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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검수완박 거부권 행사는 대통령 의무
 
2022-05-06 10:54:36
◆ 칼럼을 기고한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현재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치개혁연구회장으로 활동 중입니다.

김형준 명지대 교양대학 교수 정치학

더불어민주당은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이른바 ‘검수완박’ 법안을 강행 처리하고, 문재인 대통령 퇴임 전 국무회의에서 공포한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검수완박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으면 국익과 국민에게 중대한 피해가 발생하는가? 그것도 윤석열 정권 출범 전에 통과시켜야 할 만큼 시급한 현안인가? 그렇게 시급하다면 그동안 뭘 했나?

지난해 3월 민주당은 ‘검수완박 추진’으로 윤석열 검찰총장을 압박했다. 결국 윤 총장은 “검수완박은 부패완판”이 될 것이라며 사직했다. 이후 민주당은 검수완박의 ‘검’자도 꺼내지 않았다. 그런데 집권 5년 만에 정권이 교체되자 돌변했다. 이제 최대 관심은 문 대통령이 검수완박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할지에 쏠려 있다. 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첫째,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선서한 헌법을 준수할 의무가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12조 제3항은 검사에게 영장 신청권을 부여함과 동시에 검사를 수사의 주체로 보고 있다. 따라서, 검찰의 수사권을 빼앗아 경찰에 독점시키는 건 헌법의 취지에 정면으로 반한다.

둘째, 대통령은 권력분립과 견제와 균형을 파괴하는 반민주적 입법 독재를 막아야 한다. 검수완박 법안은 ‘위장 탈당, 회기 쪼깨기’ 등 온갖 편법과 꼼수가 동원돼 졸속으로 추진됐다. 74년간 유지된 형사사법체계를 바꾸면서 각계각층의 충분한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고, 공청회 한 번 열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법안 내용도 국회 법사위의 소위, 안건조정위, 전체회의, 본회의를 거칠 때마다 달라졌다.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강행 처리한 졸속 누더기 법안을 막지 못하면 대통령은 직무유기가 된다.

셋째, 자신의 가치를 지켜야 한다. 법조계에서 검수완박 법안은 ‘피해자 권리구제가 어렵고, 국민 인권침해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문 정권은 입말 열면 ‘약자 보호’ ‘공정과 정의’를 외쳤다. 부패한 정치인에 ‘수사 치외법권’을 주는 검수완박에 찬성한다면 문 대통령은 자신이 그동안 강조해 온 가치가 얼마나 위선적이고 허구였는지를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 된다.

넷째, 국민 여론을 존중하고,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을 지켜야 한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검찰 수사권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가 55%였다. 반면, ‘검찰 수사권을 경찰에 이양하는 것이 좋다’는 35%에 불과했다. OECD 산하 반부패대응기구도 ‘한국의 반부패 역량 약화’ 우려를 밝혔다. 따라서 문 대통령은 헌법 가치를 훼손하고, 절차적 정당성도 없고, 힘없는 일반 국민에게 피해를 주며, 국민이 반대하고, 국제적 우려가 있는 검수완박 법안에 대해 주저 없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최근 한 방송 대담에서 윤 당선인의 청와대 민정수석실 폐지 공약과 관련해 “모든 제도는 다 연유가 있다”며 “걱정된다”고 했다. 그런데 나라의 형사사법체계를 송두리째 뜯어고치는 졸속 법안에 서명하는 건 표리부동이다. 문 대통령이 퇴임 후 안전 보장을 위해 자기 비리 수사를 막아줄 ‘검수완박’ 법안을 공포한다면, 역대 최악의 ‘참 나쁜 대통령’이 될 수 있다. 이런 오명과 치욕을 피하고 불행한 대통령의 길을 걷지 않으려면 거부권 행사는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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