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경제질서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현행법상 보험사는 자산 3%까지만 같은 그룹 계열사 채권·주식 보유 가능
계열사 주식가격 산정 논란...보유주식 가격 취득가 아닌 시가로 기준 변경
美·英·獨 등 보험사 투자 매년 시가 평가로 조정한 해외 입법례 찾기 힘들어
특정 기업 겨냥한 차별적 법안...통과땐 보유 지분 팔아야, 시장 충격 우려
더불어민주당 박 아무개 의원이 보험업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에 따르면 S생명은 S전자 지분을 취득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해야 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S생명의 계열사 주식 장부가는 약 5조7000억원이다. 이를 시가로 바꾸면 약 33조6000억원이 된다. 이 중에서 보유하고 있는 S전자 주식 시가가 28조2000억원이고 다른 계열사 주식은 합계 5조4000억원이다.
그런데 보험업법에는 자회사가 발행한 채권과 주식 합계액이 총자산의 100분의 3을 초과해서는 안 된다는 이른바 3% 룰이라는 것이 있어서 만약 법률이 개정되면 S생명의 계열사 주식 한도는 시가로 약 7조1000억원만 보유해야 한다. 결국 S전자그룹 계열사 주식 총 26조5000억원 정도를 매각해야 한다. 다른 계열사 주식 5조4000억원치를 전부 매각한다고 해도 S전자 주식 21조1000억원치를 더 매각해야 한다.
지난해(2019년) 기준 S생명이 S전자 주식을 보유하면서 얻는 배당수익은 연간 7196억원이다. S생명이 S전자 보통주 5억 815만7148주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마다 상당한 배당을 받았기 때문에 S생명은 주주들에게 배당할 재원 마련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 S생명 주식의 배당성향에도 일관성이 있다. 말하자면 S생명이 S전자에 투자한 것은 신의 한 수였다. S전자가 잘 나가는 한 계속적인 배당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 보험업법 개정안은 이제 와서 ‘취득가’가 아닌 ‘시가’로 환산해 우량주식인 S전자 주식 21조1000억원치를 강제 매각하라는 것이다. 그 경우 절대로 연간 7000억원 이상의 배당을 기대할 수 없다. 다른 대체 투자처를 찾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잘 나가는 S전자 주식은 초우량자산이다. 이 우량자산을 거의 대부분 팔라는 것이니,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갈라 흥청망청 잔치하고 말자는 것과 다름없다.
나라마다 보험회사의 투자를 제한하고 있기는 하다. 계약자로부터 받은 보험료를 한 군데 몰빵했다가 손실을 보게 되면 주주는 물론 수많은 보험계약자가 피해를 입는다. 따라서 보험회사는 채권, 주식, 부동산, 선물, 파생상품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투자한다. 그러나 투자금은 취득가액으로 산정한다. 시가는 그때그때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컨대 시가를 기준으로 하면 부동산에 투자해서 부동산 가격이 폭등해 시가가 총자산의 3%를 넘으면 그 부동산도 팔아야 한다. 이게 말이 되는가. 그래서 투자를 매년 또는 주기적으로 시가로 평가해 조정하도록 한 입법례는 찾을 수 없다.
미국의 경우 뉴욕주, 텍사스주, 델라웨어주, 플로리다주 등 대부분의 주가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규제한다. 특히 주식처분의무는 취득당시 한도를 위반한 경우에만 적용되고 시가변동 등으로 한도를 초과하게 될 경우에는 처분의무가 없고, 취득 이후에 발생한 사정으로 한도가 초과된 부분에 대해서는 보험사의 자산으로 인정하지 않는 등 재무건전성 규제에서 불이익을 받도록 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에는 동일인이나 특수관계인에 대한 별도의 투자한도 규제가 없다. 독일의 경우에도 개별회사에 대한 투자한도 규제를 운용하나,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한다.
한국 보험업법에서 정한 3% 룰도 자회사가 발행한 채권과 주식 합계액이 총자산의 100분의 3을 초과할 수 없다는 것인데, 취득시 취득가가 법이 정한 총자산의 3% 이내면 문제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취득한 이래 십년이 넘은 지금에 와서 시가로 평가해야 한다고 법률로 강제하는 것은 매우 부자연스럽다. 의도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이 개정법안을 S생명법안이라고 한다는데, 이 법률의 적용대상이 S생명뿐이라서 그렇게 부른다고 한다.
어느 한 사람, 어느 한 회사를 타깃으로 하나의 법을 만든다는 것은 지극히 위험하다. 법이란 보편성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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