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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민주당 신구 권력투쟁… 이재명 재기 둘러싼 ‘주류세력 교체’ 싸움 본격화
 
2022-04-20 10:44:57
◆ 칼럼을 기고한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현재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치개혁연구회장으로 활동 중입니다.

■ 김형준의 Deep Read - 구여권 권력갈등의 본질

‘친문당 사수’냐 ‘친명당 전환’이냐 당권 투쟁 양상으로… 李, ‘대장동 수사·지방선거’등 난제 첩첩산중
‘정치적 부족주의’ 계파 의식이 갈등의 근본 원인… 대선 패배 반성 없는 ‘파국적 균형’은 결국 몰락 부를 것


더불어민주당에서 신구 권력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서울시장 공천 갈등, 친문재인(친문)계의 분화, 골수 친문과 친이재명(친명)계 간의 대립으로 표출하는 구여권 내 권력투쟁의 본질은 대선 패배 후 당내 ‘주류세력 교체’를 둘러싼 계파 간 골육상쟁이다. 한국 현대 정치사에서 구여권 내부의 신구 권력 갈등은 주로 대선에서 패배한 후보가 다음 대선을 겨냥해 재기를 모색하며 당권을 장악하려는 시도에서 비롯됐다.

◇주류세력 교체 투쟁

1997년 15대 대선 후 한나라당에서는 대통령 김영삼(YS) 추종 그룹인 민주계와 친이회창계 간에 갈등이 분출됐다. 대선에 출마했던 이회창은 약 39만 표(1.6%포인트) 차이로 패했지만 여전히 유력한 차기 대선 후보였다. 그는 단기간에 당권을 장악하면서 구주류인 민주계를 와해시키고 견고한 ‘이회창 1인 체제’를 구축했다.

이회창은 대선 패배 8개월 후에 대선 전 영입한 조순 총재를 자파 세력을 앞세워 몰아내고 한나라당 총재직을 차지했다. 그 후 1999년 6월 송파갑 재·보선에서 승리해 국회로 입성했다. 2000년 총선에서는 파격적인 공천을 통해 한나라당을 원내 제1당(133석)으로 만든 다음, 2002년 16대 대선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돼 재출마했다. 하지만 이회창은 15대 대선에서 자신의 발목을 잡았던 ‘아들 병역 비리 의혹’이 다시 불거지면서 패배했다.

지난 3월 9일 20대 대선에서 24만 표(0.73%포인트)라는 근소차로 패배한 민주당이 1997년 당시 한나라당과 유사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 문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친문이 분화했고, 당내 비주류 친명계가 신주류로 부상 중이다. 지난해 원내대표 선거 당시만 해도 친명계 좌장격인 정성호 의원은 겨우 9표를 득표하는 데 그쳤지만, 대선 보름 뒤 실시한 원내대표 선거에서는 이재명 비서실장 출신인 박홍근이 친문이자 이낙연계인 박광온을 제치고 당선됐다.

재기를 모색 중인 이재명의 당내 입지는 한층 탄탄해질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원내 절대다수 의석을 갖는 거대 야당으로 바뀌는 민주당은 향후 이재명의 정치 구상과 계파 정치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다. 이재명이 구상하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오는 8월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되고 2년 후 총선 공천권을 장악해 ‘문재인당’을 ‘이재명당’으로 전환해 2027년 대선에 재도전하는 것이다.

◇이재명의 산

그러나 이재명이 이를 관철하려면 다섯 개의 산을 넘어야 한다. 첫째, 문재인의 산이다. 문재인 국정 운영 지지도는 임기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이지만 여전히 40%대를 유지 중이다. 트위터 팔로어는 200만 명을 넘어섰다. 퇴임 후 ‘잊힌 사람’이 아니라 진보 진영의 상왕으로 ‘그림자 통치’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 있다. 이재명이 과거 이회창처럼 ‘이재명 1인 체제’를 조기에 구축하기가 쉽지 않다.

둘째, 윤석열의 산이다. 여소야대 국면의 윤석열 정권은 취임 후 전임 정권 적폐청산을 시도하기가 쉽지 않다. 신구 정권이 통합과 협치를 명분으로 적대적 공생관계를 도모할 가능성이 점쳐지는 대목이다. 나아가 윤이 친문의 칼을 빌려 이재명을 쳐내는 ‘차문살명(借文殺明)’ 전략을 펼 경우, 이재명의 재기 시나리오는 타격을 맛볼 수 있다.

셋째, 대장동의 산이다. 윤석열 최측근 한동훈이 법무부 장관으로 최종 임명돼 상설특검을 통해 ‘대장동 특혜 의혹’을 파헤칠 경우 민주당은 둘로 쪼개질 수도 있다. 과거 박근혜 탄핵을 둘러싸고 새누리당이 분열됐듯 민주당이 ‘친명 대 반명’으로 쪼개질 수 있다.

넷째, 86그룹의 산이다. 86그룹이 이재명의 지지를 받는 송영길의 서울시장 출마 강행을 둘러싸고 집단 반발하면서 분화하고 있다. 만약 송영길이 서울시장 후보에서 탈락하면 6월 1일 그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 출마하려는 이재명의 계획도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있다.

다섯째, 지방선거의 산이다.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획기적인 승리를 거두지 못할 경우 ‘이재명 조기 등판론’에 제동이 걸릴 수가 있다. 이재명이 이 다섯 개의 산을 넘지 못한다면 향후 민주당은 친문과 친명이라는 ‘두 개의 머리를 가진 괴물’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대립하면서 ‘파국적 균형’을 이어 나갈 가능성이 커진다.

◇부족주의적 권력투쟁

정파 혹은 계파란 일정 기간 공통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구성된 조직화한 집단이다. ‘인센티브 이론’에 따르면 인간이 특정 조직에 참여하는 이유는 물질적 보상, 연대에 따른 만족감, 특정 목적의 구현 등 크게 세 가지다. 한국 정당에서 오랜 기간 계파가 존재하는 이유는 정치 행위자들이 계파를 통해 이런 물질·연대·목적지향의 인센티브를 구현하려는 욕구가 강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의 정치 풍토에서는 자신의 소신과 양심에 따라 독자적으로 의정 활동을 하면서 필요할 때마다 거래하기보다는 계파에 소속돼 리더를 중심으로 일사불란하게 행동하는 문화가 만연해 있다. 이는 정치적 ‘거래비용’을 줄이면서 자신의 이득을 극대화하려는 셈법에 따른 것이다. 정치 환경이 척박해 불확실성이 클 뿐 아니라 공직·당직·공천 등 중요한 정치 자원이 시스템과 제도가 아닌 권력을 가진 인물과 계파에 의해 배분되는 독특한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소신보다는 보스를 중심으로 한 계파의 논리에 따라가는 정치문화가 이어지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미래에 닥칠 위기에 대비해 마치 정치보험을 들 듯이 계파가 만들어진다고 볼 수 있다. 계파는 일반 정치 조직과는 달리 지속성·리더십·응집력과 같은 구조적 특성을 갖는다. 이런 ‘개인화된 계파’에선 이슈나 정책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오직 생존을 위한 극한투쟁만 존재한다. 여기서 대한민국 정치의 퇴행과 몰락이 시작된다.

국민의 대표인 의원들이 오직 조직의 보스를 살리고 그에게 충성하는 것은 지극히 파괴적이고 분절적이며 ‘정치적 부족주의’의 전형이다.

◇정치 퇴행 불 보듯

민주당에서 “우리는 5년 만에 정권을 빼앗긴 폐족”이라고 외치는 사람은 없다. 반대로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환상 속에서 오만한 패배자의 길을 걸으면서 오직 신구 권력 갈등으로 국민 피로감만 높인다. 민주당이 대선 패배에 대한 반성 없이 권력투쟁형 계보정치에 매몰된다면 정치교체와 혁신은 사라질 것이고 미래도 없을 것이다.

명지대 교수, 전 한국선거학회 회장


■ 세줄 요약

주류세력 교체 투쟁 : 민주당 내 신구 권력 갈등 심화. 구여권 권력투쟁의 본질은 대선 패배 후 당내 ‘주류세력 교체’를 둘러싼 계파 간 골육상쟁. 이는 친문의 ‘문재인당 사수’와 친명의 ‘이재명당 전환’ 간 투쟁임.

이재명의 산 : 이재명은 주류세력 교체를 위해 다섯 개의 산을 넘어야. 문재인의 산, 윤석열의 산, 대장동의 산, 86그룹의 산, 지방선거의 산이 그것. 이를 넘지 못하면 민주당은 친문과 친명이 ‘파국적 균형’을 이어갈 것.

부족주의적 권력투쟁 : 한국 정치권에는 계파에 소속돼 리더를 중심으로 일사불란하게 행동하는 문화가 만연. 정치적 ‘거래비용’을 줄이려는 것. 이런 정치적 부족주의는 정치교체와 혁신이 아닌 퇴행과 몰락을 불러옴.

■ 용어 설명

‘거래비용 이론’은 합리적 행위자가 거래비용을 줄이려 시장이 아닌 위계 조직을 활용하게 된다는 이론. 로널드 코스가 저서 ‘기업의 본질’에서 제기했고 올리버 윌리엄슨이 이론으로 발전시킴.

‘차문살명(借文殺明)’은 ‘차도살인’을 활용한 조어. 윤석열 새 정권이 출범 후 여소야대 국면 타개를 위해 통합과 협치를 명분으로 문재인 구권력과 연대한 후 친문을 이용해 친명 세력을 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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