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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안보역량 훼손하는 대공수사권 이관
 
2020-12-04 10:54:35
◆김종민 법무법인(유한) 동인 변호사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사법개혁연구회 회장 · 프랑스연구포럼 대표로 활동 중입니다.
              



경찰 취약한 ‘해외 정보망’ 문제
‘대테러공안수사청’ 설치 검토를

지난 11월 30일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폐지하고 이를 경찰에 넘기는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이 여당인 민주당 단독으로 국회 정보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민주당은 연내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고 개정안이 통과되면 3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그동안 국정원이 갖고 있던 대공수사권을 경찰이 이관받아 행사하게 된다. 국가안보와 정보력은 국가 존립의 핵심 요소다. 국가안전보장과 관련된 정보와 보안, 범죄수사 업무를 담당해 왔던 국정원은 이번 법률 개정으로 순수한 정보기관으로 역할이 바뀌게 된다.

과거 국정원의 국내정치 개입과 사찰 등 부적절한 유산과는 단절해야 하지만 대공수사권의 경찰 이관 문제는 달리 살펴볼 부분이 있다. 국가적인 대공수사 역량이 훼손되지 않아야 하고 남북 분단의 특수한 상황도 고려되어야 한다. 북한은 우리의 국정원에 해당하는 국가안전보위부를 갖고 있는데 국정원 권한 분산으로 인한 비대칭성 문제는 국가안보 차원에서 매우 중요하다.


대공수사권의 경찰 이관으로 가장 우려되는 것은 해외정보망 문제다. 2006년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가 수사한 ‘일심회’사건은 민주노동당 전 중앙위원 이정훈, 개인사업가 장민호(마이클 장) 등이 중국에서 북한 공작원과 접촉했던 간첩 사건이다. 2007년 대법원에서 장민호에게 징역 7년형 등 모두 유죄가 확정되었다. 일심회 사건과 같은 대공사건은 대부분 제3국을 경유하는 우회침투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북한은 해외에 200여개의 공작거점을 보유하면서 간첩을 제3국으로 경유시켜 신분세탁한 뒤 우회침투를 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해외와 국내 정보조직과 수사기관이 긴밀히 협력하지 않으면 적발과 수사가 극히 어려운 이유다. 잘 갖추어진 해외정보망과 이를 운영하는 고도로 훈련된 인적 네트워크가 취약한 경찰이 국정원과 동일한 대공수사 역량을 보여줄 수 있을지 염려된다.


국정원이 수집한 대공수사 정보를 효과적으로 경찰과 공유하는 것도 문제다. 대공수사 특성상 국내외 정보제공자의 신원과 비밀보장이 완벽해야 수사에 성공할 수 있다. 대공수사권이 경찰에 이관될 경우 이러한 유기적 협력체제가 약화할 가능성이 높다. 경찰 권력의 비대화 문제도 검토되어야 한다. 수사권 조정으로 독자적 수사권과 수사종결권을 확보한 경찰은 국정원의 국내정보 기능 폐지 이후 국내정보 업무를 전담하고 있다. 국정원 대공수사권까지 이관받을 경우 경찰권한이 지나치게 비대해진다는 지적이 많다. 경찰의 주된 업무분야인 경비, 정보, 수사 등에 비해 대공수사 분야가 상대적으로 소홀해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국정감사 자료에 의하면 경찰은 2017년 이후 대공업무를 담당하는 보안경찰 인력을 매년 20~30% 축소해 왔다. 580명이던 보안수사대 인력을 2018년 479명으로 대폭 줄였다. 국정원 수사인력의 경찰 이관으로 어느 정도 해결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조직문화와 직급체계가 서로 달라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 의문이다. 대검찰청이 발간한 ‘2020 검찰연감’에 의하면 문재인정부 3년(2017~2019) 동안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건은 16건이다. 2016년 한 해에만 16건을 기소했는데 대공수사권의 경찰 이관으로 더욱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대공수사 역량이 훼손되지 않을 수 있는 대안으로는 법무부 산하 대테러공안수사청 설치를 검토해 볼 수 있다. 국정원·검찰·경찰의 대공수사 기능을 집중시킨 특별수사청이다. 국정원의 정보기능과 대공수사를 분리할 수 있고 경찰보다 훨씬 효과적이고 전문적인 수사가 가능하다. 북한의 위장평화 공세가 강화되고 북한의 핵무장이 고도화된 가운데 우리 스스로 국가정보 역량을 훼손시키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민주당은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못했고 국민적 공감대가 마련되지 않은 이번 개정안의 연내 처리를 서두를 일이 아니다.

한번 무너진 국가안보는 회복불능의 상처를 남기고 정보기관의 개혁문제는 정략적 차원으로 접근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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