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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정권 재창출 실패한 문재인과 친문의 운명
 
2022-03-29 11:58:53
◆ 칼럼을 기고한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현재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치개혁연구회장으로 활동 중입니다.

민주당 내 헤게모니 둘러싸고 친문 대 친이(친이재명) 격돌 가능성
文, 퇴임 후 영향력 유지하면서 진보의 상징적 인물로 활동할 수도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48.56% 득표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47.83%)를 누르고 승리했다. 두 사람의 표차는 24만7000여 표, 득표율 차는 0.73%p에 불과했다.

윤 당선인은 당선 일성으로 “위대한 국민의 승리”라고 했다. 촛불 민심으로 정권을 교체했던 현 집권 세력이 5년 만에 정권을 빼앗긴 것은 엄청난 정치적 사건이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보수·진보 정권이 10년마다 교대되는 ‘10년 권력 교체 주기설’이 깨졌기 때문이다.

여하튼 문재인 대통령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실시된 8번의 대선에서 5년 만에 정권을 뺏긴 최초의 대통령이 됐다. 특히, 자신이 발탁한 검찰총장이 야당 대선후보가 돼 현 정권을 무너뜨린 것에 대해 엄청난 자괴감과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지난 2007년 대선에서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가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에게 531만 표 차이로 완패한 후,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인 안희정 참여정부평가포럼 상임위원장은 “친노라고 표현돼온 우리는 폐족(廢族)입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집권 10년 역사를 계속해서 지키지 못한 것, 거대 집권여당 세력을 단결된 세력으로 가꾸고 지키지 못한 것(…) 이 모든 책임을 회피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민주개혁세력이라 칭해져왔던 우리 세력이 우리 대에 이르러 사실상 사분오열, 지리멸렬의 결말을 보게 했으니 우리가 어찌 이 책임을 면할 수 있겠냐”며 “새로운 시대로, 새로운 세력으로 우리를 이끌고 정립시켜야 할 책임을 우리는 완수하지 못했다”고 반성했다.

민주당 주류 세력인 친문은 5년 만에 정권을 빼앗겼는데도 대선 패배에 대해 이렇다 할 반응이 없다. “친문은 폐족”이라는 반성이 없다. 그렇다면 문재인 대통령과 친문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이런 질문에 대한 대답을 얻기 위해서는 이번 대선 결과에 대한 심층적 분석, 퇴임을 앞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평가, 그리고 ‘문재인 팬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


출구조사와 여론조사 차이 원인은 ‘샤이 이재명’


민주당 대선 패배 원인은 문재인 정부의 실정, 민주당의 내로남불과 독선, 이재명 후보의 한계 등 3대 요인으로 집약될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자영업자 몰락과 청년 일자리 축소, 양극화 심화를 초래했다. 탈원전으로 세계적인 선도 기술을 확보한 에너지 산업을 붕괴시켰고, 이념과 진영의 논리에 따른, 편 가르기 정치와 조국 사태 등 ‘위선’과 ‘내로남불’ 행태로 국론 분열을 부채질했다.

허황된 평화와 대화로 북한의 핵 능력만 키워주면서 안보 불안이 심화됐다. 결과적으로 대선 기간 내내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권 교체 의견이 정권 유지 의견보다 10%p 정도 많았다. 이번 대선에서 지상파 방송 3사의 출구조사를 담당했던 3대 여론조사기관(입소스·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이 여론조사 발표 금지 직전에 실시한 조사(3월 1~2일)에서 ‘정권 교체를 위해 야당 후보에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다’는 54.5%, ‘정권 연장을 위해 여당 후보에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다’는 35.8%였다. 정권 교체 욕구 비율이 훨씬 높았지만 이번 대선 결과는 0.7%p의 초박빙으로 끝났다.

본투표일(3월 9일) 직전 여론조사 블랙아웃 기간인 3월 7~8일 이틀간 실시된 대선 예측조사에서 윤석열 후보가 이재명 후보를 최소 3.1%p에서 최대 7.6%p 격차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미디어헤럴드·리얼미터 조사에서 윤석열 후보 50.2%, 이재명 후보 47.1%로 격차는 3.1%p였다.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윤석열 후보 46%, 이재명 후보 40%로, 격차는 6%p였다. 리서치뷰 조사에서는 윤석열 후보 52.1%, 이재명 후보 44.5%로 7.6%p 격차다.

한국갤럽이 의견 유보층의 후보별 투표 확률을 추정해 배분하고, 투표 의향과 실현율을 반영한 성·연령대별 투표율로 가중 처리해 산출한 예상 득표율은 윤석열 52.0%, 이재명 44.4%로 양자 간 격차는 7.6%p로 예측됐다. 하지만 KBS·MBC·SBS 방송 3사가 실시한 출구조사에선 이재명 47.8%, 윤석열 48.4%로 양자 간 격차는 0.6%p 초접전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왜 출구조사와 일반 여론조사가 이렇게 차이가 났을까?

통상 한국 대선에서 투표 1주일 전까지 누구를 찍을지 결정하지 못한 부동층이 20% 정도다. 한국갤럽의 사후 조사(3월 10일)에 따르면, 이번 대선에서 투표 후보 결정 시기는 ‘투표 당일/투표소에서’ 6%, ‘2~3일 전’ 6%, ‘4~7일 전’ 12% 등 선거일부터 1주 이내 결정이 24%를 차지했다. 2~3일 전까지 누구를 찍을지 결정하지 못한 12% 부동층에 ‘샤이 이재명’이 많이 숨어 있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면서도 이 후보를 지지한 규모는 70% 정도, 호남에서 이 후보 지지도는 75%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선거 막판에 윤석열-안철수 후보 단일화가 친문-비문으로 흩어졌던 여권 지지층 결집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측, 文 정부 실정을 패인으로 몰아가


가령, 호남 전 지역에서 이 후보는 80% 이상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광주 84.8%, 전북 83.0%, 전남 86.1%). 더불어 이번 대선에서 부동층이 유독 많았던 2030 여성층이 이 후보를 압도적으로 지지한 것도 박빙 승부의 큰 요인으로 추론된다. 출구조사 결과, 윤 후보는 ‘이대남(20대 남성)’으로부터 58.7% 지지도를 보이며 36.3%를 얻은 이 후보를 제쳤다.

그러나 ‘이대녀(20대 여성)’에서는 이 후보 58.0%, 윤 후보 33.8% 지지도를 각각 기록하며 다른 양상이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20대에서 윤 후보(45.5%)가 이 후보(47.8%)에게 밀렸고, 30대에서도 윤 후보(48.1%)와 이 후보(46.3%)는 격차가 크지 않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가 이 후보를 20대에서 크게 앞섰던 것과 비교해보면 큰 차이다.

이준석 대표를 중심으로 국민의힘이 젠더 이슈를 이용해 2030 남성 표에만 집중했던 ‘젠더 갈라치기 전략’은 선거 막판 젊은 여성들의 집단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당초 예상했던 압승을 좌절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구나 이들 부동층에서는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따른 확진자 폭증,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북한의 미사일 도발 등에 대한 불안 심리가 변화보다는 안정을 선호하면서 선거 막판에 집권당 후보를 지지했을 개연성이 크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압승한 민주당의 튼튼한 기간 조직도 총동원되면서 표 차를 크게 줄였다.

이런 선거 결과가 주는 함의는 대선 패배 원인을 ‘문재인 실정’과 ‘이재명 한계’ 중 어느 한쪽으로 몰고 가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비록 낙선하긴 했지만, 무려 1600만 표를 얻었다.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당선될 때 얻은 표(1342만 표)를 훌쩍 웃도는 초박빙의 대선 결과를 만들어냄으로써 정치적 입지를 증명했다.

따라서 패배 책임론에서 다소 벗어날 수 있는 여지가 마련됐다. 오히려 이재명 측은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패인으로 제기하는 분위기다. 특히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서울에서 약 31만 표 차이로 패배한 것을 강조한다. 더구나 친문 인플루언서를 비롯해 ‘극문’ 지지층이 이재명을 버리고 윤석열 지지를 표명하는 이탈 행위에 대한 비판도 제기한다. 이들이 “여니(이낙연) 없으면 여리(윤석열) 찍는다”며 윤석열 당선 운동에 나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친문 세력은 부동산 정책의 영향권에 있는 경기(46만2000표)와 인천(3만4000표)에서 이 후보가 승리한 것을 지적하면서 이를 일축하고 있다. 일부 친문에서 이탈한 반(反)이재명 지지층이 실제로 얼마나 투표에 영향을 줬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향후 당내 헤게모니를 둘러싸고 친문 대 친이(친 이재명) 세력이 격돌하면 그 결과에 따라 친문의 위상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벌써 6월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당 상임고문으로 위촉된 ‘이재명 역할론’을 제기한다. 김두관 의원은 ‘윤호중 비대위’ 출범 하루 만에 공개적으로 반대하며 “‘이재명 비대위’가 출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선 패배 후 이틀 만에 2만 명이 이재명 지킴이를 자처하며 당원 가입을 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어떤 행태든 만약 이재명 고문이 지방선거 운동에 개입해 17개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자신이 대선에서 승리한 지역의 승리를 이끌어 선방한다면 당의 권력 지형이 재편될 수도 있다. 특히, 이 고문이 8월 당대표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권을 잡아 당의 환골탈태와 혁신을 이끌고, 2024년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해 자신의 측근을 전진 배치하면 진정한 ‘이재명의 민주당’을 만들 수 있다. 이것이 현실화되면 문 대통령 퇴임과 맞물리면서 졸지에 친문은 비주류로 전락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친문의 운명을 좌우할 또 다른 요인은 문 대통령에 대한 냉정한 평가다. 한국갤럽이 3월 7일에 실시한 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도는 43%로 나타났다. 한국리서치가 2월 4주(25~28일)에 실시한 ‘여론 속의 여론’ 조사에 따르면 문 대통령 국정운영 긍정 평가는 44%였다. 이 수치들은 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대선에서 얻은 득표율(41.1%)보다 높은 것이다. 더욱이 갤럽조사에서 문 대통령 지지도는 올해 1월부터 단 한 번도 30%대로 떨어진 적이 없었다. 역대 대통령 임기 말 지지도가 통상 20%대로 곤두박질했던 것과 비교해보면 이례적이다.

더구나 문재인 대통령의 호감도는 안정적인 행태를 띠고 있다. 한국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문 대통령에게 ‘호감이 간다’는 비율은 45%, ‘호감이 가지 않는다’는 51%였다. 그런데 8월 4주 이후 문 대통령 호감도 변화 추세를 보면 안정적으로 40%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 수치는 이번 대선에 참여했던 후보들과 비교해도 훨씬 높았다. 한국갤럽이 실시한 후보 호감도 조사(2월 8~10일)에서 이재명 34%, 윤석열 34%, 안철수 37%, 심상정 30%였다.

주목해야 할 것은 문 대통령 호감도가 40대(61%), 50대(54%), 진보(74%) 호남(75%), 생산직 근로자(62%) 등 문재인 정부 핵심 지지층에서 상당히 높다는 것이다. 이런 수치들이 주는 함의는 퇴임 이후에도 문 대통령의 위상이 견고하게 유지될 수 있고, 권력을 잡은 세력이 쉽게 흔들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민주당이 크게 흔들릴 경우 친문 의원들을 내세워 민주당을 ‘그림자 통치’ 할 가능성도 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민주당 172명 의원 중 상당수가 문재인 친위부대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신주류로 부상하려는 이재명 지지층과의 충돌도 예상된다.
문재인에게는 있고, 이재명에게는 없는 것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있고 이재명에게는 없는 것이 있다. 바로 ‘문파(文派)’로 통용되는 ‘문재인 팬덤’이다. 정치 팬덤은 특정 정치인을 선호하는 열혈 지지자들로서 해당 정치인을 아이돌(idol)처럼 대하며 마치 연예인의 팬처럼 활동하는 집단을 의미한다. 오현철 전북대 교수는 문화 팬덤 연구의 선구자인 젠킨스(Jenkins)가 제시한 팬덤 활동의 5단계 개념을 통해 문재인 팬덤의 복합적 성격을 연구했다.

문재인 팬덤은 첫째, 팬덤 간 특정 방식으로 상호작용하면서 현직 문재인 대통령을 부를 때 직함도 ‘님’ 자를 생략하고 ‘이니’라는 애칭을 쓴다. 둘째, 비판적·해석적 실천으로 기존 정치세력이나 시민사회의 일반적인 관점과 다른 ‘독자적인’ 시각을 통해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선플 운동 등과 정치 활동을 한다.

셋째, 소비자 행동주의로 문재인을 비판하거나 반대하는 세력에 대해 집단행동을 한다. 넷째, 팬픽 생산 활동으로 다양한 ‘이니 굿즈’를 만들어 문재인 이미지를 대중적으로 유포하고 소비하게 한다. 다섯째, 사회 공동체 기능 활동으로써 스스로 이름을 짓고 집단의 규율과 굿즈, 팬 지식 등을 통해 팬덤의 집단 정체성을 구성한다.

오 교수는 이러한 문재인 팬덤은 “정치인 문재인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는 방식에서 신선한 충격을 줬고, 집단적 정치 참여를 통해 문재인 후보가 민주당 대선주자로 선출되고 대통령에 당선되는 데 영향을 줬으며, 문재인 대통령의 권력이 강력하게 행사될 수 있도록 시민사회의 지지와 동원을 끌어냈다”며 “또 민주당의 의사결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주요 선거에서 후보를 결정하거나 의제를 선도하는 역할을 했다”고 주장한다.
민주당 의원 상당수는 청와대 출신 ‘文 친위부대’

그러나 문파는 반대 급부로 정치 퇴행이라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비판을 받는다. 비판의 핵심 내용은 문파는 세상을 선악 대결로 보고 정의 실현의 미명 아래 불법과 폭력을 정당화한다. 문자 폭탄, 가짜 뉴스, 음모론을 일삼는다. 심지어 퇴행적 권위주의 문화를 확대·재생산한다.

예를 들어 문파는 “우리 이니 하고 싶은 거 다 해!” 같은 구호를 외치며 문재인 대통령이 통치하는 대로 따르겠다는 복종을 다짐한다. 2017년의 민주당 대통령 후보 선정 경선 과정에서 문재인 후보는 문재인 팬덤이 당내 경쟁 후보들을 비난하는 행동을 비판하지 않고 만찬에 풍미를 더하는 ‘양념’으로 치부했다. 이 발언은 문파가 문재인 반대 세력을 비난하는 행위를 적극적으로 옹호한 것으로서 그 이후 문재인 팬덤의 적대행위를 더욱 부추겼다.

여기에서 문재인 팬덤이 보여주는 ‘우리 편 아니면 적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방식’에 기반을 둔 무비판적 확증편향으로 배타성이 잉태됐다. 결과적으로 문재인 팬덤은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일치하지 않는 정보는 무시하는 집단적인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을 갖게 됐다. 이것이 그들을 비합리적이고 폭력적인 집단 극단화로 이끄는 요인이 됐다.

문파는 엄청나게 집단적이고 집요하게 활동하고, 지독하게 배타성을 갖고, 어떤 비판도 용납하지 않으며, 폭발적인 공격성을 갖고 지난 5년간 한국 정치를 중심에서 이끌었다. 이들은 무오류의 문재인 대통령에게 정책 실패는 있을 수 없다는 신념이 강하다. 이것이 현 집권세력의 내로남불과 위선으로 연결되고, 급기야 ‘연성 독재’의 길을 열어놓았다. 공정과 상식이 무너지고 법치가 파괴되고 불의가 정의를 이기고, 거짓이 사실을 압도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결과적으로 국민의 정권 교체 욕구가 분출되면서 문재인 정부가 선택한 정치 경험이 없는 검찰총장에 의해 정권이 교체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이런 문재인 팬덤 정치는 퇴임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친문을 보호하는 방패막이 역할을 할 개연성이 크다.

더구나 대선 결과 국민의 절반이 민주당을 지지했고, 문재인 대통령의 호감도는 여전히 높은 데다, 국회에서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 의원의 상당수가 청와대 출신 ‘문재인 친위부대’라는 점을 감안할 때 향후 문재인의 운명은 어둡지 않다. 문재인 팬덤이 존재하는 한 문 대통령은 쉽게 무너지지 않고, 새 정부가 전 정권 적폐청산 수사를 빌미로 문 전 대통령을 박해하면 엄청난 저항을 가져올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은 생존 전략 차원에서 민주당을 ‘그림자 통치’ 할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신주류를 꿈꾸며 당권을 차지하려는 이재명 세력과 충동할 가능성이 크다. 지상파 방송 3사 출구 조사 결과 지난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했던 사람 중 72.0%만 이재명 후보를 지지했고, 25.1%가 윤석열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파는 이재명 후보의 섣부른 문재인 정부 정책 차별화를 대선 패배 요인으로 생각할 만큼 여전히 이 후보에 대한 비토(veto) 감정이 존재한다.

한국갤럽의 대선 사후 조사(3월 10일)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에게 투표하지 않은 유권자는 그 이유로 ‘신뢰성 부족·거짓말’(19%), ‘도덕성 부족’(11%), ‘대장동 사건, 부정부패’(6%)를 꼽았다. 이런 결과에 대해 친문은 민주당 대선 패배의 핵심은 문재인 실정이 아니라 이재명 후보의 도덕성과 자질 때문이라고 굳게 믿는다. 친문에 더는 ‘이재명의 민주당’은 없다. 단언컨대, 문파 팬덤 정치가 사라지지 않는 한 문재인 대통령과 친문의 운명은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민주화 운동을 펼치고 인권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명성을 얻었다. 자신들의 강력한 지지 그룹인 정치 팬덤 성격의 노사모와 문파를 갖고 있다. 또한 재임 시절 야당에 정권을 뺏긴 처지도 같다. 노 전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가운데 처음으로 퇴임 후 고향으로 내려갔다. 그는 고향인 봉하 마을로 돌아와 “모범적인 시민이 되겠다. 그 이상 하지는 않을 것”이란 말도 남겼다. 노 전 대통령은 귀향 후 친환경 운동을 실천하면서 분주한 행보를 펼쳤다.

이 같은 활동 덕분에 봉하 마을은 하루 최고 1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방문할 정도로 김해의 최고 관광지로 떠올랐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기록물 유출 논란’, ‘박연차 게이트 의혹’ 등 잇단 정치적 논란에 휩싸이면서 비극적 선택을 했다.
그는 ‘잊힌 사람’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문재인 대통령도 퇴임 후 자신의 고향인 양산으로 귀향한다. 문 대통령이 퇴임 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한다면 ‘진보 결집’의 상징적인 장면이 될 것이다. 문 대통령은 2020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퇴임 후 잊힌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소회를 밝힌 적이 있다. 문 대통령은 퇴임 전 20%대의 낮은 지지를 받은 노 전 대통령과는 달리 아직 40%를 넘는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현재의 정치 상황이 그의 말대로 ‘잊힌 사람’으로 돌아가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권력(power)과 영향력(influence)은 다른 개념이다. 전자는 물리적 강제력을 통해 상대방이 싫어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관철할 수 있는 힘을 말한다. 후자는 비록 공식적인 권한은 없지만, 충분히 상대방이 자기 뜻대로 할 수 있게 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일종의 ‘준거 권력(Reference Power)’이라 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퇴임 후 정치적 소용돌이의 중심으로 끌려들어가지 않는 한 강한 영향력을 유지하면서 위기에 처한 진보의 상징적 인물로 활동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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