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경제질서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말 민주당 대표는 "주거 문제를 온전히 살피지 못한 정부 여당의 책임이 크다. 무한 책임을 느끼며 사죄드린다"라고 했다. 원내대표도 "청년 세대의 마음도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그 원인이 무엇이든 민주당이 부족했습니다"라고 했다. 서민 교수는 이를 두고 "선거가 좋긴 좋다. …유독 사과에 인색했던 이번 정권한테 영혼 없는 사과라도 받을 수 있었으니까"라고 썼다. 그러나 '영혼 없는 사과'를 받았다고 좋아하는 서교수는 '지나치게 정직한 바보'는 아닐 것이다. 추측건대 그가 진짜 용서한 것은 아닐테니.
'지나치게 정직한 바보'는 115년 전 1906년 나쓰메 소세키가 쓴 소설에 나오는 표현이다. 소설에선 부임한 지 겨우 20일 되는 24세 중학교 수학교사를 기숙사 학생들이 골려줬다. 학생들에 대한 교장의 처분은 1주일간 외출금지와 해당 교사에게 용서를 비는 것이었다. 소세키의 생각은.
"그러나 이 정도의 사과는 큰 착각이었다. 학생들이 용서를 빈 것은 진심으로 뉘우쳐서가 아니었다. 단지 교장의 명령을 받고 형식적으로 머리를 숙였을 뿐이다. 머리만 조아리고 교활한 짓을 계속하는 장사꾼과 마찬가지로 학생들도 용서를 빌지만 결코 장난을 그만두지 않을 것이다. 잘 생각해 보면, 세상 사람들은 대부분 이런 학생들과 같은 자들로 이뤄져 있는지도 모른다. 사과를 하거나 용서를 빌 때 진지하게 받아들여 용서하는 사람은 '지나치게 정직한 바보'라고 할 것이다. 용서를 비는 것도 가짜로 하기 때문에 용서하는 것도 가짜로 용서하는 거라고 생각해도 된다. 만약 정말 용서받기를 원한다면, 진심으로 후회할 때까지 두들겨 패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소세키의 이러한 관찰은 약 110년 후 조국 교수의 관찰과도 통한다, 그는 "어디선가 들은 우스갯소리 하나 하겠다. '파리가 앞발을 싹싹 비빌 때 이놈이 사과한다고 착각하지 말라' 이에 내 말을 추가하자면, '파리가 앞 발 비빌 때는 뭔가 빨아 먹을 준비를 할 때이고, 우리는 이놈을 때려잡아야 할 때이다' 퍽~~."이라고 썼다.
4·7 보궐선거 패배 후에도 민주당 당대표 대행은 "민주당은 부동산 등 주요 정책 기조는 큰 틀에서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했다. 새로 선출된 민주당 원내대표는 "협치와 개혁을 선택하라면 개혁을 선택하겠다"면서 "개혁의 바퀴를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 지금 개혁하지 않으면 언제 하겠나"라고 했다. 4년 내내 계속된 적폐청산과 개혁을 아직도 못 이뤘나.
공무원 사기를 진작 한다며 공무원 월급을 0.9% 올리겠다는 경제부총리는 1주택자 조차 죄악시하는 징벌적 종부세 폭탄을 제거하고, 공시지가를 투명하게 산정할 제도적 장치를 고민할 의지나 있는 걸까. 4·16 개각 후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번 개각은 그간 정부가 역점을 둬 추진해 온 국정과제를 안정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 단행됐다"고 한다. 여론조사업체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0%가 민주당 패배 이유를 "여당이 잘못해서"라고 답했다. 그런데도 당정청 모두 가던 길 그냥 간다고 한다.
진짜 용서를 빌어야 진짜 용서를 받는다. 용서를 비는 척만 하면 진심으로 후회할 때까지 두들겨 맞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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