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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北 꺼리니 한미훈련 말자는 利敵 행태
 
2021-03-03 14:23:55

◆ 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국방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오는 8일부터 한미연합 훈련을 한단다. 그런데 명칭도 없이 그냥 ‘연합연습’이고, 컴퓨터 시뮬레이션에 그친단다. 어떤 상황을 가정해 어떤 규모로 하는지도 설명이 없다. 일각에선 한국군 주도 미래연합사령부의 2단계 완전작전능력(FOC) ‘검증을 예행연습’한다고 한다. 그것도 지난해에 이어 두 번씩이나. 미 국방부도 훈련 내용을 설명하지 못한 채 한국과 보조를 맞추겠다는 말로 얼버무린다. 정부가 북한의 눈치를 봐서 훈련을 꺼리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미래연합사 체제로의 전환은 앞당기라니 군(軍)에서는 예행연습과 같은 희한한 말을 만들어내고, 함께 훈련해야 하는 미군은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더 이상한 일은, 대한민국 역사에 한 번도 없었던 일로서, 며칠 전 범여권 국회의원 35명이 연합훈련 연기를 촉구하는 성명을 낸 일이다. ‘북측의 강경 대응을 유발한다’는 이유다. 국책 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도 남북대화 재개를 위한 연합훈련 연기나 취소가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세계의 어느 나라가 적국(敵國)이 싫어한다는 이유로 훈련을 주저하고, 어느 국민의 대표가 공공연히 그런 주장을 할까?

남북대화 운운하며 훈련에 간섭하려는 이들에게 묻는다. 한·미 연합훈련만 연기하면 남북대화가 재개되고 북핵이 폐기되며 평화 공존이 되는가. 그렇게 안 되면 책임질 것인가. 무기 없고 군기 없는 군대가 군대 아니듯, 훈련 않는 군대도 군대가 아니다. 그것은 싸우지 않겠다는 것이고, 그런 군대는 군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훈련 않는 군을 호통쳐야 할 선량들이 훈련하지 말라니, 이적(利敵)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정부와 여당 인사들이 알면서도 애써 회피하는 불편한 진실은 남북평화의 장애는 연합훈련이 아니라 북한의 핵무기라는 사실이다. 북한이 핵무기만 포기하면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시아의 평화도 일사천리로 보장된다. 한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가 북한과 수교하고, 북한의 경제와 사회 발전을 지원할 것이다. 그래서 속을 줄 알면서도 국민은 현 정부의 외교적 비핵화 노력을 전폭적으로 지지했었다. 그런데 판문점과 싱가포르에서 철석같이 약속하고도 예상대로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에는 전혀 노력하지 않았다. 정반대로 핵무기 증강을 계속했고, 이제는 미국 공격을 위한 핵잠수함과 다탄두 미사일, 한국 공격용인 전술핵무기까지 만들겠다고 한다.

지난 1월 당대회에서는 아예 대놓고 핵무력 증강으로 남북통일을 앞당기겠다고 공언했다. 책임 있는 정부와 여당 인사라면 북한의 핵무장에 적극 항의하고, 중단을 촉구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여당은 북핵 폐기에 관한 성명서는커녕, 북한의 남북공동 연락사무소 폭파나 우리 공무원의 총살·소각에 대해서도 제대로 항의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우리의 무장해제만 요구한다. 정말 양심의 가책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가.

헌법 제66조 2항에 대통령의 책무로 ‘국가의 독립과 영토의 보전’이 명시돼 있듯이, 정부·여당의 최우선 과제는 북핵으로부터 국가와 국민을 보호하는 일이다. 그런데 그 헌법 임무는 등한시하면서 연합훈련을 하지 말잔다. 이게 집권당이 할 일인가? 제1 야당의 말을 인용해 둔다. ‘오매불망 북한 반발을 걱정할 시간에 국민의 불안부터 돌아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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