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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팬덤에 함몰된 文정권, 다수에 기대 민주주의 파괴하는 연성독재로 타락
 
2020-12-16 10:54:08

◆ 김형준 명지대학교 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치개혁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 2020국회와 ‘민주독재’

巨與독재 3大 뿌리… ①‘촛불정권은 옳다’ 무오류 오만 ② 계도민주주의 맹신 ③ 지지자만 바라보는 팬덤정치
美 건국 초기 민주주의자들이 가장 경계한 ‘다수의 폭정’ 그대로 나타나… 마오쩌둥 식의 ‘문빠 민주독재’

집권세력의 민주주의와 법치 파괴가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 선출된 독재자가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이른바 민주독재가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 정확히는 ‘문빠 민주독재’다. 이는 친문(친문재인) 집권세력 내에서는 민주적인 제도 운영을 하지만 정적을 포함한 일체의 반문(반문재인) 진영은 비도덕적인 적폐세력으로 규정해 일방적인 관리·통제를 하는 것이다. 이 개념의 기원은 노동자·농민 등 인민이 반동세력에 대해 독재를 한다는 마오쩌둥(毛澤東) 시대 중국의 ‘인민 민주독재’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 총선에서 절대다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은 ‘문빠 민주독재’를 앞세워 ‘다수의 폭정’의 길로 접어들었다. 작금의 대한민국에선 법무부 장관이 “민주적 통제” 운운하며 살아 있는 권력 비리를 수사하는 검찰을 무력화하고 검찰총장을 찍어내기 위한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 국회에선 야당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후보 비토권’을 무력화하는 내용을 담은 공수처법 개정안을 거여의 힘으로 통과시켰다. 이제 누구에게도 견제받지 않는 초 헌법기관인 ‘정권수호처’ 출범이 눈앞에 다가왔다. 여당은 ‘5·18 왜곡 처벌법’ 등 일련의 반(反)민주 법안들을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이고, 야당의 합법적인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결하는 등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철저히 봉쇄했다.

◇민주독재가 부른 다수의 폭정

집권 세력의 이런 ‘문빠 민주독재’와 입법독재의 문제점을 파악하기 위해선 민주주의의 모국인 미국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미국의 건국이념은 ‘건국의 아버지들’이 쓴 ‘연방주의자 논고(federalist papers)’에 잘 나타나 있다. 이들은 강한 정부 수립을 주장하면서도 그로 인해 배제당할 수 있는 소수자의 보호가 핵심 과제라고 생각했다. 다수의 횡포로부터 소수자를 보호하기 위해 견제와 균형에 따른 권력분립을 제안했다. 국민통합에 대해선 “반대파에 대한 배제나 억압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에 대한 사려 깊은 조정 및 소수자에 대한 충실한 보호를 통해 이뤄진다”고 주장했다.

민주주의와 관련한 또 하나의 고전적 저술인 ‘미국의 민주주의’에서 저자 알렉시 토크빌은 유럽의 귀족사회와는 달리 미국에서는 성취를 위한 기회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열려 있고, 소수자들이 동등하게 보호받고 있다는 점이 민주주의를 발전시킨 조건이 됐음을 주목했다. 그는 의회 등 민주주의적 합의를 형성하는 장소에서 다수파가 소수파를 억압하는 데 이용되는 ‘다수의 폭정’이 민주주의 위험 요소라고 주장했다.

‘연방주의자 논고’와 ‘미국의 민주주의’ 같은 저작들은 소수자 권리가 존중돼야 민주주의가 번영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는 소수 의견과 약자를 배려하지 않고 배제하면서 다수결의 원칙만을 맹신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오독하고 독재로 가는 것임을 함축하는 것이다.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 교수는 공저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에서 민주화 시대 이후 선거를 통해 합법적으로 선출된 지도자가 독재자로 변해가는 모습을 통해 민주주의 후퇴 현상을 설명했다. 그들은 민주주의를 지키는 두 규범인 ‘상호 관용’과 ‘제도적 자제’를 강조했다.

◇文 정권은 왜 타락했나

대한민국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문재인 정권이 입법·행정·사법을 모두 장악해 야당과 반대자를 탄압하고 반헌법적 법안들을 밀어붙이는 전제군주제를 뺨치는 폭정을 일삼고 있다는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집권세력이 다수의 횡포에 기대어 민주주의와 법치를 파괴하는 ‘연성 독재(soft despotism)’로 타락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첫째, ‘무오류성에 대한 오만’이다. 현 집권 세력은 자신의 정체성으로 입만 열면 ‘촛불 정권’을 들먹인다. 그 이면에는 자신들의 생각과 행동은 변화와 개혁을 원하는 촛불 민심을 받아들이는 것이기 때문에 ‘항상 옳다’는 잘못된 자기충족적 예언이 자리 잡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집권 세력들은 방향(목표)만 좋고 옳으면 방식(과정)이 서툴고 잘못돼도 괜찮다는 편의주의적 사고에 쉽게 빠져든다. 이런 맥락에서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현 집권 세력에 대해 “선악 구도에 집중하는 운동론적 민주주의관”을 갖고 있다고 비판했다.

둘째, 도덕적 우월주의에 빠져 ‘계도민주주의를 맹신’하는 것이다. 집권 세력은 자신들이 국민을 끊임없이 가르치고 끌고 가야 한다는 착각과 망상에 빠져, 반대편에는 엄격한 기준과 잣대를 들이대고 지지세력의 잘못엔 눈감고 옹호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저술한 ‘진보의 미래’에서 “민주주의든 진보든 국민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만큼만 가는 것 같다. 시민운동도, 촛불도, 정권도 이 한계를 넘어설 수는 없는 것 같다”고 했는데, 집권세력이 국민을 일방적으로 계도하려는 것은 이런 노무현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다.

셋째, ‘팬덤 정치에 함몰’돼 길을 잃었다. 광적인 팬덤은 자신과 반대 의견을 가진 세력에 복수하고 무차별적 공격을 한다. 한국 정치에서 팬덤 정치의 대명사가 된 ‘대깨문’은 집권세력 입장에서는 든든한 지지층이지만, 소통이 불가한 세력으로 정치적 극단주의를 강화한다. 위기에 처한 민주주의를 회복하기 위해선 정당과 정치지도자가 ‘정치적인 극단주의자’를 걸러내는 역할을 해야 하지만, 문 대통령과 민주당은 오히려 여기에 편승하는 모습을 보인다.

◇폭정이 가져오는 것

각종 여론조사 결과, 민심이 심상치 않게 돌변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도는 리얼미터 등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40%대가 깨지면서 정권 출범 이후 최저치인 30%대로 추락했다. 차기 대선에서 ‘현 정권 유지’(41%)보다 ‘정권 교체’(44%)를 더 많이 원하고 있다(한국갤럽). ‘대한민국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다’(50%)는 응답이 반대 의견(37%)보다 훨씬 많았다(한국리서치). 국민의 55%는 검찰개혁이 검찰 길들이기로 변질했다고 대답했고, 취지에 맞게 진행된다는 응답은 고작 28%였다(엠브레인 퍼블릭).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해 ‘잘하고 있다’는 응답이 지난 5월 85%에서 12월 56%로 급락했다(한국갤럽).

민심이 악화하는 이유는 무오류성의 오만 속에서 계도민주주의에 대한 맹신으로 팬덤 정치에 함몰된 집권세력의 폭정과 무능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정권은 비극으로 끝난다는 것이 한국 정치에서 경험적으로 입증된 철칙이다.

명지대 교수·전 한국선거학회 회장


■ 세줄 요약

집권세력과 ‘문빠 민주독재’: 지난 총선에서 절대다수 의석을 차지한 집권세력은 巨與의 힘으로 입법독재를 벌이며 ‘문빠 민주독재’를 앞세운 ‘다수의 폭정’에 빠져 있음. ‘문빠 민주독재’의 기원은 마오쩌둥 시대 중국의 ‘인민 민주독재’에서 찾을 수 있음.

민주주의의 핵심 원리 :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쓴 ‘연방주의자 논고’나 알렉시 토크빌의 ‘미국의 민주주의’ 등 민주주의 관련 고전적 저술은 다수의 횡포로부터 소수자를 보호하기 위해 견제와 균형을 취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핵심이라고 설파함.

정권의 타락과 폭정의 결과 : 정권이 ‘연성 독재’로 타락하는 이유는 “촛불은 옳다”는 무오류성에 대한 오만, 도덕적 우월주의와 계도민주주의 맹신, 팬덤 정치에의 함몰 등임. 하지만 이것이 비극으로 끝난다는 것은 한국 정치에서 경험적으로 입증된 철칙임.


■ 용어 설명

‘인민 민주독재’란 마오쩌둥이 제창한 것으로, 1949년 중국 헌법 제정 이후 제1장 제1조의 자리를 지키고 있음. 인민 내부의 민주와 인민 외부 반동파에 대한 독재가 결합돼야 한다는 이론.

‘연방주의자 논고’는 미국 건국 당시인 1787∼1788년 해밀턴, 매디슨, 제이가 쓴 민주주의 등 관련 85편의 글을 모은 것. 특히 매디슨은 논고에서 다수파의 일방적인 지배를 막을 방법을 논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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