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선 칼럼

  • 한선 브리프

  • 이슈 & 포커스

  • 박세일의 창

[문화일보] 與 ‘尹 고발사주’ 기정사실화해 정권재창출 포석… ‘검수완박’ 명분쌓기는 덤
 
2021-09-24 09:53:07

◆ 칼럼을 기고한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현재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치개혁연구회장으로 활동 중입니다.


■ 김형준의 Deep Read - 여권 ‘고발 사주’ 드라이브 왜

‘尹의 검찰’을 범죄집단 몰아 권력수사 정당성·동력 허물기… 윤석열 이미지 실추·추석민심 주도 노려

박지원·조성은 ‘이상한’ 만남으로 여권에 부메랑될 수도… 유권자, 나쁜 정치 키우는 ‘깨진 유리창 법칙’ 되새겨야


야권 대선주자 선두를 달리는 윤석열 예비후보를 둘러싼 ‘고발 사주 의혹’으로 대선판이 요동치고 있다.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은 연일 윤석열을 정치검사 출신의 범법자 취급을 하고 있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이어 검찰이 ‘윤석열 고발 사주’ 의혹 수사에 직접 나섰다.

집권여당이 ‘윤 고발 사주’를 기정사실화하며 총공세를 펴는 의도는 무엇일까. 여기엔 ‘윤석열 검찰’을 ‘범죄집단’ 화하고 산 권력 수사의 정당성을 무너뜨리며, ‘나쁜 윤석열’ 이미지로 추석 민심을 주도한 뒤 궁극에는 내년 대선에서 정권 재창출을 해내고야 말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尹 고발 사주’ 기정사실화

잘못을 했으면 수사를 받고 법적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윤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한 집권여당의 공세와 수사기관들의 태도는 미심쩍은 대목이 적지 않다. 언론보도 등의 의혹만으로(공수처 설명), 죄가 있냐 없냐는 나중 문제로 하고(공수처 설명), 친여단체 고발장을 접수한 지 나흘 만에 전광석화처럼, 윤 후보에 대한 4개 피의사실을 전격 공개하며, 공수처와 검찰이 동시다발적으로 수사에 나선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지점들이다.

여권이 이렇게 ‘윤 고발 사주’ 의혹 드라이브를 거는 이유는 뭘까.

첫째, ‘윤석열 흠집 내기’다. ‘유권자는 어떻게 정치적 선택을 할까’와 관련한 대표적인 연구로 ‘ 추지틀(information shortcuts) 이론’이 있다. 유권자는 투표 등 정치적 문제에 직면해 신속하게 결정하기 위해 제한된 정보만 활용하는데 이것이 ‘추지틀’이다. 최근엔 ‘후보자 이미지’가 강력한 ‘추지틀’로 부상하고 있다. 후보자 이미지만 보고 좋으면 찍고 나쁘면 안 찍는다.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한 수사는 사실 여부를 떠나 윤 후보가 ‘살아 있는 권력’과 투쟁하며 쌓아온 ‘정의로운 검사’라는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특히 공정을 최고 가치로 생각하는 20대와 30대에겐 더 그렇다. 실제로 리얼미터·오마이뉴스의 보수 야권 대선후보 조사(9월 6∼7일)에서 윤 후보 지지도는 25.8%로 홍준표(32.6%) 후보에게 역전당했다. 2주 전 조사 때와 비교해 윤 후보는 20대와 30대에서 각각 2.0%포인트와 3.5%포인트 떨어진 반면, 홍 후보는 13.4%포인트와 9.9%포인트 올랐다(이하 자세한 내용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15일 공개된 엠브레인·문화일보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도 홍 후보는 20대와 30대에서 각각 39.2%와 41.6%를 차지했지만, 윤 후보는 10.6%와 10.4%에 그쳤다. 민주당 지지자들에 의한 역선택이 작용했을 수 있지만, ‘윤 고발 사주’ 프레임이 장기화하면서 젊은층에 ‘나쁜 윤석열’ 이미지가 작용했을 가능성도 작지 않다.

◇검찰개혁 재추진 명분

둘째, ‘야권 분열’이다. ‘윤 고발 사주’ 의혹을 두고 이미 국민의힘 대선 경선 선두 주자인 윤 후보와 홍 후보의 충돌이 격화하고 있다. 서로 ‘정치권 퇴출’ 운운하는 것을 보면 둘의 관계는 이미 돌아오지 못할 다리를 건넌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것이 바로 집권세력의 야권 분열 노림수일 수도 있다.

셋째, 검찰개혁 재추진 명분 쌓기다. 소득주도성장, 부동산 정책, 일자리 정책 등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온 정책들이 성과 없이 실패로 끝났다.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문 대통령은 검찰개혁, 언론개혁을 자신의 최대 업적으로 만들려는 욕구가 강하다. 이에 윤 후보에 대한 ‘노골적 정치 개입, 보복 수사 기획, 검찰 쿠데타 시도’라는 프레임 씌우기를 통해 검찰개혁 재추진 명분을 찾는 ‘덤’을 생각할 수도 있다.

넷째, 윤 후보가 검찰총장 재임 시 벌였던 살아 있는 권력 수사의 정당성을 무너뜨린다. 그동안 여권은 윤 후보가 대권욕 때문에 무리하게 친문(친문재인) 핵심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수사한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윤 고발 사주’ 의혹도 윤 후보가 지난해 4월의 총선에 개입해 대권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불순한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고 비판한다. 권력수사의 정당성이 무너지면 수사의 동력도 상실된다.

마지막으로 집권여당이 ‘윤 고발 사주’ 드라이브를 거는 배경엔 ‘추석 민심’을 의식한 점도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통상 한국의 대선에서 추석 민심은 향후 대선 여론조사의 향배를 결정하는 방향타 역할을 한다. 여권이 이를 놓칠 수 없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한 윤 후보의 개입을 인정할 증거가 없더라도 사정기관을 총동원해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면 적어도 윤 후보의 기세를 꺾을 수 있다고 판단했을 법하다.

◇방치 못 할 ‘깨진 유리창’

야권 입장에서 가장 큰 문제는 국민의힘은 물론 보수 정치권 전체가 반개혁세력으로 낙인 찍힐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는 공수처의 수사를 정당화하는 촉매제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야권의 정권교체는 물 건너갈 가능성이 커진다. 이런 점에서 집권여당은 ‘윤 고발 사주’ 의혹을 강공으로 끌고 가면서 정권 재창출의 포석으로 삼으려 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역풍이 불 수도 있다. 당장 고발 사주 의혹 제보자인 조성은과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의 ‘이상한’ 만남이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으로 번지고 있다. ‘박·조 회동’과 ‘윤 고발 사주’ 의혹 제기, 여당의 총공세, 그리고 공수처와 검찰의 전격 수사 등이 묘한 시퀀스로 물려 있다는 지적도 있다. ‘윤석열 고발 사주’ 의혹이 ‘박지원 제보 사주’ 의혹으로 바뀌어 부메랑이 돼 여권으로 날아가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마디로 윤 후보에 대한 여권의 조직적이고 정치적인 음모와 탄압이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커지는 것이다.

미국의 범죄학자인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이 1982년에 발표한 ‘깨진 유리창의 법칙’이 있다. 사소한 무질서를 방치하면 범죄가 확산한다는 것이다. 유권자가 사소한 것처럼 보이는 ‘나쁜 프레임’을 방치하면 선거 범죄는 확산하고 합리적 선택은 그만큼 어려워진다.

한국 대선에서 ‘ 깨진 유리창의 법칙’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유권자가 깨어 있어 정치공학적 프레임에서 과감하게 벗어나야 한다. 정승윤 부산대 법대 교수는 저서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는가’에서 이렇게 말했다. “정치공작으로 탄생한 정부는 민주적 정당성이 약하고 국민 지지를 얻지 못해 정책을 독선적으로 결정 집행하는 독재정치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

명지대 교수·전 한국선거학회 회장


■ 세줄 요약

‘尹 고발 사주’ 기정사실화 : 여권이 ‘윤석열 고발 사주’를 기정사실화하며 총공세 중. 이는 야권 유력 대선주자에 대한 흠집 내기로 유권자 투표행위에 영향을 주려는 것. 실제 윤에 대한 2030 지지율이 크게 떨어짐.

검찰개혁 재추진 명분 : ‘윤석열의 검찰’을 정치공작 벌이는 범죄집단 취급해 검찰개혁 재추진 명분을 쌓으려는 의도도 있음. 이는 윤 후보가 검찰총장 재임 시 벌였던 살아 있는 권력 수사의 정당성과 동력을 떨어트릴 것.

방치 못 할 ‘깨진 유리창’ : 여권은 추석민심을 주도해 정권 재창출을 꾀하려는 포석. 하지만 이는 자신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도. 유권자는 사소한 것을 방치할 때 나쁜 결과를 가져오는 ‘깨진 유리창의 법칙’ 되새겨야.


■ 용어 설명

‘추지틀 이론’은 미국 정치학자 새뮤얼 팝킨이 제시한 이론. 유권자가 제한된 정보에 의존해 어떻게 정치적 선택을 하는지를 설명. 이때 추지틀은 정치적 결정을 쉽게 만드는 ‘지름길’ 역할을 함.

‘깨진 유리창의 법칙’은 유리창이 깨진 자동차를 거리에 방치하면 법과 질서가 지켜지지 않는다는 메시지로 읽혀 더 큰 범죄를 부른다는 이론. 범죄학자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이 1982년에 제시.


◆ 칼럼 원문은 아래 [칼럼원문 보기]를 클릭하시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칼럼원문 보기]

  목록  
번호
제목
날짜
2279 [문화일보] SVB 파산 본질과 금융환경 급변 대책 23-03-14
2278 [머니투데이] 눈 감는다고 회색코뿔소를 피할 수 없다 23-03-14
2277 [문화일보] 자칫 국가적 도박 될 독자핵무장… 한국·일본 동시 추진이 최선 시나리오 23-03-09
2276 [매일경제] MBN 영업정지, 과도한 언론 자유 침해 아닌가 23-03-09
2275 [조선일보] 남의 나라 전쟁이 아닌 우크라이나 전쟁 23-03-08
2274 [데일리안] 한일관계, 반일감정을 악용하려는 정치인이 문제 23-03-08
2273 [헤럴드경제] 원하청이 함께한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혁 23-03-02
2272 [문화일보] 내부 균열 부른 李‘정치 탄압’ 프레임 23-02-28
2271 [에너지 경제] 주주행동주의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한다고? 23-02-27
2270 [문화일보] 노란봉투법안, 위헌 요소 차고 넘친다 23-02-20
2269 [한국경제] 기업인 사외이사 적극 영입하자 23-02-16
2268 [서울경제] 번지수 틀린 횡재세 23-02-15
2267 [동아일보] ‘난방비 폭탄’ 예고됐던 에너지 쇼크다 23-02-13
2266 [문화일보] 중국 경제, 정점 찍고 하강…‘리오프닝’이 한국에 미칠 긍정효과 제한적[.. 23-02-13
2265 [머니투데이] 기술혁명이 시작된 농업과 우리의 대응 23-02-09
2264 [데일리안] 법률가의 타락 23-02-06
2263 [데일리안] 핵무장론 “데자뷰(deja vu)” 에 대한 우려 23-02-06
2262 [문화일보] 북핵 맞설 획기적 ‘안보 自强’ 나설 때 23-02-06
2261 [노동법률] 노동법 개혁의 과제와 전망 23-02-06
2260 [조선일보] 국가 방첩기능 정상화, 어떻게 할 것인가 23-01-30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