념도 중요하다. 능력주의가 공정하다는 착각에서 벗어나는 것도 필요하다. 특유의 직진 리더십은 잘 쓰면 약이지만 못 쓰면 독이다. 옳다고 여기는 것에 대해 비타협적인 태도로 밀어붙이기만 하면 전임 문재인 정부 실패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 윤 대통령 국정 운영의 뉴 거버넌스 구축 문제는 최종적으로는 야당을 공존의 대상으로 존중하면서 타협, 조정, 합의를 이끌어 내는 협치의 성패 여부에 달렸다.

명지대 교수, 전 한국선거학회 회장

■ 세줄 요약

선거연합과 통치동맹 : 문재인 정부는 ‘친북성향 진보+86 운동권+민주노총’ 선거연합이 집권 후에도 지배구조를 형성. 윤석열 정부는 ‘시장친화적 관료·전문가+보수 정치+검찰 출신’의 뉴 거버넌스를 구축.

국가 주도냐 민간 주도냐 : 文은 청와대가 중심이 돼 국가주의, 포퓰리즘, 민족주의 이념으로 국가 주도형 국정 운영. 尹은 의회주의와 실용주의를 토대로 국가가 민간과 기업을 지원하는 거버넌스 시프트를 시도.

문재인 반면교사 : 두 리더의 상이한 인지 스타일은 거버넌스의 변화를 일으키는 결정적 요인. 尹은 文의 ‘도덕성 독점’이 국정 실패를 부른 점을 반면교사 삼아, 여야 협치의 거버넌스를 구축할 과제를 부여받음.

■ 용어설명


‘거버넌스 시프트’는 거버넌스가 바뀌고 있다는 것. 여기선 ‘국정 운영을 위한 정치사회적 조정 방법의 변화’라는 뜻. 국정 거버넌스 시프트를 확인하는 가장 큰 기준은 국가 주도냐 민간 주도냐임.

‘알렉산더 조지’는 미국의 행동과학자. 스탠퍼드대 정치학 교수 시절 정치심리학, 국제관계 등 연구에 공헌. 특히 인지적 신념이 리더의 정치적 행동에 미치는 영향과 의사결정에 대한 연구가 탁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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