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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與 경선 연기론은 ‘친문 후보 등극론’… ‘2002 노무현 모델’ 재현 전략
 
2021-05-11 14:49:45

◆ 김형준 명지대학교 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치개혁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 민주 ‘경선 연기론’의 갈등구조

친문 핵심, 非文 출신 여권 1위 대권주자 ‘이재명 아웃’ 노려… ‘文心’따라 다자구도 현실화 가능성
친이, 친노 嫡子 따돌리고 대선후보 된 ‘2007 정동영 모델’ 염두… 상황 따라 친문과 제휴 모색할 수도



더불어민주당이 대선 후보 경선을 둘러싸고 사실상 내전에 돌입했다. 친문(친문재인) 진영에서 대선 후보 확정 시기를 당헌에 규정된 9월 초(대선 180일 전)에서 11월 초(120일 전)로 미루자는 주장을 공개적으로 하고 나오면서다. 경선 연기론은 곧 여권 내 대선 주자 지지율 부동의 1위인 비문(비문재인)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항해 친문 대선 후보를 만들어내겠다는 것으로 해석됐다. 내년 대선을 10개월밖에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여권 내 ‘이재명 대 반(反)이재명’ 구도가 형성된 것이다.

◇친문 후보 등극론

현재 민주당에는 두 개의 전선이 형성돼 있다. 하나는 ‘친문 후보 등극론’, 다른 하나는 ‘이재명 대세론’이다.

‘친문 후보 등극론’은 ‘2002년 노무현 모델’에 기반을 두고 있다. 2002년 12월 대선을 1년 정도 앞둔 시점에 대선 경쟁은 집권당인 새천년민주당 이인제와 야당인 한나라당 이회창 간의 양자 구도였다. 당시 민주당 소속 노무현의 지지율은 2%에 불과할 정도로 존재감이 없었다.

그런데 노무현이 한국 정당 사상 최초로 도입된 국민참여경선에서 기적을 만들었다. 세 번째 경선 지역인 광주에서 37.9%의 득표로 당시 대세론을 펼쳤던 이인제(31.3%)와 호남 출신 한화갑(17.9%)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영남 출신 노무현이 김대중(DJ) 대통령과 새천년민주당의 근거지인 광주에서 승리하면서 ‘노풍’을 점화시킨 것이다. 이후 노무현은 파죽지세로 다른 지역의 경선 승리를 이어갔고 이인제는 역전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해 후보 사퇴를 선언했다. 결국 ‘민주당 적통’인 노무현이 여당의 대선 후보가 됐고 정권 재창출까지 이뤄냈다.

친문 후보 등극론은 2002년 노무현의 성공을 모델로, 현재 여권 내 원 톱인 비문 이재명을 ‘이인제화’시켜 친문 출신을 민주당의 최종 대선 후보로 만들려는 것이다. 이 전략이 실현되기 위해선 경쟁력 있는 친문 후보를 부각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이것이 경선 연기론의 배경이다.

◇이재명 대세론

‘이재명 대세론’은 ‘2007년 정동영 모델’을 연상시킨다. 노무현 대통령이 집권 5년 차이자 대선이 있던 해인 2007년 2월 28일 열린우리당을 탈당하자 친노(친노무현)와 반노(반노무현) 세력 간 ‘열린우리당 존폐’를 둘러싼 격론이 벌어졌다. 당시 여당 내 유력 대권 후보였던 반노 정동영은 그해 4월 노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회동하면서 탈당 입장을 밝혔다. 노 대통령이 극구 말렸지만, 20%대 초반의 낮은 국정 지지도로는 정국을 주도할 수 없었다.

결국 열린우리당은 이합집산을 거쳐 대선을 4개월 앞둔 2007년 8월 5일 대통합민주신당으로 재창당했다. 정동영은 이 당의 대선 후보가 됐다. 친노 진영의 이해찬·한명숙·유시민 등이 경선에 나섰지만, 힘 한번 써 보지 못하고 정동영에게 패했다.

최근 한국갤럽 조사(5월 4, 6일) 결과, ‘현 정권 교체를 위해 야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좋다’(49%)는 응답이 ‘현 정권 유지를 위해 여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좋다’(36%)보다 훨씬 높았다. 그런데 ‘다음 대통령감으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엔 이재명 25%, 윤석열 22%로 양강 구도를 나타냈다. 여당 내 이재명의 라이벌인 이낙연은 5%, 정세균은 1%에 불과했다. 이재명은 민주당 지지층과 진보층에서 각각 52%와 45%의 높은 지지를 받았다.(이상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친이(친이재명) 진영은 2007년에 ‘어대정(어차피 대선 후보는 정동영)’이었던 것처럼 지금은 ‘어대이(어차피 대선 후보는 이재명)’일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권력투쟁의 향배

대선 후보 경선 연기론을 둘러싼 친문 진영과 친이 진영 간의 헤게모니 쟁탈전은 어떻게 전개될까. 그 해답은 문 대통령의 의중, 즉 문심(文心)과 그의 정치적 파워에 달려 있다. 현재 문 대통령의 힘은 2002년 집권 말기 DJ의 그것과 가깝다. DJ는 강력한 지역 기반(호남)과 열정적 지지층을 갖고 있었고, 집권 4년 국정 운영 지지도(33%)도 역대 대통령들에 비해 높았으며, 집권당은 DJ의 동교동계가 장악하고 있었다.

문 대통령 역시 상대적으로 강한 지역 기반(호남)과 강력한 팬덤을 갖고 있다. 취임 4주년 지지율(34%)이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높고, 최근 구성된 당 지도부를 강성 친문이 장악했다. 문 대통령은 신념과 도그마가 강한 ‘외골수적 리더십’의 소유자다. 재집권을 위해 비문 후보를 지원하거나 친문 2선 후퇴론을 결단할 정도로 유연하지 않다. ‘친문 적통’ 후보로 정권이 재창출돼야 한다는 믿음이 누구보다 강하다.

만일 여당 내에서 불거지는 경선 연기론이 문 대통령과의 교감 속에서 이뤄졌다면 이는 향후 여권의 대권 구도를 예측불허로 만들 뿐 아니라 ‘이재명 대세론’을 흔들 수도 있다. 친문 진영이 이재명의 도덕성과 신상·가족 문제 등 최근 수년간 그를 옥죄던 이슈들에 대한 파상적인 검증을 다시 꺼내 들 수도 있다.

◇대권 구도의 변수들

실제로 친문 진영의 후보들이 이재명과 관련된 각종 의혹을 제기하고 그가 제안했던 기본소득 등 공약에 대한 파상 공격을 벌이면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이 과정에서 문 대통령과 친문 좌장 역할을 해온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의 대립과 갈등이 심화할 수도 있다. 이재명과의 연대설이 나오는 이해찬은 친문 내 일반적인 기류와는 달리 “대선 후보는 일찍 확정할수록 좋다”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불리는 양정철이 최근 귀국한 것도 경선판을 복잡하게 만드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친문 진영이 자파 출신의 후보를 내는 것이 궁극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할 경우 전략적으로 이재명과의 결별을 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경우 여·여 분열은 야권 분열을 유도해 대선을 다자구도로 변화시킬 수 있다. 최근 강성 친문을 중심으로 ‘이재명 탈당설’이 제기된 건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결국 향후 여당 대권 구도는 ‘문심 대 민심’의 대격돌이라는 소용돌이 속에 그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태생적으로 비문인 이재명이 ‘2007년 정동영 모델’을 따를지 ‘2002년 이인제 모델’에 침몰될지 아직은 모른다. 하지만 이재명에게 이 둘은 모두 실패 사례다. 따라서 이재명이 문 대통령 및 핵심 친문 세력과 어떤 전략적 제휴를 할지가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로 떠오른다.

명지대 교수·전 한국선거학회 회장


■ 세줄 요약

친문 후보 등극론 : 여당 내의 ‘대선 경선 연기론’은 ‘친문 후보 등극론’과 통함. 이는 2002년 대세론을 펼쳤던 이인제를 경선에서 누르고 대통령이 된 ‘노무현 모델’을 따라 친문 출신을 대선 후보로 만들겠다는 구상.

이재명 대세론 : 친이 진영은 국정 장악력이 떨어져 가는 친문 세력과 차별화를 꾀하면서 여권 1위의 지지율과 대세론을 유지해 이재명 대선 후보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음. 이는 ‘2007년 정동영 모델’과 닿아 있음.

경선 연기론의 향배 : 친문과 친이의 헤게모니 쟁탈전은 ‘문심’ 혹은 대통령의 정치적 파워에 상당히 좌우됨. 또 문심과 민심의 격돌, 친문의 분열, 대선 다자 구도화, 친문과 친이의 전략적 제휴 여부 등도 대권 구도의 변수가 됨.

■ 용어 설명

‘친문 후보’란 이낙연·정세균 등 대선 레이스에 이미 뛰어든 정권 친화적 인물들은 물론, 김경수·유시민·김두관·이광재 등 친문 ‘적통’ 인사들이 여당의 대선 후보가 되는 경우를 상정함.

‘대통합민주신당’은 열린우리당(여당)·민주당·한나라당 탈당파와 시민사회세력이 2007년 8월 창당한 정당. 원내 제1당으로 세를 불려 대선에 임했지만, 정동영이 한나라당 이명박에게 패한 뒤 소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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