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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韓정치 창조적 파괴 ‘이준석 돌풍’, 野 ‘대권 플랜B’ 부를 태풍 될 수도
 
2021-06-17 17:17:42

◆ 칼럼을 기고한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현재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치개혁연구회장으로 활동 중입니다. 



■ 이준석현상과 野대권구도

30대 당대표發 세대교체·혁신 바람… 이념·진영서 어젠다 중심으로 ‘정치 대전환’ 계기 가능성
윤석열 출마 늦어지면 대체후보 부상 전망… 李, 5개월간의 대선관리 ‘대통합이냐, 분열이냐’ 시험대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서 36세 ‘0선’의 이준석이 당선된 것은 한국 정치사에서 획기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주요 정당에서 30대 당 대표가 나온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이준석 돌풍은 창조적 파괴, 정권 교체 열망,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세대)의 반란과 기대 등의 요인들이 결합해 나타난 현상이다.

기존 체제에 대한 환멸이 불러온 ‘이준석 바람’은 이념과 진영에 과몰입해 있는 한국 정치를 어젠다 중심의 정치로 전환하고, 야권 내부의 대선주자 ‘플랜B’ 논의를 급진전시키는 등 대권 구도를 요동치게 할 수 있다. 하지만 그의 돌풍이 ‘파괴적 창조’로 연결되면 국민은 또 하나의 절망을 맛보게 될 수도 있다.

◇이준석과 ‘창조적 파괴’

조지프 슘페터는 자본주의의 역동성을 설명해주는 이론으로 기술혁신에 의한 ‘창조적 파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그는 기술혁신으로 낡은 것은 파괴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해 변혁을 일으키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한국 정치도 ‘세대 혁신’을 통한 낡은 정치에 대한 ‘창조적 파괴’의 적임자로 이준석을 선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준석이 당 대표 경선에서 일반 국민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과반 득표(58%)를 한 것이 이를 입증해준다. 여기에 내년 대선에서 정권 교체를 열망하는 보수 지지층의 전략적 선택도 큰 몫을 했다.

이 후보는 보수 색채가 뚜렷한 ‘50대 이상’과 ‘영남권이 주류인 당원 투표에서도 37.4%의 높은 지지를 받았다. 더구나 지난 4·7 재·보궐선거 이후 “참여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효능감을 맛본 MZ세대도 이준석에게 열광해 표를 몰아준 것으로 보인다.

그 기저에는 기성 정치인에 대한 실망, 그리고 쇄신·변화 욕구가 자리 잡고 있다. 선거 참패에도 불구하고 참회와 반성은커녕 ‘조국의 시간’ 타령을 하는 집권당의 위선과 교만에 대한 분노도 자리 잡고 있다. ‘이준석 바람’은 MZ세대가 본격적으로 제도 정치권에 진입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이준석이 몰고 온 ‘세대교체 바람’이 한국 정치 변화의 시작이다.

◇‘이념’에서 ‘어젠다’ 정치로

세간의 관심은 크게 세 가지로 축약된다. 첫째, 한국 정치판에 ‘나비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까. 나비효과는 작고 사소한 사건 하나가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의미로 쓰인다. 1971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야당인 신민당에서 김영삼이 제기한 ‘40대 기수론’이 구정치 질서를 깨트린 완벽한 세대교체를 이뤄냈고, 이후 대여 투쟁에서 일대 변화를 가져온 게 사례다. 30대 청년 정치인 이준석 대표의 등장은 필연적으로 기존의 정치 문법과 격식을 허무는 파격을 가져다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념과 진영의 정치에서 벗어나 어젠다 중심의 미래 정치로 전환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둘째, 제1야당 국민의힘의 ‘컨벤션 효과’는 지속될 것인가. 이준석 돌풍은 이른바 ‘관심(Attention)-매력(Attraction)-호감(Affection)’으로 이어지는 ‘3A 법칙’의 전형이다. 일단 이준석의 등장은 그동안 국민의힘이 갖고 있었던 기존의 ‘기득권 대변 수구 꼰대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변화시키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지난 2017년 대선 직후 정당 호감도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보다 훨씬 높았다.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의 승리 원동력은 민주당의 높은 호감도였다. 하지만 지난 4월 재·보선 직후엔 민주당의 비호감도가 국민의힘보다 월등히 높아졌다. 당분간 이준석 바람은 국민의힘 호감도와 지지도 상승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다. 당권 세대교체로 인한 컨벤션 효과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野 대권 구도의 향배

또 하나의 관심은 이준석 효과가 야권의 대권 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이다. 무엇보다 가장 유력한 야권의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국민의힘 입당, 야권 제3 후보의 등장, 국민의당과의 합당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특히 이준석의 등장은 기존 판을 흔들면서 국민의힘 내부로부터 대권 주자 ‘플랜B’와 경선 흥행 카드에 대한 논의를 급부상시킬 가능성이 크다. 예컨대 윤석열의 지지도 하락이나 불출마 같은 상황에서 최재형 감사원장,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장성민 전 의원 등 ‘플랜B’가 수면 위로 급부상할 수 있다.

향후 이 대표가 풀어야 할 가장 큰 과제는 야권의 대선 관리와 통합이다. 이 대표는 최근 야권 대선 레이스의 주도권을 국민의힘이 쥐고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정시출발·공정 경선’을 원칙으로 삼았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시점을 “8월 중순으로 보고 있다”며 외부의 대선 주자 모두 ‘국민의힘 주도의 경선’에 참여할 것을 요구했다. 야권 통합에 대해선 “지나친 구애나 특정인 배려는 없다”고 단언했다. 이는 대선 ‘빅텐트론’을 외치면서도 윤 전 총장에게만 의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함과 동시에 빨리 들어오라는 압박이다.

이 대표가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기간은 야권 대선 후보가 선출되는 11월까지 5개월 정도. ‘헌정 사상 첫 30대 당 대표’로 선출된 ‘이준석 시간’이 시작된 것이다. 분명한 것은 국민에게 아직 이준석 개인에 대한 강한 정서적 일체감이 형성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준석 바람’이 정치판의 창조적 파괴를 통해 진정한 나비효과를 가져올지는 향후 그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자강’이냐 야권 대통합이냐

이 대표는 “외부 인사들이 국민의힘에 입당·합당하기 전까지는 당내 인사의 의견이 주가 돼 룰 세팅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종의 ‘자강론’이다. 하지만 한국 대선에선 경험적으로 입증된 철칙이 있다. 지금까지 한 번도 해 보지 않은 정치실험을 한 세력이 연대를 통해 승리했다. 1990년 3당 합당, 1997년 DJP 연대,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가 이를 말해준다.

지나친 ‘자강론’은 때로 독이 된다. 필요하다면 국민의힘이 기득권을 내려놓고 야권 대통합의 ‘승리연합’을 만들어야 한다. 당 내부의 원희룡, 유승민, 김태호 등과 당 밖의 윤석열, 안철수, 홍준표, 김동연, 최재형, 장성민 등으로 ‘정권교체 드림팀’을 만들어야 한다. 이 대표가 창의적으로 다양한 정치 상품을 만들어내는 혁신을 해야 하지만, 이것이 분열과 정치 혼란을 가져오는 ‘파괴적 창조’로 연결되면 안 된다.

명지대 교수, 전 한국선거학회 회장


■ 세줄 요약

이준석과 ‘창조적 파괴’: 청년 이준석의 당 대표 등극은 한국 정치사의 획기적 사건임. 창조적 파괴, 정권 교체 열망, MZ세대의 기대 등이 결합해 나타난 현상. 기성 정치에 대한 실망, 쇄신·변화 욕구가 자리 잡음.

‘이념’에서 ‘어젠다’ 정치로 : 이준석의 등장은 기존 정치 문법을 허무는 파격을 가져올 듯. 이념·진영의 정치에서 어젠다 중심 미래 정치로 전환되는 계기. 당권 세대교체로 인한 컨벤션 효과도 당분간 지속될 것.

野 대권 구도의 향배 : 이준석의 등장은 기존 판을 흔들어 야(野) ‘대권 플랜B’ 논의를 급부상시킬 가능성 있음. 향후 야당 대선후보 선출 때까지 5개월간 이준석의 대선 관리가 ‘대통합이냐 분열이냐’를 가를 시험대.


■ 용어 설명

‘나비효과’란 나비의 단순한 날갯짓이 지구 반대편의 날씨까지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 1972년 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가 처음 발표한 후 다양한 사회 현상을 해석하는 도구로 활용됨.

‘창조적 파괴’는 조지프 슘페터가 전파한 용어로, 낡은 것을 파괴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해 경제구조를 혁신한다는 것. 거꾸로 잘못된 혁신으로 사회적 발전을 저해하는 것을 ‘파괴적 창조’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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