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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물릴 수 없는 재정준칙
 
2020-11-12 16:13:33

◆ 박재완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의 칼럼입니다.

 

내년도 예산 심의가 시작됐다. 여당 독주가 일상이 된 데다 벌써 네 차례 추가경정예산을 다뤘던 만큼 긴박감은 덜하다. 다만 정부가 입법예고한 ‘한국형 재정준칙’에는 여야 모두 소극적이라 그 근거가 담길 국가재정법 개정에 관심이 쏠린다. 정부 스스로 인정하듯 나라 살림은 최근 크게 악화했다. 성장은 부진한데 복지 확대와 코로나19 대응으로 적자가 가파르게 불어났다.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법률만으로도 향후 5년 연평균 수입이 2조5207억원 깎이고 지출은 3조6708억원 늘어나게 됐다(예산정책처).

우리 재정은 겉보기에 괜찮지만 정부 빚의 증가 속도는 세계 최상위다. 주요국은 코로나19로 올해 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우리보다 더 많이 오른다. 하지만 시야를 넓히면 2024년까진 한국과 중국의 비율이 가장 빨리 상승할 전망이다(국제통화기금, 기획재정부). 민간신용을 포함한 총부채의 최근 3년 증가율도 선진국 중 2위다(국제결제은행). 아래 사정들까지 고려하면 올해 44%에 이를 우리 국가채무 비율은 안심할 수위가 아니다.

우선 통계에서 빠지는 한국전력 등 공기업과 연금의 부채 비율이 선진국 중 가장 높다(세계은행, 경제협력개발기구). 통일에도 대비해야 한다. 1989년 서독의 국가채무 비율은 20%에 못 미쳤으나 이듬해 통일이 되자 2배, 한때는 4배까지 치솟았다. 30년 전 동서독 경제력 차이는 8배, 지금 남북한 격차는 53배다. 이를 좁힐 재정 부담은 독일보다 우리가 훨씬 크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선진국은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정부 빚이 적었다. 2018년 국민소득 5만 달러가 넘는 스위스 등 11개국은 그 문턱을 못 넘은 프랑스 등 13개국보다 국가채무 비율이 40% 포인트 낮다. 고령화도 부담이다. 고령사회(노인 비율 14%)에 들어설 때 독일과 스웨덴의 국가채무 비율은 18%와 28%로 우리보다 낮았다. 우리처럼 기축통화국이 아닌 나라의 적정 채무 비율은 기축통화국의 절반인 38% 내외라는 분석도 흘려들을 수 없다.

경제가 어려운데 긴축하자는 건 아니다. 자칫 성장잠재력을 훼손해 재정건전성이 더 나빠질 수 있다. 금리가 낮아 이자 부담도 크지 않다. 그러나 2020년대에는 성장률과 금리의 격차가 2010년대의 절반으로 줄어 국가채무 부담이 가중될 것이다(JP모건). 오래도록 낮았던 금리가 불쑥 치솟아 재정 위기를 맞았던 55개국의 지난 200년 경험도 되새겨야 한다(국제통화기금).

건전 재정은 미래에 대한 투자다. 중장기 관점의 정부 빚 통제가 시급하다. 이대로 가면 국가채무 비율이 2070년 186%까지 치솟는다(예산정책처). 지난 한 세기를 돌아보면 각국은 네 갈래 경로로 정부 빚을 줄였다. 첫째, 돈을 찍고 물가를 올려 ‘보이지 않는 세금’(바이마르공화국, 칠레)을 거뒀다. 둘째는 디폴트 후 원금 탕감과 상환 연장(그리스, 아르헨티나), 셋째는 고성장(2차대전 후 미국, 1980년대 한국)이다. 넷째, 재정준칙과 구조 개혁에 따른 긴축(1990년대 스웨덴, 2000년대 독일)이다. 첫째와 둘째는 극약처방이다. 어려워도 셋째와 넷째의 조합이 올바른 길이다.

재정준칙은 이미 92개국이 운용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엔 한국과 터키만 예외다. 다만 자의에 휘둘리지 않게 정부안보다 거버넌스 틀을 보강했으면 한다. 근시안인 선출직이 우회하거나 헤프게 수정할 수 없어야 한다. 국회에만 해당하는 일이 아니다. 일례로 대형 투자사업의 가성비를 따지는 예비타당성조사는 2019년 정부가 예외를 무더기로 인정해 속 빈 강정이 됐다. 재정준칙은 함부로 물릴 수 없는 확약이 돼야 한다.

준칙의 핵심인 한도 조정을 비롯해 그 면제 및 기준 완화는 금융통화위원회에 버금가는 독립적인 ‘재정위원회’가 맡아야 한다. 위원 임기는 10년 정도로 길게 설정해 중립성을 보장해야 한다. 지난달 유럽의회 역내정책국도 회원국 재정위원회의 독립성 강화를 권고했다. 아울러 기존 자문기구인 유럽재정위원회(EFB) 외에 유럽중앙은행 운영이사회에 비견될 유럽재정이사회(EUFC) 창설까지 제안했다. 위원회 신설 대신 한도를 법으로 정하되 수정할 때엔 까다로운 특별의결정족수를 적용해도 된다. 의무지출을 늘릴 때 재원 대책을 병행키로 한 ‘페이고(PAYGO) 원칙’은 의원 입법에도 적용해야 실효를 거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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