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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차등의결권제도 도입을 위한 제언
 
2021-03-31 10:04:03

◆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경제질서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쿠팡 美 상장 배경엔 차등의결권

일각 "재벌 세습 악용 우려"는 엉터리 주장

유니콘 기업 유치 위해 차등의결권 도입 속도내야


쿠팡INC가 1주당 1개의 의결권을 갖는 의결권을 가진 class A 주식과 1주당 29개의 의결권을 가진 class B 주식 중 class A 주식을 뉴욕 증시에 상장했다. class B 주식은 복수의결권을 가진다. 이 사건을 계기로 한국에서도 1주당 1개의 의결권을 가지는 주식과, 1주당 여러 개의 의결권을 가지는 주식(복수의결권주식)을 동시에 발행할 수 있는 이른바 차등의결권주식제도 도입이 시급한 현안으로 논의되고 있다.


이미 정부는 작년 12월 23일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 내용을 보니 여러 입법례를 참고해 한국에 가장 적합하다고 믿는 요소를 골라 입안한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결과는 초라하다. 과연 어떤 회사가 이런 제도를 도입할까 싶다. 이와 관련, 얼마 전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서 ‘이슈 페이퍼’를 발간했는데, 내용이 상당히 잘 되어 있다. 여기서 몇 가지를 소개하면서, 제대로 된 제도의 도입을 촉구한다. 차등의결권 주식 도입 모델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가장 개방적인 미국에서 널리 시행되고 있는 동일 제도를 기준으로 제안한다.


첫째, 정부안은 이 제도를 벤처기업에게만 적용하도록 하고 있는데, 일반 상장회사도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여야 한다. 법률(상법)에는 “정관의 규정으로 복수의결권주식을 발행할 수 있다” 정도로 규정하고, 상세한 것은 미국처럼 거래소의 상장규정과 기업의 정관으로 도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글로벌 5대 증권거래소(뉴욕증권거래소, 나스닥, 도쿄증권거래소, 상해증권거래소, 홍콩증권거래소)는 모두 차등의결권 도입기업의 상장을 허용하고 있다. 한국은 정부로부터 벤처기업 인증을 받은 회사는 3만9000개 정도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정부안의 파급 효과는 미미할 것이다.


둘째, 이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선 정관변경과 주총결의가 있어야 하는데, 정부안은 양쪽 다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 3 이상의 수(가중특별결의)로써 이를 하도록 하고 있다. 미국은 창업자와 재무적 투자자가 기업 공개 이전에 서로의 필요에 따라 자유롭게 협의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재량권을 주고 있다. 다른 주는 일반 정관변경의 방법으로 하도록 하고 있고, 델라웨어 주의 경우에도 정관변경은 의결권 있는 주식의 과반수로써 이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델라웨어주 일반 회사법 제242조, 제245조). 가중특별결의는 지나치게 엄격하므로 현행법상의 특별결의 요건인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 출석의결권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할 수 있도록 수정되어야 한다.


셋째, 정부안은 1주당 최대 10개의 의결권을 부여하고 있으나, 미국은 의결권 수를 제한하지 않는다. 10개를 한도로 제한할 필요가 없다. 굳이 제한을 한다면 차등의결권주식의 총 의결권 수의 합이 발행주식 전체 의결권의 60~80%를 초과하지 않도록 하면 충분할 것이다. 벅셔 헤서웨이의 대주주 워렌 버핏은 1주당 의결권이 class B 주식보다 1만 배 많은 class A 주식 38~39%만 소유하고, 나머지는 소액주주들이 소유한다. 이 회사의 class A주식은 전체 의결권의 84.8%를 차지한다. 쿠팡INC 김범석 의장의 의결권은 76.2%다.


넷째, 정부안은 창업자 또는 공동창업자에게만 보유자격을 인정하는데, 미국은 정관으로 정하면 누구에게 부여하든 제한이 없다. 창업주가 지배하고 있는 법인이나 단체 그리고 그의 자손 등은 물론, 주주 간 협의에 따라 누구든 보유할 수 있도록 자격을 제한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벅셔 헤서웨이가 그렇다.


다섯째, 정부안은 발행 후 10년 이내에만 존속하도록 하고 있으나, 미국은 그런 제한이 없다. 포드자동차는 100년 이상 보유하고 있다. 또 한국은 상속 또는 타인에게 양도하면 복수의결권이 소멸해 한 개의 의결권을 갖는 주식으로 즉시 전환되도록 되어 있는데, 미국은 기업의 자율에 맡겨 정관에 일몰조항을 두든 말든 자율에 맡기고 있다. 필요하면 나중에 정관을 변경해 일몰조항을 도입하도록 하면 된다고 본다.


여섯째, 한국은 복수의결권주식의 존속기간 변경을 위한 정관 변경, 이사의 보수, 이사의 책임 감면, 자본 감소, 감사(위원)의 선임 및 해임, 이익배당, 해산 등을 결의할 때에는 복수의결권이 아닌 1주 1의결권으로 환원된다. 미국은 그러한 제한이 없는데, 이렇게 시시콜콜 간섭해야 할까 싶다.


일곱째, 한국은 공정위가 정한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속하는 순간 복수의결권이 소멸하도록 되어 있다. 외국은 공시대상기업집단제도 자체가 없어서 아무런 규제가 없다. 세상에 없는 이런 규제는 폐지해야 한다.


전경련은 작년 3월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글로벌 시총 100대 기업 차등의결권 도입기업과 미도입기업과의 경영성과 분석 (2014년 대비 2019년)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이 제도를 도입한 기업의 연구개발(R&D)투자 증가율이 190.8%로, 미도입기업 49.1%의 4배나 된다. 당기순이익을 보더라도 도입기업이 75.9% 증가할 때 미도입기업 21.0% 증가에 그쳤다. 배당금 규모를 보면 도입기업은 51.6% 증가했는데, 미도입기업은 34.9% 증가했다. 모든 면에서 도입기업의 성과가 미도입 기업의 그것을 압도했다. 기업의 성장성 측면에서도 이 제도의 도입이 권장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차등의결권제도가 재벌기업에 악용될 우려가 있으므로 도입해서는 안 된다는 엉터리 주장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 이 제도와 관련된 객관적인 데이터를 제시하고 있는 위의 각종 연구결과를 수용하여야 한다. 정부안처럼 온갖 제약으로 거의 이용할 수 없도록 무늬만의 차등의결권제도 도입으로는 아무도 거들떠보지도 않을 것이다. 국내 기업의 경영권 보호차원을 넘어 한국 자본시장의 경쟁력을 강화해 해외 유니콘 기업의 유치를 위해서도 미국의 제도 이상의 파격적이고 과감한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한국 자본시장이 미국 시장에 유니콘 기업을 뺏기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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