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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LH사태, 부동산·공공성·공정성 ‘3대 문란’ 결정판… 정권심판론 분출
 
2021-03-10 10:38:09

◆ 김형준 명지대학교 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치개혁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 부동산 민심의 정치코드

부동산 대란 + 공공부문 타락 + 공정성 훼손으로 민심 악화일로… 文 정부 신뢰에 결정타
중산층·2030의 이반 기류 갈수록 거세져… 윤석열 사퇴 중첩돼 4·7보선 앞두고 與에 초대형 악재

한국갤럽 여론조사(3월 2∼4일)에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74%가 “잘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정부 출범 후 최고치다. “잘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는 11%에 불과해 역대 최저치를 나타냈다. 민심이 흉흉하기 이를 데 없다.

이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들이 연거푸 실패한 데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의 신도시 땅 투기 사태가 터지면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로 집 한 칸 마련하려던 젊은층조차 ‘영털(영혼이 털리다)’ 현상을 겪고 있는 데 따른 결과로 보인다. LH 사태는 ‘부동산 대란’에 ‘공공부문의 타락’과 ‘공정성 훼손’이 더해진 ‘3대 문란’의 극치를 보여준다. 이에 따라 서울·부산시장을 뽑는 4·7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권심판론이 분출하는 형국이다.

◇부동산·공공성·공정성 문란

위 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 중에서도 부동산 정책 부정평가(52%)가 긍정평가(25%)의 두 배 이상이었다. 현 정권의 핵심 지지층인 40대조차 부정 의견이 72%나 됐다. 선거 승패를 가늠하는 중도층에서는 무려 79%가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 근저에는 정부의 잇단 부동산 대책 실패가 깔려 있다. 정부가 6·17, 7·10, 8·24, 12·4 등 부동산 대책을 발표할 때마다 주요 관심 지역 집값은 일시적으로 침체한 후 폭등·과열 현상을 반복했다. 특히 지난해 7월 국회에서 임대차·부동산 3법이 제정되면서 부동산 민심은 악화일로를 걸었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부정평가는 42%였는데, 이후 64%(7월)→ 65%(8월)→ 68%(11월)→ 74%(2021년 3월)로 지속적이고 경향적인 상승을 기록했다.

그런데 정부는 집값이 오를 때마다 부동산 정책이 잘못된 게 아니라 투기꾼들 때문이라며 일반 국민을 탓했다. 그러면서 주택담보대출 제한, 보유세 인상 등 수요 억제와 규제 강화 정책으로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하지만 정권 출범 후 각종 대책에도 불구하고 결국 ‘투기와의 전쟁’에서 실패했다. 문 대통령의 잘못된 상황 인식과 정부 정책의 무능, 그리고 집권 여당의 졸속 입법이 실패의 핵심 요인이다. 여기에 LH 임직원들의 내부 정보를 이용한 땅 투기 의혹이 터지자 부동산 민심은 폭발 상태가 됐다. 부동산 대란에 공공부문의 타락이 확인되고 공정성이 극도로 훼손되면서 민심이 최악으로 치달은 것이다.

◇국민은 왜 정부를 믿지 않나

한국의 경우 부동산이 민생 그 자체라는 점에서 부동산 정책은 정부 능력의 척도이고 정부 신뢰의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국정운영 최고책임자인 문 대통령은 현실과 동떨어진 발언으로 오랫동안 민심 이반에 불을 댕겼다. 2019년 11월 그는 “집값이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했고, 2020년 7월 21대 국회 개원 연설에서는 “부동산 투기를 통해서는 더 이상 돈을 벌 수 없다”고 했다. 지난해 8월 10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는 “종합대책의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였다.

조지프 나이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자신의 책 ‘국민은 왜 정부를 믿지 않는가’에서 정부 불신의 가장 주요한 이유로 경제 정책 실패를 꼽았다. 한국에서는 경제 중에서도 부동산 정책 실패가 정부 불신의 핵심 사항으로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의 말처럼 “다른 경제 정책이 성공해도 부동산에서 실패하면 꽝”인 것이다. 부동산 정책의 실패가 민생을 고통으로 몰아갈 수 있고, 따라서 정부 불신의 핵심 요인으로 인식될 수 있다고 본다.

실제로 국민은 부동산 정책과 관련한 정부의 무능과 부패를 뼛속까지 인식하고 있다. 여기에 LH 임직원의 신도시 땅 투기 파문이 터지면서 정부의 25번째 부동산 대책인 지난 2월 ‘공공 주도 주택공급 사업’이 신뢰에 결정타를 맞았다. LH 사태는 공공 주택 공급 기관의 내부자들에 의해 자행된 의혹을 받는다는 점에서 공공부문의 도덕적 타락이며 신뢰 훼손 사건이다. 국민이 정부를 믿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부동산 민심과 정권심판론

4·7 보궐선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정부의 참담한 부동산 정책 실패, 정권의 탄압을 받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전격 사퇴와 정치권 등장, 그리고 LH 사태 등 일련의 사안들은 여당으로서는 초대형 악재가 될 것 같다. 정권심판론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통상 국정 운영에 분노하는 유권자들이 응징하기 위해 투표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부동산 대란에 LH 사태가 더해져 형성된 우려·좌절·불안·분노는 정부 여당을 겨냥한 ‘응징 투표’로 연결될 가능성을 높일 것이다.

LH 사태 직후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한 중앙일보·입소스 여론조사 결과(3월 5∼6일) ‘정부 심판을 위해 야당 후보를 찍어야 한다’(49.9%)가 ‘국정 안정을 위해 여당 후보를 찍어야 한다’(38.1%)를 11.8%포인트 앞질렀다. 이는 설 연휴 직전 실시된 MBC·코리아리서치 조사(2월 8∼9일)에서 ‘안정론’(44.1%)과 ‘심판론’(46.1%)이 팽팽했던 것과 큰 차이를 보인다.

이 같은 여론의 급변 흐름은 “개발 정보를 알고 땅을 미리 산 것은 아닌 것 같다”며 LH 직원을 감싸는듯한 발언을 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의 태도, 국회 상임위 소집과 야당의 공동 조사를 거부하는 여당의 행태와도 맞물려 있다. 윤석열 전 총장은 LH 사태에 대해 “공적 정보를 도둑질해서 부동산 투기를 하는 것은 망국의 범죄”라며 “(국토부) 자체 조사로 시간을 끌고 증거를 인멸하게 할 것이 아니라 즉각적이고 대대적인 수사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가온 4·7 보궐선거

국민을 투기 주범처럼 취급하던 정부가 LH 투기 조사를 흐지부지한다면 국민적 공분이 일어날 것이다. 이는 윤석열의 검찰총장직 사퇴와 맞물려 이번 보궐선거를 ‘문재인 대 윤석열’ 구도로 만들 수도 있다. 정부 여당이 속전속결로 또 다른 재발 방지책을 내놓으려 해도 상대적 박탈감이 큰 2030 세대의 분노가 빠르고 강하게 확산하면서 현 정부에 등을 돌릴 가능성도 있다.

나이 교수는 위의 책에서 “국민이 ‘정부는 거짓말쟁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들이 근본적으로 먼저 해야 할 일은 정직한 정부를 만드는 것이며, ‘정부가 부패해 있다’고 믿는다면 부패의 척결에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직하고 깨끗한 정부를 만드는 최고의 방법은 선거를 통한 것이다. 4·7 보궐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명지대 교수·전 한국선거학회 회장


■ 세줄 요약

부동산·공공성·공정성 문란 : 부동산 민심이 문재인 정부 들어 최악을 기록하고 있음. LH 사태가 이를 부채질함. LH 사태는 ‘부동산 대란’ ‘공공부문의 타락’ ‘공정성 훼손’이라는 ‘3대 문란’의 극치를 보여준 사건.

국민은 왜 정부를 믿지 않나 : 한국에서 부동산 정책 실패는 정부 불신의 핵심 사항이 되고 있음. LH 사태가 터지면서 정부의 25번째 부동산 대책도 결정타를 맞음. 국민이 더 이상 정부를 믿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것.

부동산 민심과 정권심판론 :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윤석열의 정치무대 등장, LH 사태 등은 여당으로서는 초대형 악재임. 정권심판론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임. 특히 중산층과 2030의 분노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음.


■ 용어 설명

‘영끌’과 ‘영털’은 부동산 이슈가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한국 상황을 전형적으로 대표하는 신조어. ‘영끌’은 부동산 구입에 ‘영혼을 끌어모은다’는 것, ‘영털’은 그 실패로 ‘영혼이 털린다’는 뜻.

‘조지프 나이’는 미국의 정치학자이자 하버드대 케네디 행정대학원 석좌교수. 축적된 연구력과 오랜 행정 경험으로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분석해 21세기 정부의 상을 제시했다는 평을 받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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