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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국민연금, 묵묵히 본업에 집중할 때
 
2022-01-17 15:04:42
◆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경제질서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국민연금이 금년부터 주주대표소송에 적극 나설 것이라 하여 경제단체가 반대 성명을 냈다. 대표소송은 소액주주가 이사나 감사 등의 책임을 추궁하기 위해 제기하는 소송이다. 상장회사의 경우 지분 0.01%를 6개월만 보유해도 소를 제기할 수 있고, 1% 이상 보유하면 6개월 보유 없이 언제든지 소를 제기할 수 있다. 국민연금이 투자한 1000여 개 기업 대부분이 사정권에 든다. 금년 중 몇 개 기업에 시범적으로 대표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라 한다.

대표소송 승소로 기업 임원으로부터 받아낸 손해배상금은 소를 제기한 원고들이 나눠 갖는 것이 아니라 기업 일반회계로 편입된다. 이 금액은 기업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미미한 금액이라 기업 재무에 큰 영향이 없고 주가 변동도 크지 않다. 따라서 보통 주주들이 적극 나서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주로 (헤지)펀드들이 임원의 비리를 포착하고 그를 위협해 돈을 뜯어내려는 '위협소송' 수단으로 자주 활용된다. 소를 제기한 펀드 역시 최종 승소를 목표로 하지도 않는다. 차라리 소송 도중에 문제 임원을 사임시키거나 협상을 해 변호사 비용 등을 챙기고 바로 소를 취하하는 것이 더 낫다.

반면 피고가 된 임원으로서는 엄청난 변호사비용 등 소송비를 혼자 감당해야 한다. 위법행위를 했거나 임무를 게을리한 임원을 방어하기 위해 회사가 소송비용을 지출하는 것은 어렵다. 그러므로 국민연금이 대표소송에 적극 나설 경우 앞으로 모든 상장기업 이사는 스스로 임원책임보험(D&O Insurance)에라도 가입해둬야 조금 안심할 수 있다. 보험회사가 돈을 번다.

국민연금은 대형 로펌에 대표소송을 맡길 가능성이 크다. 요즘 소송기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어, 이 소송은 결말을 보기까지 3~5년이 걸릴 수 있다. 그동안 변호사비용을 포함해 소송관리비용은 계속 지출되고, 이것은 국민연금 부담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이 '변호사 복지법'이라는 비아냥을 듣는 것처럼 국민연금의 대표소송은 또 하나의 '변호사 복지증진사업'이 될 가능성이 크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위원회가 대표소송 제기 여부를 결정하는 전담기구가 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위원회의 남소행위에 대한 견제장치는 없다. 상법에는 회사에 손해를 야기한 안건을 다룬 이사회 결의에 찬성한 이사도 손해배상 책임이 있고(제399조 제2항), 이사회 결의에 참가한 이사로서 이의를 한 기재가 의사록에 없는 자는 그 결의에 찬성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되어 있다(동조 제3항). 잘못된 소송으로 패소해 국민연금과 기업에 엄청난 피해만 초래한 경우 그 소 제기에 찬성한 위원과 이의를 한 기재가 없는 위원은 위 상법 규정에서처럼, 추락한 평판으로 고통받는 기업과 국민연금에 가한 손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국민연금은 기소되었다는 이유만으로 또는 공정위의 과징금 결정이 있었다는 이유로, 유죄로 확정되지도 않았음에도 헌법이 보장한 '무죄추정의 원칙'을 위반해가며 기업을 압박해왔다. 대표소송이 불가피한 경우라도 소를 제기할 때에는 확정된 판결을 기초로 해야 한다.

국민연금은 연기금의 수익성 제고에 별 도움이 되지도 않으면서 '연금사회주의'라는 오해나 받을 대표소송 추진 방침을 철회해야 한다. 재정 고갈의 위기 앞에 국민연금이 수익성 제고라는 본업에 더욱 집중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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