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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일보] 쿠오모 vs 바이든 : 성인지 감수성
 
2021-04-01 14:11:36
◆성선제 미국 뉴욕주 변호사/ 전 한남대학교 법대 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지방자치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장면 1. 전대미문의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이 발생한 작년 초 필자는 뉴욕에 있었다.

당시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에 소극적이었던 트럼프 대통령에 비해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는 적극적인 조치와 정보 공개로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다. 매일 뉴스 브리핑을 통하여 동참을 호소하고 뉴욕의 치부를 과감히 공개하였다.

사망자가 급증하여 감당할 수 없게 되자 심지어 뉴욕 맨해튼 한가운데 냉동 트럭 안에 시신을 보관하고 썩는 냄새가 진동하여 경찰이 출동하는 일이 벌어졌는가 하면 인근 섬 하나를 아예 공동묘지로 만들어 죄수들을 동원하여 임시 매장하는 모습을 그대로 공개하고 케네디 국제공항을 봉쇄하여 한동안 필자도 귀국하지 못할 정도였다. 코로나바이러스 대처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높아져 급기야 차기 민주당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 급부상하였다. 그는 코로나 영웅으로 불렸다.

장면 2. 반전이 일어났다. 미국의 차기 유력한 대선주자이자 코로나 영웅인 쿠오모 주지사의 성추행 의혹이 제기되었다.

현재까지 쿠오모 주지사에게 성추행과 성희롱을 당했다고 폭로한 여성은 7명이다. 이들 중 일부는 주지사실 직원으로, 그가 외모를 대상화하는 발언을 하거나 원하지 않는 키스 및 스킨십을 요구했으며 성생활에 관해 묻는 등 직장 내 성추행을 일삼았다고 폭로했다.

쿠오모 주지사의 성추행 의혹은 일파만파로 커졌으며 미투가 계속되고 있다. 이에 대하여 쿠오모 주지사는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의 차이일 뿐이지 성추행 및 성희롱을 강력 부인하며 억지 변명과 사과 아닌 사과를 하고 있다. 더 나아가 사퇴를 거부하며 자신의 의혹에 대한 조사 결과를 기다려보자고 주장한다. 그의 변명 태도는 성인지 감수성이 매우 낮다는 비판까지 제기되고 있다. 무엇이 잘못인지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정도라는 뜻이다.

그로 인하여 다신 한번 성인지 감수성이 화제가 되고 있다. 성인지 감수성이 낮은 자는 더 이상 공직자의 자리에 있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영웅이 추락했다.

장면 3. 급기야 민주당으로 같은 당 소속인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쿠오모 주지사의 성추행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주지사에서 사퇴하고 기소되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피해 여성이 (폭로에) 나서는 데에는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며 “이 상황을 심각하게 여기고 수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 귀를 의심하는 발언이다. 성인지 감수성의 차이와 위력을 실감하는 생생한 장면이다. 그가 아무리 코로나 영웅이라 하더라도 성희롱과 성추행을 일삼고 반성하지 않은 것은 용서할 수 없으며 사임은 물론 처벌되어야 한다는 것을 같은 당 소속인 대통령이 주장한다는 것에 놀라움을 넘어 충격이다.

가히 성인지 감수성이 높다는 것에 놀랍고 부러울 따름이다. 성추행 및 성희롱의 인식에 관한 한 내로남불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같은 편이면 침묵하고 오히려 정당화하고 다른 편이면 사퇴하고 처벌하라고 목소리 높이는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 우리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장면 4.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폭력 사건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문에 박 전 시장의 성추행 및 성희롱 사실이 구체적으로 적시된 것으로 확인됐다.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이 2016년 하반기부터 2020년 2월까지 수차례에 걸쳐 피해자에게 늦은 밤 “좋은 냄새난다, 킁킁” “혼자 있어? 내가 갈까?” “늘 내 옆에서” 등 부적절한 메시지를 보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박 전 시장이 피해자에게 러닝셔츠만 입은 상반신 사진과 여성의 가슴이 부각된 모양의 이모티콘을 보낸 사실도 나와 있다. 결정문에선 박 전 시장이 집무실에서 피해자의 네일아트 한 손톱과 손을 만진 사실도 인정됐다. 그러나 이를 대하는 태도는 확연히 다르다.

피해자가 아니라 ‘피해 호소인’이라는 괴상한 용어를 창조하여 부르는 국회의원이 여러 명이며 심지어 그들이 여당의 유력 정치인이다.

더욱이 박원순 전 시장의 영웅적 삶을 존경한다며 닮고 싶다는 이가 서울시장의 예비후보로서 유력한 정치인이다. 미국에서는 한때 코로나 영웅이었던 쿠오모를 닮고 싶다는 이가 없다. 시민의 깨어 있는 감시만이 정치인의 성인지 감수성을 높이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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