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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데일리] 文 정부의 안보‥ 오답만 선택하는 공부 못하는 학생
 
2021-02-03 10:55:43

◆ 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국방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북핵 위협이 심각해지면 의존할 수 있는 것은 한미동맹 뿐이다… 경제보다는 안보가 우선이고, 그렇다면 중국보다 미국을 우선시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의 선택은 전다르다.


필자가 지난 해 강의해온 교양과목 중에 "전쟁과 평화"라는 수업이 있었다. 국가안보에 관한 상식을 교육하는 강좌였다. 수강인원이 다소 많고, 학생들에게는 생소한 내용이어서 대학생임에도 사지선다형의 시험을 치지 않을 수 없었다. 4가지 보기를 가진 50문제를 출제했는데, 희한하게도 25점을 넘어가지 못하는 학생이 적지 않았다. 확률적으로 보면 아무렇게나 표시를 해도 25점은 나와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이다. 희한하게 오답만 찾아서 표시한 학생이 있는 셈이다. 다른 분야도 그럴 수 있겠지만, 안보 전문가로서 현 정부의 안보정책을 보면 그러한 학생을 보는 느낌이 없지 않다.


북핵 문제

우리 국민 대부분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알고 있다. 세계 대부분의 전문가들도 그러하고, 지금까지 북한이 해온 바도 그렇다. 2018년 판문점 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에 노력하겠다고 했지만, 북한은 핵무기 증강을 전혀 지체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50-100개를 보유하게 됐으며, 200-300개를 목표로 증산을 계속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 1월 5-12일 개최된 제8차 노동당대회에서 북한은 핵무력을 포함한 국방력을 증강해 남북통일을 앞당기겠다고 공언했다. 그렇다면 누가 봐도 정답은 협상을 통한 북한의 핵무기 폐기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북한이 핵무기로 한국을 위협하지 못하거나 사용하지 못하도록 억제(deterrence)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하고, 최악의 상황에서도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책을 강구해야 한다.

그러나 현 정부는 정답을 선택하지 않았다. 아직도 북한의 핵무기 폐기를 믿은 채 대화만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북한이 노동당대회에서 주장한 바에 대해서도 전혀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김여정이 "특등 머저리"라면서 한국을 비하해도 분노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사항으로 북한의 핵위협을 억제 및 방어하기 위한 조치는 강화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는 겨울이 올 것은 생각하지 않은 채 여름의 햇살을 즐기고 있는 배짱이처럼 나중에 북한이 핵무기 공격으로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은 생각하지 않은 채 지금 당장 북한이 도발하지 않는다면서 천하태평이다. "천하가 편안하더라도 전쟁을 잊으면 위태롭다"라는 옛 경귀에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 누가 봐도 분명한 정답이 있는데도 애써 오답을 선택한 셈이다.

한미동맹

북한의 핵위협이 심각해지면 한국이 의존할 수 있는 것은 한미동맹밖에 없다. 세계 최강의 핵무기를 가진 미국이 북한이 공격하기만 하면 초토화시키겠다고 위협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핵도발을 자제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네차례나 김정은을 만나줌으로서 협상을 어렵게 만들었고, 북한 핵미사일로부터 주한미군과 한국을 보호하기 위한 순수한 방어목적의 사드(THAAD) 요격미사일 배치에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등 북한의 핵무기 폐기와 핵공격을 자제시킬 마음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누가 봐도 경제보다는 안보가 우선이고, 그렇다면 중국보다는 미국을 우선시해야 한다.

그러나 현 정부의 선택은 전혀 다르다. 갓 취임한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통화를 하기도 전인 1월 26일 문재인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에게 전화를 걸어서 중국 "공산당" 창립 100주년을 축하한다고 말하였다. 당연히 중국은 미국이 보란 듯 문대통령의 전화를 대서특필했고, 결국 바이든 대통령은 28일 일본의 스가 총리와는 통화하여 미일동맹은 물론이고, 한일관계까지 논의하면서 문재인 대통령과는 아직도 통화를 하지 않고 있다. 지금의 대한민국 대통령이 모두 선택했고, 조금의 상식을 가진 지도자라면 당연히 선택할 한미동맹 강화라는 정답 대신에 오답을 선택한 것이다.

한미연합훈련

북한의 핵무기 폐기라는 과제가 워낙 중대하기 때문에 그것을 유도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한미연합훈련을 잠시 중단할 수 있다. 그래서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했고, 실제로 1993년에도 이런 차원에서 팀스피리트 훈련을 중지한 사례도 있다. 그러나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지키지 않았으면 당연히 훈련을 복원시켜야 한다. 1994년부터 팀스피리트 훈련은 중단하였지만 한미 양국군은 다른 다양한 형태의 훈련을 개발하여 적극적으로 실시해왔다. 상식적으로 보면 북한이 비핵화하지 않겠다고 하면 한미 양국군은 더욱 강한 훈련을 실시해 북한에게 비핵화 중단이 손해라는 점을 깨닫도록 만들어야하고, 북한의 유사시 도발에 대비하는 것이 정답이다.

그런데 현 정부의 선택은 그렇지 않다. 혹시나 북한을 자극할까봐 훈련을 제대로 실시하지 못하고 있고, 컴퓨터를 중심으로 훈련에 그치고 있다. 오죽하면 이임하는 한미연합사령관이 실병훈련이 없어짐으로써 한미 양국군의 전투준비태세가 크게 저하될 것을 우려하고 있겠는가? 훈련이 없는 군대는 군대가 아니고, 미군은 훈련하지 않은 군대를 전투에 투입하지 않는다. 3년 동안 훈련을 하지 못할 경우 훈련 경험 자체가 전수되지 못할 것이다. 상식을 가진 지도자라면 선택했을 연합훈련 강화라는 당연한 정답을 외면한 채 비상식적인 오답을 선택한 것이다.

한일관계

한국과 일본은 자유민주주의 이념을 공유하는 우방이면서, 북핵 위협과 미국과의 동맹을 공유하는 매우 가까운 사이이다. 미국이 어떤 사정으로 한국에 대하여 핵우산(nuclear umbrella)을 제공하지 않게될 경우 한국과 함께 북핵위협에 대응할 국가는 일본뿐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과거사와 반일감정을 별도로 처리하면서 일본과의 안보협력을 강화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그것이 어려우면 미국을 중간에 넣어서 간접적인 협력관계라고 형성하라고 한다. 오월동주(吳越同舟)라는 말처럼 공통의 위협이 발생하면 평소에 관계가 좋지 않더라도 협력하는 것이 역사와 상식의 정답이다.

그러나 현 정부의 선택은 매우 다르다. 출범과 더불어 2015년 위안부 합의를 재검토하게 하여 "중대한 흠결"이 있다면서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2018년 11월 한국 대법원이 강제징용에 대한 일본 회사의 배상책임을 판결함에 따라 일본 정부가 대화를 요구하자 이에 호응하지 않았고, 결국 일본이 수출규제를 가하면서 한국은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파기를 위협하는 상황으로 한일관계가 악화되었다. 2021년 1월 18일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강제징용의 배상을 위한 현금화를 우려하고, 2015년 위안부 합의가 양국 간의 공식 합의였다고 인정하였지만, 그 동안 한일관계가 너무나 잘못돼 누구도 이 말을 신뢰하지 않고, 한일관계 정상화를 위하여 한국 정부가 구체적으로 제의한 내용도 없다. 정답을 알면서도 굳이 오답을 선택한 형국이다.

안보상황을 더 이상 악화시키지 않아야

국가의 다른 분야에 대해서도 25%의 확률에 미치지 않을 만큼 오답을 선택하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문외한이 봐도 출산률과 청년취업률은 말만 앞세우면서 제대로 된 정책은 시행하지 못하고 있고, 국가재정을 파탄낼 수도 있는 공무원을 대책없이 증원하며,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공인되지 않는 정책을 신봉하고, 마련하는 정책마다 오히려 부동산 가격을 올리고 있다. 그래서 언론에서는 현 정부가 한가지라도 잘한 것은 제시해보라고 말하기도 한 것이다.

아마 현 정부는 임기 내에 북한이 도발하지 않았다는 점을 유일한 치적으로 내세우고자 하는 것 같다. 북한이 온갖 험한 말을 하긴 해도 무력도발을 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도 정답이 아니라 오답을 선택한 것이다. 상대방의 핵무력 증강을 계속 허용하고, 상대방에게 굴종하는 대가로 지금 도발하지 않는 것은 미래의 더 큰 도발을 키우고 있는 것과 동일하기 때문이다. 나를 찌르고자 칼을 갈고 있는 상대방에게 교언영색으로 시간을 끄는 것은 전쟁을 막는 것이 아니라, 더 큰 전쟁을 초대하는 것이다. 병의 근원은 치료하지 않아서 악화를 방치하면서 해열제로 열만 내리게 하는 의사를 잘했다고 할 것인가?

현 정부의 임기는 이제 겨우 일년 여 남았을 뿐이다. 선거기간을 고려하면 1년도 채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현 정부에게 부탁하고자 한다. 남은 임기 동안 현재까지 악화시킨  안보 상황을 회복키라고 말하지는 않겠다. 그렇게 하지도 않을 것이고, 그렇게 할 능력도 없는 것 같기 때문이다. 더 이상 안보상황을 악화시키지 말라. 제발, 가만히 있으면서 각 부서가 합리에 따라서 처리하도록 하라.

가만두면 국방부가 북핵에 대한 억제와 방어대책을 최소한은 강구할 것이다. 가만두면 한미동맹도 조금씩 강화되어 나갈 것이다. 가만두면 훈련도 점점 회복되어 나갈 것이다. 가만두면 한일관계도 조금씩 좋아질 수밖에 없다. 현재가 최저점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움직이는 순간 최저점만 더욱 낮아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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