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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선거법의 과도한 규제 문제
 
2021-04-06 10:33:11

◆ 김형준 명지대학교 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치개혁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에서 공정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선거 과정은 특정한 환경 속에서 각 정당과 후보자들이 더 많은 지지를 획득하기 위해 서로 복합적으로 경쟁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선거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공직선거법이 어떻게 적용되느냐에 따라 선거의 공정성이 좌우된다. 만약 선거법의 동일한 기준이 모든 정당·후보자에게 적용되지 않아 선거 과정이 훼손되면 선거 결과는 인정되지 않고, 선거의 핵심인 ‘정통성 부여 기능’도 무너지게 된다.

최근 중앙선거관리위회가 4·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논란에 휩싸였다. 첫째,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면서 국민의 헌법 권리와 충돌하고 있다. 가령 선관위는 보궐선거 원인을 묻는 ‘보궐선거 왜 하죠?’라는 시민단체 현수막 캠페인을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제지했다. 그 이유로 “해당 문구는 누구든지 특정 정당의 명칭을 유추할 수 있는 내용”으로 선거법 제90조 위반 소지가 있다고 했다. 선거법 제90조는 시설물 설치 등의 금지 조항을 두고 있다. 누구든지 선거일 전 180일(보궐선거 등에서는 그 선거의 실시 사유가 확정된 때)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해 입후보 예정자는 현수막이나 피켓 등 광고물을 설치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선관위는 지난달 30일 “현행 공직선거법 90조 등이 선거운동 및 유권자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해 국민의 법감정과 눈높이에 부합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규제 위주라는 지적에 깊이 공감한다”고 했다.

둘째, 이중 잣대 논란이다. 선관위는 문재인 대통령이 “4차 재난지원금은 가급적 3월 중에 집행되도록 속도를 내 달라”고 지시한 것에 대해 “선거법 위반이 될 수 없으며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해석했다. 선관위는 이와 관련해 국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서에서 “국가기관이 긴급 현안의 해결 목적으로 자체 사업 계획이나 예산으로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는 것은 기부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해 박영수 당시 선관위 사무총장은 국회에 나와 ‘총선 전 재난지원금 지급 발표가 선거에 영향을 줬다고 보느냐’는 질의에 “상식적으로 판단하면 당연히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했다.

셋째, 편파성 논란이다. 선거법을 앞세워 여당 비판에는 엄격하고 여당 지원엔 관대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최근 ‘투표가 위선·무능·내로남불을 이깁니다’를 투표 독려 현수막 문구로 사용할 수 있는지 선관위에 문의했다. 이에 “특정 정당(후보자)을 쉽게 유추할 수 있거나 반대하는 것으로 보이는 표현이라서 사용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밖에 야권 후보 단일화 촉구 신문 광고에 대해서도 정당 또는 후보를 지지·반대하는 광고 금지(선거법 제93조 1항) 규정을 들어 직접 조사에 착수했다. 그런데 기호 1번 더불어민주당을 연상케 하는 친여 성향 교통방송(TBS)의 ‘#일(1)합시다’ 캠페인은 ‘문제가 없다’고 판정했다.

2018년 지방선거 직후 한국선거학회가 실시한 국민의식 조사에 따르면 유권자 10명 중 4명 이상(41%)이 ‘정보가 부족하다’고 했다. 따라서 선관위가 선거 과정을 법으로 과도하게 규제하거나 특정 정당·후보에게 유리하게 선거법을 해석하게 되면 유권자들은 유익한 정보를 충분히 얻을 수 없고 결국 선거의 질은 떨어진다. 선관위는 선거의 절차적 공정성에 대한 믿음이 민주적 통치 방식보다 더 일관성 있게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핵심 요소임을 깊이 숙지해야 한다. 단언컨대 선관위가 선거 관리를 편파적으로 운영해 공정성·중립성 시비에 휩싸이고 독립적인 헌법기관이라는 위상을 스스로 훼손하면서 자기 부정의 모순에 빠지게 되면 결국 존재 이유도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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