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미디어·언론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철학자 알랭은 ‘행복론’에서 ‘미래는 두 가지가 있다. 저절로 다가오는 미래와 본인이 직접 만들어가는 미래’라면서 스스로 미래를 개척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검찰의 상황과 정확히 일치하는 말이다. 개혁의 주체가 될지 아니면 그 대상이 될지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다.
해방 이후 검찰은, 기존의 경찰이 서구식 경찰로서의 역할을 넘어 일제강점기 헌병으로 불리면서 국민의 권리를 침해할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다양한 입법 장치 중 한 방안으로 선택됐다. 1987년 이후 역대 정권들은 집권 4년 차가 되면 예외 없이 친인척이나 측근의 부정 비리와 권력 내부의 암투로 인해 어려움을 겪다가 불명예스럽게 퇴장했다. 이때 국민을 대신해 정권의 문제를 단죄해 온 것이 검찰이다. 때로는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대개는 검찰에 대해 아낌없이 박수를 보냈다.
반면, 일부 권력자들은 처음에는 개혁을 명분으로 검찰에 겁박도 해 봤지만 이른바 ‘검사동일체의 원칙’으로 똘똘 뭉친 기개 있는 검찰의 벽을 뚫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역설적이게도 검찰은 그들이 행사하는 무소불위의 ‘기소독점권’과 ‘기소편의주의’로 인해 선망의 대상인 동시에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검찰권을 다른 권력기관에 분산시키려는 노력도 있었지만, 이번 정부처럼 공수처나 중대범죄수사청을 설치함으로써 거의 폐지 수준에 가까운 입법을 시도했던 적은 없었다.
국가권력은 집중될수록 부정과 남용의 소지가 크기 때문에 적정하게 분배되고 상호 간의 견제가 가능해야 한다. 그리고 경제 규모나 인구에 비해 사정기관 수도 적정해야 한다. 더욱이 검찰이 아닌 다른 기관들이 영장신청권을 갖는 것은 영장은 검사의 신청에 의해 법관이 발부한다는 헌법 제12조에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사정기관들의 무분별한 영장청구를 검찰에서 적절히 견제하는 게 헌법 정신인데, 검사가 아닌 기관들이 구속영장이나 체포영장을 남발하게 한다면 인권보호의 최후 보루로서 검찰의 역할이 대폭 축소될 것이기 때문이다.
헌법 제12조는 국민의 신체의 자유를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다른 조문들에 비해 매우 길고 상세하게 명시돼 있다. 역사적으로 그만큼 국민의 인신(人身)의 자유가 속박돼 왔다는 반증이다. 과거 권위주의적 정권 시절에 자행됐던 권력에 의한 무자비한 폭력과 고문의 아린 역사가 고스란히 헌법 조문에 투영된 것이다. 검사들에게 유난히 ‘수사기관’으로서의 역할과 아울러 궁극적으로는 ‘인권보호기관’으로서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도 국가권력으로부터 국민의 권리를 수호해 달라는 간절한 소망을 담고 있는 것이다.
존재의 근거는 기관 스스로 밝혀야 한다. 지금 검찰은 알랭의 말처럼 개혁의 주체가 될 것인지 아니면 그 대상이 될 것인지 기로에 서 있다. 선택에 따라 진정한 국민의 권익보호 기관이 될 수도, ‘권력의 시녀’라는 오명을 반복할 수도 있다. 본인들의 선택에 따라서는 자칫 기관이 해체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질 수도 있다. 위기는 곧 기회다. 애꿎은 야당이나 기업들을 괴롭히는 물타기는 지양하고 당당하게 거악과 맞서야 한다. 국민은, 승산이 없어 보이지만 기개 있게 풍차로 돌진하는 돈키호테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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