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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지정감사제 수술해야 하는가?
 
2021-01-29 11:54:06

◆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경제질서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잦은 감사인 변경은 기업 국제신뢰도에 문제

회계법인 국가지정 국제 표준에 맞지 않아

기업은 국가의 또다른 강력한 규제로 인식

회계 투명성 및 기업 주장 등 귀담아 들어야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이 개정돼 2019년부터 지정감사제가 확대 시행됐다. 개정 외감법에서 크게 변경된 부분은 지정감사제 확대 시행, 표준감사시간제 도입, 내부회계관리제도 도입 등 세 가지다. 이 세 가지 규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기업에는 감사 비용 폭탄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아우성친다. 그중 최악의 규제는 ‘지정감사제’라고 한다. 과연 그런가.


지정감사제는 국가가 직접 기업 외부감사인을 배정하는 방식을 말한다. 실은 외감법 개정 전에도 증권선물위원회의 직권에 따른 직권지정감사 사유가 적어도 15가지나 열거돼 있다. 외감법 적용 대상 회사가 3개 사업연도 연속 영업이익이 0보다 작거나, 3개 사업연도 연속 영업현금흐름이 0보다 작거나, 3개 사업연도 연속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 등 특이점이 있는 경우이다.


그런데 신 외감법에서는 이와 같은 사유가 없어도 자율계약 6년에 이은 3년간은 증권선물위원회가 지정하는 회계법인을 감사인으로 선임하거나 변경 선임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으로 됐다. 법문(法文)은 ‘요구할 수 있다’고 하지만 항상 그렇듯이 현실은 일률적으로 강제된다.


회계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감사 계약은 회계법인이 을(乙)이 되고 기업이 갑(甲)이 될 수밖에 없어서 회계법인 간에 과당경쟁과 출혈경쟁의 원인이 됐으며, 적은 인력과 적은 비용으로 감사하려다 보니 감사품질이 형편없이 조악해졌다고 한다.


반면 기업 쪽의 얘기를 들으니 지정감사제도 시행으로 순식간에 갑을관계가 바뀌었다고 한다. 지정감사의 경우 감사인이 제시한 감사 비용을 깎을 수 없는 것은 물론, 표준감사시간제와 주 52시간 근무를 이유로 수임료가 2~3배, 어떤 경우는 10배 이상 폭증했다고 한다.


기업의 얘기는 이렇다. 대규모 회사의 지정감사인으로 지정되려면 회계법인은 덩치를 키워야 한다. 회계법인이 회계사들을 대거 채용하다 보니 역량이 다소 부족한 회계사도 특채돼 업무에 투입됐다. 그러니 자연 감사 품질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지방기업들은 더 문제라고 한다. 중소도시 지방 회계법인의 회계사들은 대부분 월급 많이 주는 대도시 회계법인으로 이직했다고 한다. 지방 회계업계가 허물어져 적당한 회계법인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젠 대도시 회계법인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데, 회계감사 비용에다 출장비까지 부담해야 해 지방기업들은 감사 비용 부담이 예전보다 3배는 더 늘었다고 한다.


지금까지 아무 일 없이 감사해 오던 회계법인을 갑자기 바꾸면 외국 투자자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둘 수 없다고 한다. 어떤 나라에서도 어떤 문제도 없는 사기업을 국가 기관이 감사를 지정하는 사례가 없다는 것이다. 몇몇 대기업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수십 년간 아무 문제 없이 정직하게 회계를 운용해 온 기업들까지 문제기업처럼 대접받는 것이라고 억울해한다.


따라서 지정감사제는 과거처럼 문제 있는 기업에만 시행하면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회계법인의 국가 지정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회계 분야에 대한 국가의 또 다른 강력한 규제로 인식하는 것으로 보인다.


회계법인들이 그동안 자유계약 방식 아래서 저가수주경쟁으로 마음고생이 심했던 것은 맞다. 또 계속 성공적인 수주를 위해서는 자잘한 회계 부정은 추궁할 수 없었다는 것도 맞다. 그리고 감사 보수가 증가하는 만큼 회계법인이 인력과 비용을 더 투입해 감사품질이 높아졌다는 긍정적인 면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감사보수가 높아진 것도 이론이 없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회계법인의 고급인력 이탈도 별로 없고 이직률도 크게 하락했다고 한다.


회계의 투명성도 포기할 수 없는 가치다. 한편 기업의 주장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독일은 10년 정도 터울로 외부감사인을 기업 스스로가 교체하도록 하고 있다. 회계법인에 다니는 친구와 기업을 운영하는 친구 양쪽으로부터 욕먹을 글이 됐다. 금융위원회의 현명한 조정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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