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준 명지대학교 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치개혁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 제정안’이 지난달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동남권 신공항의 필요성은 인정되고, 부산 시민들의 가덕도 신공항에 대한 오랜 염원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법안은 대한민국 국회와 정부 최악의 오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무엇보다, 원칙이 무시되고 기본 요건도 갖추지 못한 괴물·졸속 법안이다. 초대형 국책사업인 공항 건설은 충분한 검토와 논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김해신공항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온 지 불과 3개월 만에 종결됐다. 어떤 공항인지도 모른 채 입지 선정을 특별법으로 쐐기 박은 것은 전례가 없다. 천문학적인 재원이 드는 사업을 국회에서 심사한 기간은 단 사흘에 그쳤고, 예비 타당성 조사(예타)는 물론 각종 인허가 절차도 모두 면제받게 됐다. 오죽하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공항 건설은 백년대계로 진행돼야 하는데, 절차도 기준도 명분도 없이, 오직 표(票) 구걸만 있다”며 “‘문재인 정부표’ 매표(買票) 공항 특별법을 강력 반대한다”고 했겠는가?
둘째, 대통령과 집권당이 정부의 존재 이유와 기능을 무력화하는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법무부 등 가덕도특별법 관련 정부 부처들은 경제성·안전성·형평성 등을 지적하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특히, 국토부는 ‘절차상 문제를 인지한 상황에서 가덕특별법에 반대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에 해당할 수 있다’는 의견을 국회에 보고했다. 이 정도면 대통령은 조속히 관계 장관 회의를 열어 의견을 듣거나, 여당 지도부에 신중한 입법을 주문했어야 했다. 그런데 정부 수반인 대통령은 법이 통과되기도 전에 가덕도를 찾아 “가슴이 뛴다”면서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독려했다. 심지어 공항 건설에 ‘반대’ 의견을 낸 국토부를 향해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공개 질책했다.
셋째, 선거 때마다 선심성 대형 국책사업을 특별법으로 우회할 수 있게 하는 ‘나쁜 선례’를 남겼다. 이제 대구·경북을 비롯해 다른 지역도 다 특별법으로 예타를 면제하고 공항 만들자고 하면 막을 길이 없게 됐다. 리얼미터 조사(2월 26일) 결과, 가덕도특별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에 대해 53.6%가 ‘잘못된 일’이라고 한 반면, ‘잘된 일’은 33.9%에 그쳤다. 신공항 수혜 지역인 부산·울산·경남에서조차 ‘잘못된 일’(54.0%)이 ‘잘된 일’(38.5%)보다 높았다. 선거에 눈이 멀어 ‘졸속’으로 밀어붙인 원칙 없는 정책에 국민이 크게 화가 났다.
더불어민주당은 입만 열면 전 정권의 4대강 사업을 환경파괴 적폐 토건사업이라고 비난했다. 그런데 현 정부는 입으로 그린뉴딜을 말하면서 선거용 토건사업을 강행했다. 분명, 가덕도 신공항은 문 정부의 4대강 사업이다. 민주당은 노무현 정신을 계승한다고 했지만, 특별법 입법 과정을 보면 ‘원칙 없는 승리’에 집착하고, ‘특혜와 반칙이 판을 치는 세상’을 만들어 오히려 그 정신을 훼손했다. 이런 이율배반적인 행동으로 과연 임기 말 레임덕 대통령의 불행한 역사가 종식될 수 있을까? 회의적이다.
특별법안이 국회를 통과했어도 모든 절차가 끝난 게 아니다. 엄격한 예타 검증을 통해 안전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가덕도특별법은 폐기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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