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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중대재해법 처벌 피하는 방법
 
2021-07-21 10:21:59

◆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경제질서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시행령에 모호한 조항 다수
기업 부담 키우고 편법 조장
채찍만으로 사고 줄지 않아


‘처벌공화국’에 또 하나 강력한 처벌법이 입법됐고, 시행령은 입법예고 중이다. 중대재해처벌법과 그 시행령 말이다. 이 법률은 사업주 등에게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를 부과한다. 이 의무 위반으로 ‘중대산업재해’ ‘중대시민재해’가 발생해 사망자 1명 이상,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 2명 이상, 직업성 질병자가 1년 내 3명 이상 발생 시 1년 이상 징역형 처벌을 받는다.

본래 ‘중대’라는 용어 자체가 주관적 개념인데, 사망자가 1명 이상 나오면 바로 ‘중대재해’로 간주되는 결과가 됐다. 이 의무 이행을 위한 시행령(안)엔 ‘필요한’ 조치, ‘적정’ 규모, ‘충분한’ 상태 등 의문스러운 용어가 동원됐다. 이로써 법률 집행자에겐 막대한 재량권을, 기업인에겐 황당함을 선사했다.

처벌 대상은 사업주, 경영책임자 또는 안전·보건책임자 등이다. 단순한 대주주는 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본다. 주주일 뿐이면 업무에 관여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상법상 ‘업무집행지시자’로 판단되면 책임을 질 수 있다. 업무집행지시자인지 여부는 미리 정해둘 수 없고, 행위를 평가해 사후에 판단된다. 지주회사 회장은 계열회사의 사고에 대해 책임이 없다고 본다. 지주회사 회장이 계열사 경영까지 지휘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직접 회사를 경영하는 중소기업의 사업주가 주요 타깃이 될 것이다.


내년에 시행될 이 법률에 대한 대책은 없는가? 지배구조의 변경, 보험 그리고 CCTV와 같은 훌륭한(?) 수단이 있다.

첫째, 현재 단독 대표이사 체제라면 여러 명의 ‘각자 대표 체제’로 지배구조를 변경하기를 권한다. 경영에 대해 책임 있는 대표이사 외에, ‘안전에 대해 전권을 가진 대표이사’를 별도로 선임해, ‘최고안전·환경책임자(CSEO)’ 또는 ‘최고안전관리책임자(CSO)’로 임명하는 것이 좋다. 이처럼 업무분장이 명확하면 CSO 외 다른 임원이 사고에 대해 책임질 일은 없을 것이다.

먼저 정관에 “회사는 수명의 대표이사를 둘 수 있다”는 규정을 두어야 한다. 정관 또는 회사 인사규정에 각자 대표의 종류 규정을 두어 ‘대표이사·최고경영책임자’, ‘대표이사·최고안전관리책임자’ 등을 임명한다는 식으로 규정하면 더 확실하다. 그럼 최고안전관리책임자만 희생되는 것 아닌가? 맞다. 조폭영화에서도 두목 대신 감옥에 가 썩어야 할 부하를 늘 곁에 두고 있지 않나. 이 악법이 기업 지배구조를 조폭식 지배구조로 바꾸길 강요하므로 어쩔 수 없다.

둘째, 중대재해처벌법의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큰 사업체 임원을 위해 보험회사는 신속하게 ‘중대재해종합보험’을 개발해 판매해야 한다. 이미 임원배상책임보험(D&O)이 판매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 엄청난 소송비, 10억원 이하의 벌금 등 중대재해 처벌까지 커버하기는 무리다.


셋째, 안타깝게도 사고가 나면 이젠 책임소재 규명이 중요해진다. 사고가 발생한 환경 확인이 주요 포인트다. 확인 방법은 CCTV밖에 없다. 지금까지 사무실이나 작업장에 CCTV를 설치하는 것은 심각한 인권침해로 허용될 수 없었다. 그런데 국회는 병원 수술실에까지 CCTV를 설치해야 한다는 법안을 내놓았다. 이제 안전을 위해 작업장 CCTV 설치쯤은 누구도 반대할 수 없게 됐다. 안전 앞에 인권은 뒷전으로 밀려나게 됐다.

기업인 등짝에 채찍을 내려친다고 사고가 줄진 않는다. 안전을 위한 투자가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 투자비용이 문제다. 기업이란 수익이 나야 존속할 수 있으므로, 제품과 서비스 값을 더 올릴 것이다. 결국 이 법을 만든 국회의원이 아닌, 소비자와 주주가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기업인을 감옥에 넣는 것은 질투심 해소 외에는 기업, 소비자, 피해자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괴상한 법률은 국민을 가난하고 불행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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