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영기 전 고려대학교 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통일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 1991년 소련 붕괴로 시작된 탈냉전은 2013년 중국 시진핑 주석의 등장으로 막을 내렸다. 30여년 동안 탈냉전의 특징은 가치 매몰과 중국의 부상이다.
그리고 각국은 중국의 부상을 이용해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경향들을 보였다. 즉 안보는 미국에 의존하고 경제는 중국에 의존한다는 ‘안미경중(安美經中)’ 현상의 확산이다.
당시엔 중국이 자국의 부상을 중화주의 도구로 악용하는 게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중화주의가 ‘21세기 중국판 제국주의’로 부활할 것이라는 의심도 경계심도 없었다.
시 주석의 등장과 함께 중화주의 실체의 위험성이 조금씩 나타났지만 세계는 이를 애써 무시했다. 그러나 중국은 중화주의에 조금이라도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되면 가차 없이 경제적 보복으로 굴종을 강요하고 있다.
한국의 사드 배치에 한한령(限韓令)으로 보복하고, 호주의 코로나19 발원지 규명 요구에 대해선 석탄 수입 중단으로 대응했다. 이처럼 중화주의를 위한 폭력적 보복이 존재하는 한 안미경중이 지탱할 공간은 점점 협소해진다.
맬컴 턴불 호주 전 총리는 안미경중을 적극 추진했다. 턴불 총리는 중국의 보복 조치가 감행되자 중국 외교 정책의 실상을 3C로 규정했다. 비밀스러움(covert), 부패(corruption), 강압(coerciveness)이다. 호주는 중국의 외교 정책 실상을 간파한 후 중국의 강압에 굴복하지 않고 국가의 자존심과 지켜냈다. 호주의 선택은 가치 매몰의 안미경중을 포기했다는 의미다.
지난달 15일 출범한 미국·영국·호주 3개국의 외교안보 협의체인 오커스(AUKUS)는 호주가 안미경중을 포기해 얻은 값진 결과물이다. 오커스는 미국과 영국이 호주의 핵잠수함 개발을 공동 지원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오커스 출범은 단순한 핵잠수함 공동개발 이상의 함축적 의미를 지닌다. 바로 오커스가 가치 중심의 국제·정치·경제 질서 재편의 첫 신호로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중국과의 관계에 치중해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자유다. 반면 미국이 자국의 전략적 이익을 존중하지 않거나 침해할 경우 우방국의 이익을 계속 보호해 주지 않는 것도 그들의 자유다.
안보동맹의 특권만 누리려는 우방국의 무임승차를 더 이상 용인하지 않는다는 강력한 메시지다. 가치를 중심을 내 편과 네 편을 분명히 하라는 의미다. 따라서 오커스 출범은 안미경중의 시대가 끝났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주는 함의를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한국은 오커스의 전략적 함의를 무시하고 안미경중의 전략적 모호성을 고수·강화하고 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22일 "미국을 중심으로 한 반중 블록을 언급하는 건 냉전적 사고"라면서 전날 시 주석의 유엔총회 발언에 동조했다.
이 같은 ‘대중경사(對中傾斜)’에도 불구하고 결정적 순간에 중국이 우리의 핵심 이익에 도움을 준 경우는 전혀 없다. 한반도 문제 해결 과정에서 중국은 북한을 늘 두둔하는 든든한 후견자 역할을 해왔다.
이런 역사적 사실을 볼 때 이제 우리는 가치가 다른 중국과의 경제적 유대 관계나 긴밀성이 지속 가능한 것인가 고민해 봐야 한다. 오커스 출범이 우리에게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의 전략적 선택 방향은 가치 중심의 외교안보 동맹에 편승하라는 것이다. 동맹 편승 신호는 쿼드에 참여하는 것이고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참여하는 것이다. 정부의 적극적 결단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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