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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토크] 자유우파여, 거대한 상징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
 
2022-03-25 11:20:28
◆ 한반도선진화재단의 후원회원이신 김주성 전 한국교원대총장의 칼럼입니다.

자유 우파는 상징 싸움을 할 줄 모른다. 아마도 그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것 같다. 자유 우파의 투쟁력은 건국 이래 최악이고 최약인 이유다. 자유 우파의 정치인들만 그런 것이 아니다. 자유 우파의 지식인들도 마찬가지이다. 최근에 대통령 집무실의 이전을 둘러싼 공방에서 자유 우파의 인지부조화 현상이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대통령 집무실의 이전 문제는 고도의 정치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국민 속으로 들어가" "국민만 바라보고" 정치를 하고자 대통령 집무실을 국민들과 가까이 할 수 있는 용산으로 옮기겠다고 직접 발표했다. 의식하지 않았을 지도 모르겠지만, "국민 속으로" 들어가겠다는 말은 그동안 문재인 정권이 청와대에서 "국민 위에" 군림하면서 자기 진영을 위해 제왕적인 권력을 휘둘렀다는 사실을 폭로하고 있다. 그러면서 자신은 "국민만 바라보면서" 민주 정치를 이끄는 온 국민의 대통령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대통령 집무실의 이전 문제를 단순한 "청사 이전" 문제로 여기고 "돕겠다"고 발표했던 문정권의 청와대는 한나절도 지나지 않아 태도가 돌변했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고 나서 곧장 "안보 공백"을 이유로 반대하고 나섰다. 이들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가 얼마나 큰 상징 싸움인지 깨달았던 것이다. 집무실 이전을 무심히 "돕는다면" 스스로 자신들이 제왕적인 권력자들이었다고 고백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상징 전쟁에서 지지 않으려고 '안보 공백' 이니, '과도한 이전 비용'이니, '성급한 결정'이니, '민주주의 후퇴'니 하는 이상한 이유를 들고 전방위 공격에 나섰다.

 

이들이 갑자기 표변한 이유를 짐작도 못한 자유 우파의 지식인들이나 언론들은 집무실 이전 정책의 합리성을 따지면서, "서두를 이유가 없다"느니 "용산보다 다른 곳이 낫다"느니 하면서 입방아를 찧고 있다. 백병전이 벌어졌는데도 총을 들고 뛰어나가지 않고, 작전이 옳았느니 글렀느니 논쟁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눈앞에서 전선이 얼마나 밀리고 있는지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고 말이다. 

 

집무실 이전은 대통령 당선자가 처음 밝힌 포부인 만큼 제 1호 정책이나 다름없다. 상징성이 어마어마한 것이다. 이러한 상징의 전쟁에서 패하면, 취임하고 나서 어떤 정책을 내 놔도 반대를 극복할 수 없다. 정책은 완벽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책마다 약점이 있기 마련이고 비판 거리는 차고 넘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자유 우파의 정치인들이나 지식인들이 국민을 설득하러 나서지 않고 뒷짐 지고 훈수나 두려고 한다면, 윤석열 정권의 미래는 암담하다. 

 

윤석열 당선자는 토라진 문정권을 "강요할 수 없으니까" 어쩔 수 없지만, 취임을 해도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한다. 지금 쓰고 있는 "통의동" 건물에서 근무하겠다는 것이다. 결기가 보통이 아니다. 상징 싸움에서 밀리지 않고자 필마 단기로 최전선을 지키려는 품새다. 마치 명량 싸움에서 이순신이 외롭게 적의 대규모 선단 앞에 나선 모습이다. 이런 담력이라면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듯 싶다. 

 

자유 우파의 정치인들과  지식인들은 깨우쳐야 한다. 대통령 당선자가 최전선에서 혼자 백병전을 치루게 놔둘 수는 없지 않은가? 함께 나가 싸워야 하지 않겠는가? 명량 싸움의 최전선에서 이순신이 홀로 버티며 중군의 현령 안위와 첨사 김응함에게 외쳤던 소리가 귀에 쟁쟁하다. 

 

"안위야, 군법에 죽고 싶으냐? 군법에 죽고 싶으냐? 도망간다고 어디 가서 살 것이냐?" "김응함아, 너는 멀리 피하고 대장을 구원하지 않으니 죄를 어찌 면할 것이냐? 처형하고 싶지만 전세가 급하니 우선 공을 세우게 하겠다." 그들이 전선에 뛰어들자 명량 싸움의 전세가 바뀌었다. 자유 우파의 정치인 안위들, 자유 우파의 지식인 김응함들, 대장 뒤에 숨지 말고 맨 앞으로 튀어나와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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