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 등 친정권 검사들 영전
정권비리 수사팀은 해체·좌천
3중 철벽 수비 권력 수사 차단
조국의 시간, 추미애의 깃발
법치주의 파괴와 몰락을 상징
망가진 법치 회복이 제1 과제
지난 24일 단행된 역대 최대 검찰 중간간부 인사는 피고인 신분의 전 서울중앙지검장 이성윤의 서울고검장 승진에 이어 친(親)정권 검사 영전, 정권비리 수사 검사 좌천이라는 문재인 정권의 인사 원칙을 재확인했다.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금과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관련 사건 수사팀은 해체됐고, 윤석열 사단으로 낙인 찍힌 검사들도 철저히 배제됐다. 정권의 숙원인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은 검찰총장의 사전 승인이 있어야만 형사부가 6대 범죄 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한 조직개편안 개정으로 9분 능선을 넘어섰다. 검찰총장 수사승인제도는 앞으로 대통령 직속 정치적 사찰 수사 기구로 탄생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대통령의 검사 인사권과 함께 어떠한 권력형 비리 수사도 불가능하게 만드는 3중 철벽 수비로 기능하게 될 것이다.
박범계 법무장관은 검찰 중간간부 인사의 의미를 검찰개혁과 조직 안정에 뒀다고 했지만, 검찰 인사를 담당하는 핵심 요직인 법무부 검찰과장에 3회 연속 서울대 법대 운동권 출신이 임명된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필수 보직 기간 1년을 무시하고 정권 출범 후 6개월마다 검찰 간부 인사를 강행해 중견 검찰 간부가 대거 옷을 벗게 만든 것이 조직 안정과 무슨 연관이 있는가. 규범을 존중하고 준수하는 문화가 법치의 핵심 기반인데, 정권 비리를 수사했다는 이유로 집권 세력이 앞장서서 검찰을 무력화하며 법치주의를 짓밟는 행태는 과거 군사정권 시절에도 경험하지 못한 풍경이다.
자유민주주의는 법과 견제·균형 시스템에 따라 권력을 억제하고 규제하는 복합적인 제도다. 법치주의는 국가권력에 제한을 두는 것을 본질로 한다. 민주주의를 평가하는 기준도 다수의 지배에 대한 승인과 소수의 권리다. 다수의 지배권력은 이것을 대체하기 위해 대립하고 투쟁하는 소수의 권리와 조화를 이룰 때만 정당화된다. 극소수의 권익만 보호하며 불평등이 만연한 라틴아메리카의 미약한 법치주의 현실이 보여주듯이, 법의 지배 기반이 잠식되면 국가 번영의 기초가 무너진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우리나라와 같이 강력하고 근대적인 국가는 법치주의나 책임정부적 조건에 구애받지 않을 때 보다 완벽한 폭정(暴政) 체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법제연구원이 2019년에 조사한 ‘국민 법의식 조사’에서 법치주의 인식지수는 100점 만점에 51점에 불과했다. 같은 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7개국을 대상으로 한 사법부 신뢰도 조사에서도 우리나라는 전체 회원국 가운데 꼴찌를 차지했다. 뿌리 깊은 법에 대한 불신과 공정성 논란은 법이 도덕의 하위에 있으면서 도덕정치를 구현하는 통치 수단에 불과했고, 양반 지배층은 법 적용에 있어서도 특권을 누리면서 백성을 억압하는 도구로 이용됐던 조선의 오랜 유산과 무관하지 않다. 법 위에 군림하며 특권세력이 되고자 하는 정권의 노골적인 시도는 역사를 거스르는 수구 반동적 행태가 아닌가.
‘조국의 시간’과 ‘추미애의 깃발’로 상징되는 문재인 정권 4년은 법치주의 파괴와 몰락의 시간이었다. 개혁은 타락했고 위선과 탐욕스러운 권력 의지만 남았다. 진실을 밝혀야 할 법정에서 300번 넘게 증언거부권을 행사하며 사법제도와 국민을 우롱한 최고의 권력자가 최대의 피해자인 양 행세한다. 검찰총장의 인사협의권에 관한 국회 질문에 “검찰총장이 저의 명을 거역했다”고 시대착오적 답변을 한 전직 법무장관은 개혁정치가로 둔갑해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국정농단과 사법농단을 비판하며 집권했던 자칭 촛불 혁명 세력의 민낯이다.
윈스턴 처칠은 “법치주의의 확립 없이는 문명은 지속되지 못할 것이고, 자유는 살아남지 못할 것이며, 평화는 지켜지지 못할 것이다”라고 했다. 심각하게 손상된 법치주의의 회복이 이 시대의 최우선 과제가 됐다. 지식인들부터 사회규범과 공동체의 가치를 수호하고 국가권력을 감시 견제하는 사회적 역량을 강화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특권과 반칙 없는, 법의 지배가 실현되는 공정한 사회가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선출된 권력이라도 그 권한 행사가 국민의 위임된 책임에 반할 때 이를 바꾸거나 박탈할 최고 권력은 여전히 국민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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