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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부동산분석원, 발상부터 위험하다
 
2021-04-01 14:06:03

◆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경제질서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부동산거래분석원’이 곧 설치될 모양이다. LH 사태는 핑계일 뿐, 이미 지난해 11월 이 기관을 설치하기 위해 ‘부동산 거래 및 부동산서비스산업에 관한 법률안’이 의원입법안으로 국회에 제출됐다. 이 법안은 국토교통부와 사전 협의를 거친 것으로, 사실상 정부안이나 다름없다. 전문 97개조, 부칙 7개조의 대형 법률이고, 민감한 개인 정보를 심각하게 침해할 법률이면서도 정부안이 아니라 입법예고·공청회·국무회의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꼼수 아닌가.

법안을 보면 이 기관은 집을 사고파는 사람의 금융 정보와 부동산 정보를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게 돼 있다. 부동산을 거래하고자 하는 이는 공공주택이나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거래는 물론이고 ‘그 밖에 필요성이 인정되는 거래’까지 ‘부동산 거래 전자계약시스템’에 의무적으로 등록해야 하고, 전자계약 체결이 의무화된다. 포괄적인 개인 정보가 자동으로 수집된다. 수집된 정보는 행정안전부 장관, 경찰청장, 국세청장, 금융위원회 또는 금융감독원장에게 제공될 수 있다. 검찰은 빠졌다. 형사사건 수사, 조세 탈루 조사, 조세 체납자 징수, 금융감독업무 등에 활용될 것이다.

역으로 각종 부동산 관련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이들 기관에 각종 정보를 요청할 수도 있다. 사업자 등록 정보, 과세 정보, 금융 거래 정보, 신용 정보 등이 포함될 것이다. 매우 광범위한 빅 데이터가 구축되고 개인의 재산 상황과 프라이버시를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다. 매매 당사자는 물론, 모든 부동산 거래 주체에 대한 처벌 조항도 마련됐다. 허위 매물을 올리는 행위,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한 거래 가격 담합, 부당 표시·광고행위, 미공개 개발 정보 이용 행위 등이 금지된다. 카카오톡을 이용한 입주민 카페나 부동산 카페, 유튜브, 분양 대행업 모두 조심해야 하게 생겼다.

감시·수사를 위한 기관과 제도가 늘면 인권과 프라이버시 침해 가능성도 커진다. 우리나라는 검찰과 경찰 외에도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 등 국민을 감시하고 수사하는 기구가 이미 너무 많다. 그런데 괴물이 될지도 모르는 부동산거래분석원까지 만든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주민등록번호 아래 모든 개인 정보가 모여 있어 개인의 인권과 프라이버시가 쉽게 침해될 위험이 있다. 분석원의 활동은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정부 개입을 극대화할 것이며, 이는 개인의 자유로운 재산 처분에 제약을 가함으로써 경제를 위축시키고 국가의 성장·발전을 저해할 것이다.

집을 사고파는 데 도움도 못 주는 정부가 과도한 세금을 뜯는 것도 부족해 돈 흐름을 감시하겠다니 국민의 분노가 크다. 이런 감시국가 만드는 데 쏟을 국력을 금융 서비스 선진화, 주택 담보 대출, 자산 유동화 정책 등을 더욱 정교하게 개발해 더 쉽게 집을 사고팔게 하는 데 쓰는 게 정부가 해야 할 일 아닌가?

LH 사태는 공직자의 낮은 직업윤리가 부른 참사일 뿐이다. 현행 법률과 제도로도 충분히 시장을 감시할 수 있다. 6월 1일부터는 전월세 신고제 등 부동산 거래 신고 등에 관한 법률도 시행된다. 부동산거래분석원 설치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 얻는 것은 불신이 팽배하는 감시사회이고, 잃는 것은 재산권과 인권, 프라이버시와 자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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