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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수사·기소권 분리론은 혹세무민
 
2021-03-11 17:51:57
◆김종민 법무법인(유한) 동인 변호사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사법개혁연구회 회장 · 프랑스연구포럼 대표로 활동 중입니다.


김종민 변호사 前 광주지검 순천지청장

尹총장 사퇴 부른 수사청 추진
세계 추세 주장부터 가짜뉴스
수사청은 일제 잔재 부활 성격

檢 개혁 본질은 정권 외압 저지
文정권이 스스로 입증한 상황
인사로 수사 개입 막는 게 핵심

지난해 1월 프랑스·영국·미국의 국제 공조 수사를 통해 기소유예를 조건으로 총 36억 유로(약 4조8490억 원)의 벌금을 내기로 하고 마무리된 사건이 있다. 유럽 항공기 제조사 에어버스의 부패 사건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규모가 커지고 첨단화한, 범죄의 세계화 현상을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이다. 중국·대만·인도네시아 등도 관여됐고, 대한항공도 에어버스로부터 10대의 항공기를 구입하면서 1500만 달러(약 180억 원)의 리베이트를 받았다.

에어버스 사건은 프랑스 국가금융검찰(PNF), 영국 중대범죄수사청(SFO), 미국 연방 법무부가 2016년부터 국제 공조 수사를 통해 밝혀냈다. 프랑스 국가금융검찰은 2013년 프랑수아 올랑드 사회당 정부 당시 75% 부유세 도입을 주도한 하원 재경위원장 출신의 예산부 장관이 스위스에 비밀계좌를 갖고 있던 사실이 들통 난 부패 스캔들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파리고등검찰청 소속이지만, 철저히 독립성이 보장되고 고검장의 지휘를 받지 않는다. 지난 1일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3년 구금형을 선고받은 판사 매수 사건도 국가금융검찰이 수사해서 기소한 것이다.

윤석열 검찰총장 사임까지 불러온 중대범죄수사청(수사청) 도입을 둘러싼 논란의 배경은 수사·기소권 분리론이다. 조국·추미애 두 전직 법무장관까지 나서서 전 세계적인 추세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 수사·기소권 분리론은 경찰이 수사권 독립의 논리로 만든 국적 불명의 프레임일 뿐이다. 수사는 기소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준비단계(phase pr?paratoire)이기 때문에 본절차인 기소 절차와 분리될 수 없다. 이론적으로도 타당하지 않을 뿐 아니라 외국 사례도 찾기 어렵다.

수사·기소권 분리의 대표적 사례로 소개되는 영국은 1985년 이전까지 검찰이 없던 나라다. 사인(私人) 소추와 경찰 소추의 오랜 전통을 갖고 있었으나, 높은 무죄율 등 문제로 1985년 소추 기능만 담당하는 검찰이 신설됐다. 에어버스 사건을 수사한 영국 SFO도 1988년 부패사건 등 중대범죄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수사권과 기소권을 결합해 만든 수사기관이다. 유럽평의회의 ‘효과적 사법을 위한 유럽위원회(CEPEJ)’의 2016년 보고서에는 46개 회원국 중 검찰이 수사권을 행사하는 나라가 35개국으로 나온다. 이쯤 되면 수사·기소권 분리가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집권 여당의 주장은 가짜뉴스나 혹세무민 수준 아닌가.

형사사법의 첫째 존재 이유는 범죄로부터의 사회방위다. 좋은 형사사법 제도는 효과적이어야 한다. 범죄의 세계화·첨단화된 범죄에 맞서 한정된 형사사법 자원으로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어야 한다.

중국 최고감찰위원회를 모방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도입하고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를 만들어 중국식 공안통치 체제를 지향하더니 이제는 존재의 평면이 다른 영국식 검찰 모델이다. 일본도 1945년 패전 이후에 없애 버린 대표적인 일제 식민 잔재인 10일간의 경찰 구속 제도를 수사청까지 만들어 확대 발전시키겠다는 것은 또 무슨 의미인가.

형사사법 제도는 국가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 인프라다. 검찰개혁은 미래 지향적이고 발전적인 국가 개혁 차원에서 신중히 추진돼야 한다. 수사·기소권 분리가 아니라, 정치권력이 함부로 검찰 수사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대통령의 인사권을 제한하는 것이 검찰개혁의 핵심임을 문재인 정권은 증명했다. 중대 범죄를 포함해 모든 수사를 할 수 있는 경찰청 국수본이 출범했는데 100% 권한과 기능이 겹치는 수사청이 왜 필요한가. 첨단화된 범죄의 세계화 시대에 각국 검찰 간의 형사사법 공조가 필수적인 국제범죄 수사는 어떻게 할 것인가.

검찰을 무력화시켜 정권 비리에 대한 수사 가능성을 원천 봉쇄하려는 집권 세력과 경찰 권력 확대를 꿈꾸는 일부 세력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가 수사청 신설이다. 부패범죄와 금융경제범죄에 대한 효과적인 수사 시스템을 갖추면서도 실효적인 사법 통제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수사기관만 난립하고 이를 대통령의 인사권으로 통제하는 체제가 공고해지면 법치주의가 실종된 경찰국가로 가게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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