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감찰’로 간판을 바꿀 모양이다. 김오수 검찰총장도 ‘감찰총장’이 되고 싶은 것 같다. 처음부터 ‘이재명 후보 구하기’ 방탄수사로 일관했던 대장동 비리 수사는 전담수사팀 구성 후 54일이 지나도록 몸통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1차 마무리됐지만, 정권 비리 수사 검사들에 대한 감찰은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법무부와 대검의 일사불란(一絲不亂)한 공조로 ‘조국 일가 사건’ ‘월성원전 경제성 조작 사건’ ‘청와대 울산시장선거 개입 사건’ 수사팀에 대한 감찰이 법무부, 대검, 서울고검, 울산지검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졌다.
감찰이 검사에 대한 정치적 탄압 수단으로 악용된 사례는 적지 않다.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하던 채동욱 전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이 그랬고, 납득할 사유 없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과 징계도 엊그제 일이다. 정권 비리 수사 검사들에 대한 보복성 감찰이자 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윤 전 총장 관련 사건에 집중된 ‘정치감찰’이라는 게 문제다. 검찰의 독립성 훼손은 물론 대선 개입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감찰도 비위 혐의와 관련된 최소한의 객관적이고 신빙성 있는 단서가 필요하다. 검사 비위에 관한 진정서가 수없이 접수되지만 조사 가치가 없을 때 검찰사건 사무규칙 제226조에 따라 조사 없이 ‘공람종결’ 절차를 두는 것도 그 때문이다. 논란 중인 법무부와 대검의 감찰조사는 통상의 실무에 비춰 현저히 비정상적이다. 무혐의로 종결된 한명숙 전 총리 모해위증 의혹 사건이나 조 전 장관 일가 수사팀의 편향 수사 의혹 사건이 대표적이다. 감찰 사안이 될 수 없는데도 무리한 감찰을 했다는 증거다.
조 전 장관 수사팀은 이례적으로 “당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 지휘부를 조사해야 한다”고 강하게 반박 성명까지 냈다. 추가 수사를 위해 법무부와 대검, 서울중앙지검 지휘부에 수차례 인력 지원을 요청했으나 거부해 수사할 수가 없었는데 이를 핑계로 감찰까지 했다는 이유다. 감찰조사는 그 자체만으로 검사 본인과 수사에 심각한 타격을 준다. 입맛에 맞추지 않는 검사를 상대로 진정서를 제출케 하고 감찰하는 정권 차원의 ‘기획 감찰’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제2차대전 종전 직후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헌법을 개정해 독립기구인 최고사법평의회에서 감찰을 관장토록 한 것도 그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저서 ‘검찰을 생각한다’에서 ‘정권의 권력기관 사유화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정권의 감찰권 남용과 검찰의 정치 도구화는 용인 가능한 수준을 넘었다. 최근 감찰을 명분으로 대검 대변인의 업무용 휴대전화를 임의제출 받아 절차도 지키지 않은 채 포렌식 한 것은 충격적이다. 언론 자유를 정면으로 침해했고, 분석 결과를 공수처가 곧장 압수해 ‘하청감찰’ 논란까지 빚어졌다.
모든 책임은 김 총장의 몫이다. 감찰을 포함해 검찰사무를 총괄하고 대검 훈령에 따라 감찰본부장의 조치가 현저히 부당할 때 시정명령을 하거나 직무수행을 중단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검찰의 독립 없으면 공정함이 없고 공정함이 없으면 정의도 없다. 검사의 비위는 몇 배 더 엄중히 처벌해야 하지만, 정권이 주도하는 정치감찰을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제도 개혁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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