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16 15:57:59
◆ 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국방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애매한 현 외교정책, 불안한 형태 보인다
약소국은 세력균형에 결정적 역할 어려워
미국에 바이든(Joe Biden) 행정부가 들어서면 중국과의 관계가 원만해질 것으로 기대했자만 현실은 그렇지 않을 것 같다. 미중 정상은 2월 10일(미국 현지시간) 2시간에 걸친 전화통화에서 덕담보다는 무역 불공정 문제, 중국의 인권 탄압,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 등 광범위한 현안을 토론하였고, 상당한 입장 차를 확인했다고 한다. ‘투키디데스의 함정(Thucydides’ Trap)’이라는 말처럼 양국은 점점 충돌의 코스로 가고 있고,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치의 파고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한국외교는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고 있는가?
현 정부의 인사들은 각자의 국제정치적 통찰력을 자랑하면서 미중 간 ‘균형외교’를 통하여 한국의 외교적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현 정부는 한미동맹이 공고하다고 말하지만, 북핵 대응을 위한 한미 정부 또는 군 간의 협의는 사라졌고, 2020년 치 방위비분담금도 타결하지 못했으며, 한미연합 훈련도 강화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북핵 위협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미군대장이 보유하고 있는 전시 작전통제권을 환수하여 한국군 대장을 한미연합사령관으로 임명하는 데 진력하고 있고, 미국은 우려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바이든 대통령은 일본의 스가(菅義偉) 총리와의 통화보다 일주일이나 늦은 2월 4일에야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하였다.
중국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현 정부는 사드 추가 배치, 미국 미사일방어망 참여, 한미일 안보협력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소위 ‘3불(不)’까지 약속했고, 중국 관리가 방한할 때마다 온갖 환대를 했지만 중국은 고압적일 뿐 북핵문제 등 어디에서도 한국의 입장을 지원하고 있지 않다. 중국은 법적으로 한국과 휴전상태이고 한국과 적대관계에 있는 북한의 동맹국이며, 2010년의 천안함과 연평도 포격에서 드러났듯이 남북 간 갈등이 발생할 경우 철저히 북한편이었다. 문 대통령은 한미관계를 우려하면서도 1월 26일 시진핑 주석에게 전화를 걸어 중국 공산당 창건 100주년을 축하했지만, 중국은 그 축하전화 사실을 대대적으로 보도하여 한미동맹을 이간시키고자 했을 뿐이다.
일본과의 관계는 역사상 최악이라고 평가될 정도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가닥을 잡았던 위안부 문제는 ‘중대한 흠결’을 이유로 원위치되었고, 일제 강점기 한국인 징용에 대한 배상문제를 둘러싼 갈등으로 수출규제까지 받고 있으며, 군사정보 보호협정(GSOMIA)도 사문화되어 북핵관련 정보교환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1월 19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대일관계의 개선을 희망하였지만, 후속조치는 없고, 일본도 신뢰하지 않고 있다.
필자는 현 정부의 외교가 한말(韓末) 조선 정부의 외교처럼 불안하다고 생각한다. 당시에도 조선의 사대부들은 나름대로의 외교적 안목을 자랑했을 것이고, 주변국들을 사이에서 자주외교를 하는 것으로 생각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의 조선은 분명한 외교전략 없이 이 나라 저 나라 사이를 표류하다가 결국 일본에 병합당하고 말았다. 조선의 외교가 오죽 답답했으면 당시 주(駐)일본 청나라 공사관 참찬관이었던 황쭌센(黃遵憲)이 ‘연작처당(燕雀處堂)’(깃들어 사는 집이 불타고 있는데도 그 위험은 모르고 불구경하고 있는 제비와 참새처럼 망국의 위험을 모른 채 태연한 국가를 지칭하는 용어)이라면서 조선을 걱정하고, 나름대로의 외교정책 방향을 글로 써서 충고했을까?
국제정치학 이론에 의하면 약소국은 균형외교(balancing)를 할 수 없다. 현재 속한 진영을 쉽게 바꿀 수도 없고, 편을 바꿔봐야 세력균형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강한 국가에 편승(bandwagoning)할 수밖에 없고, 대부분의 역사적 사례가 그러하다. 한국도 지금까지 미국에 편승함으로써 전쟁을 억제하면서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룩하였다. 그런데 현 정부인사들은 미중관계를 비롯한 지역정세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것 같은 환상에 취하여 애매한 외교정책을 구사하고 있고, 이로써 안보도 경제도 모두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북한은 제8차 당대회에서 핵무력을 강화하여 남북통일을 앞당기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에게 묻고자 한다. 도대체 대한민국을 어디로 끌고 가고 있는가? 북핵으로부터 국가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방책은 무엇인가? ‘연작처당’이라는 말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을 정도로 불안한 상황인데도, 현 정부인사들은 ‘자주외교’를 하고 있다면서 당당하니, 이를 어찌해야 하는가?
◆ 칼럼 원문은 아래 [칼럼 원문 보기]를 클릭하시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번호 |
제목 |
날짜 |
---|---|---|
2446 | [한국경제] '자강 기반 동맹'으로 가는 길 | 24-06-07 |
2445 | [한국경제] 글로벌 공급망 재편…고래 싸움에 새우등 안터지려면 | 24-06-05 |
2444 | [문화일보] 21대 ‘최악 국회’가 남긴 4대 폐해 | 24-05-31 |
2443 | [한국일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개혁 논제 아니다 | 24-05-29 |
2442 | [이데일리] 공익법인에 대한 발상의 전환 | 24-05-28 |
2441 | [한국경제] 중국, 기술 베끼는 나라?…"이제는 현실 받아들여야" | 24-05-24 |
2440 | [문화일보] ‘쿠팡 PB 조사’와 국내 업체 역차별 우려 | 24-05-24 |
2439 | [중앙일보] 다시 길 잃은 보수, 재건 가능할까? | 24-05-23 |
2438 | [문화일보] 이재명 ‘일극 정당’과 정치 노예의 길 | 24-05-17 |
2437 | [중앙일보] 15억 집이 1년 만에 40억으로?…공시가격을 망치는 이들 | 24-05-16 |
2436 | [노동법률] 총선 이후 노동개혁 입법의 쟁점과 과제 | 24-05-13 |
2435 | [한국경제] '중국판 밸류업' 국9조, 성공할 수 있을까 | 24-05-09 |
2434 | [아시아투데이] 4·10 총선이 소환한 슘페터와 하이에크의 경고 | 24-05-07 |
2433 | [문화일보] 깜짝 성장 명암과 물가 안정 중요성 | 24-05-02 |
2432 | [문화일보] 尹·李회담 지속 관건은 ‘자제와 존중’ | 24-04-30 |
2431 | [아시아투데이] 북한의 사이버 공작 등 영향력 확대에 대비해야 | 24-04-30 |
2430 | [한국경제] 시진핑이 강조하는 '신질 생산력' 과연 성공할까? | 24-04-25 |
2429 | [문화일보] 민심이 무조건 옳은 것은 아니다 | 24-04-23 |
2428 | [문화일보] 위헌 소지 큰 ‘중처法’과 헌재의 책무 | 24-04-23 |
2427 | [한국경제] 적화 통일을 당하지 않으려면 | 24-04-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