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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물가 쇼크 대응, 한국만 거꾸로 간다
 
2021-11-17 15:16:15

◆ 칼럼을 기고한 강성진 교수는 현재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책위의장 겸 국가전략연구회장으로 활동 중입니다. 


글로벌 물가 우려 갈수록 증폭
재정지출 확대와 공급망 불안
각국 테이퍼링·금리인상 대응

대선 앞둔 한국 票퓰리즘 심각
기재부 컨트롤타워 역할 붕괴
금융·재정정책 총력 대응해야


전 세계적으로 물가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10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3.2%가 올랐다. 이는 2012년 1월에 3.3% 상승한 이후 9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소비자의 구매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는 더 올라 1년 전보다 4.2%가 상승했다.

미국은 지난 10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6.2% 올랐는데, 1990년 12월 이후 31년 만에 최대로 상승한 것이다. 유럽도 지난 10월 독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5%로 1993년 8월 이후 28년 만에 최고라고 한다. 유로화를 사용하는 유로존 19개국의 소비자물가도 지난 10월 4.1%가 올라 통계 집계를 시작한 1997년 이후 최대다. 그 외에 영국(3.1%) 러시아(7.8%) 등도 인플레이션 공포가 현실화하고 있다.

전 세계적인 물가상승은 코로나19로 인한 재정지출 확대가 가장 큰 원인이다. 여기에 최근 호주와 중국 간의 석탄 수출 전쟁, 액화천연가스(LNG) 수요 증가에 대한 러시아의 가격 인상 등의 에너지 가격 상승이 불을 붙이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요소수 사건처럼 코로나19 이후 붕괴하고 있는 전통적 글로벌 공급망이 수출입 물가에 상승 압력을 주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통화정책을 통한 대응도 빨라질 전망이다. 당장 미국은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을 통해 유동성 축소를 가속화하고, 조만간 기준금리 인상도 예고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재무장관회의가 끝난 이후 필요하면 적절한 조치를 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러시아는 이미 올해 들어 6차례 기준금리를 올렸다.

우리나라는 딴 세상이다. 지난 4월 국제통화기금(IMF)은 2026년까지 재정지출을 줄이지 않는 국가는 조사 대상 35개국 중 한국이 유일하다고 발표했다. 대부분 국가가 2020년 이후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지출을 줄여나가 2026년에는 코로나19 위기 이전 수준으로 재정 안정화를 추진할 것으로 봤는데 한국만은 예외라는 것이다. 대선 국면에서 ‘표(票)퓰리즘’에 의한 재정 확장 흐름도 계속되고 있다. 이재명 후보를 비롯한 여당은 내년 1월 중 1인당 최대 25만 원을 ‘위드코로나 방역지원금’으로 지급하려고 한다. 소요 재원은 올해 세금을 내년으로 납부 유예해서 조달하겠다는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를 냈다. 야당도 예외가 아니다. 윤석열 후보는 새 정부 출범 이후 100일 동안 50조 원을 투입해 정부의 영업제한으로 손실을 본 소상공인에 대한 손실 보상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를 거치면서 재정정책을 통한 거시경제 안정화라는 기존의 경제정책에 대한 신뢰는 무너졌다. 코로나19 위기 이전에 이미 재정적자 확대로 국가채무를 증가시켰고, 곳간지기 역할로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기획재정부의 컨트롤타워 역할도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통화정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유동성을 조절하고, 기준금리 인상이 있어야 할 것이다. 물론 우려되는 것은 가계부채다. 최근 1700조 원이 넘는 가계대출 잔액의 증가세는 둔해졌으나 증가세는 계속되고 있다.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 보고서를 보면 올 2분기 기준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는 104.2%로 세계 주요 37개국 중 1위였다. 또한, 홍콩(92.0%) 영국(89.4) 미국(79.2) 태국(77.5) 말레이시아(73.4) 일본(63.9) 유로지역(61.5) 등이 그 뒤를 따랐다.

통화정책에 따른 저소득층의 부담은 적절한 재정정책을 통해 해소해야 한다. 아무리 대선 시기라고 하더라도, 정부는 무차별적 현금 살포가 아니라 이자 부담 완화, 대출유예 조치 등 피해 계층에 대한 타깃형 재정 지원으로 이들의 금융 부담을 완화하는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이미 의도적이든 아니든 시중은행의 대출금리 인상으로 시장금리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한국은행은 과거 코로나19 초기 기준금리 인하가 선도적이 아니라 시장에 따라간다는 비판을 받은 경험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정책은 상호 보완적이어야 한다. 어느 때보다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조화를 통한 거시경제 안정화 달성이라는 교과서적인 경제정책에 충실해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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